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인다더니

배규상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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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인다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집권하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어떻게 되었을까.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2008년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해 보니 반으로 줄기는커녕 오히려 4.3%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영어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선공약이라고 해서 다 지켜져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747 공약처럼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말장난 같은 공약도 있고, 한반도 대운하처럼 국민 다수가 폐기하기를 바라는 공약도 있다. 사교육비 50% 감축이라는 공약도 말처럼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전 정부에서도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갖가지 처방을 써보았지만 실패한 경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공약 미이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공약 이행을 위해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점이다. 나름대로 정책적 처방을 써보았으나 워낙 치열한 경쟁 상황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이해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조장하는 방향으로 일관했다. 국제중 설립 및 영어몰입교육, 자율형사립고 확대, 대입 자율화 등 내놓는 정책마다 점수 경쟁을 부추겨 학생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들이었다. 교육에 관한 한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공약을 지키려면 그에 걸맞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교육을 최대한 강화해서 사교육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정책의 물꼬를 바꿔야 한다. 그런 접근 없이 그저 학원비 과다인상을 단속하는 정도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오산이다.

 

 

 

2009년 3월 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