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김성민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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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민준)

오늘도 그녀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컴퓨터를 켰다. 바탕화면에는 그녀와의 소중한 것이란 폴더와 채팅방으로 가기 위한 링크만 있을뿐이다. 그녀와 나는 채팅을 통해 만났고, 그렇게 지내온지 어느덧 3개월째이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듯, 우리는 서로 채팅으로만 대화를 나눈다.

마치 숨어서 하는 연애인양, 누군가가 내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녀를 들킬까 노심초사 하고, 이렇게 우리 둘은 만남을 계속했다.
처음 1개월은 서로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갔다. 거의 매일 회사를 마치고 들어오면 채팅방으로 들어갔고, 그때마다 우리둘은 서로의 취미나 관심있는 것들을 물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과 나이는 절대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의 바람이었다. 왠지 헤어질때를 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슬펐다. 어차피 헤어질것이면 그녀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두가지 말고는 그녀는 나에게 모든것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어떻게 채팅방으로 오게 되었는지, 자신이 바라는 건 무엇인지...

그녀는 첫사랑의 아픔이 있는 여자였다. 첫사랑 역시 채팅을 통해 만났다는 그녀는 단 1개월만에 그와 첫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와 첫만남을 가진 후, 그 첫사랑은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가 바꼈다고 한다. 채팅방에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들어오더라도 그녀를 피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그 남자가 왜 그런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동생 몰래 동생 아이디로 로그인을 했고, 그 남자에게 몰래 접근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그녀인지 모르고, 그녀에 대해 험담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첫사랑에 아픔을 받았고, 그 후로 몇년간은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자신의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신랑이 그때 그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그녀는 화가 나기 보다 자기자신한테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은 왜 못난 사랑만 하고 올바른 사랑은 하지 못하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정말 맘이 맞는 상대를 찾자고 마음먹었고, 그와 함께 채팅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해준 말은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아니 절반정도는 믿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나와 동일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첫사랑의 슬픔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와 나는 어딘가 코드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개월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서로의 이름과 나이는 물어보지 않은채 말이다. 하지만, 난 그녀와 대화를 하는 동안, 이름과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내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기쁜 일로 느껴졌다.

그런 기쁨이 계속 되고 2개월째 대화부터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 동안에 내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1주일이 있다. 바로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없었던 1주일이었다. 그녀는 1주동안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생활해보자고 했다. 물론 처음에 그말을 들었을때, 1주정도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와 대화를 끊은지 하루만에 나는 채팅방에서 그녀를 찾아해맸고, 들어오지 않는 그녀에게 몇백통의 쪽지를 남겼다. 그렇게 1주일이란 악몽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녀와 다시 대화를 할 수 있었을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했다. 그렇게 1주일이라는 대화의 단절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더욱더 열렬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간의 마음을 알게 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았다. 그렇게 2개월이 끝나갈 무렵 내쪽에서 먼저 그녀에게 만나고 싶다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얼마동안 서로간의 대화가 없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난 후 그녀쪽에서 답문이 왔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그대만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랑을 더욱 느낄 수 있을때 내쪽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다는 쪽지를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나는 가슴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그녀쪽에서 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때, 서로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욱 기쁘게 해주었다. 그렇게 2개월동안의 대화가 끝이 났다. 3개월째가 되었을때, 그녀에게서 한통의 쪽지가 왔다. 그 쪽지는  공란이었고, 스크롤만 길게 내려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쪽지일까하고 나는 보관함에 보관해두었다. 언젠가 그녀가 이 쪽지의 비밀을 말해줄때가 있을걸 기대하면서...

그 일이 있고 난후 그녀에게서는 안부쪽지만 올 뿐이었다. 나의 물음엔 대답도 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안부만 말하는 쪽지가 일방적으로 왔다. 하지만, 얼마 후 그녀에게서 오던 안부쪽지마저도 오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지금은 3개월째의 마지막이다.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쪽지를 보내지만, 그녀의 쪽지는 수신거부상태이다.

그녀는 내가 싫어진것일까?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나의 잘못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오던 안부쪽지마저 오지 않게되고 그녀에게 보내는 쪽지도 수신거부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잊을 수 없는 그녀를 생각하면 보낸다...

그 여자 (지영)

 

나는 2개월 전부터 채팅을 하던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나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고, 나를 많이 아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남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나는 두다리를 쓸수 없는 장애인이고, 그 남자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많이 부족한 나를 보면 그 남자도 실망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에 대해 자세히 알 지 못하게 했었다. 이름도 주소도 나이도 모든 걸 비밀로 했었다. 거짓말로 모든 걸 도배하고 나는 그 남자와 채팅했다. 한겹한겹 쌓인 거짓말은 어느덧 그끝을 알 수 없게 덮여 버렸고, 나는 그 남자에게 단 한번도 솔직하게 다가선적이 없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남자와의 채팅은 즐거웠다. 그 남자에 대해 알게 되는 모든게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했다. 그 남자의 취미는 여행이라고 한다. 일이 없을때마다 이곳저곳 여행하기를 좋아하고, 그 여행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게 취미라고 한다. 난 두다리가 불편해 어디한번 제대로 다녀보지 못했는데 그때 나는 첫번째 거짓말을 했다.

나 역시 취미가 여행이라고, 그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은 진실이었다. 누군가와 여행하고 싶은 건 언제나 마음속에 품어왔다. 나는 걸어서 어디로 다니질 못하니까, 항상 차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 보아만 했다. 중학교 소풍때도 항상 버스 뒷좌석에 앉아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마저도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하지 못했다. 난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점점 더 아파오는 다리는 결국 중학교 이후 나를 괴록혔고,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꿈은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걸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

그렇게 첫번째 거짓말은 점점더 큰 거짓말을 낳게 되었다. 가보지도 못한 여행지를 가봤다고 속이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좀더 늘이고 싶어, 여행지에 대한 자료들을 열심히 독파했다. 그렇게 하면 그와 대화를 더 많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 자신이 하는 대화가 아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대화였다. 난 여행한번 해보지 못했고,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다른 나는 그와 여행지를 공유할 수도 있고, 그가 간 여행지에 다녀오기도 했다. 난 진실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거짓말의 반복이었다. 서로간의 관심사를 묻는 대화는 그의 관심사에 나를 대입시키는 꼴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가장 큰 거짓말을 했다. 그가 내 첫사랑이지만, 나는 다른 첫사랑이 있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첫사랑에게 받은 아픔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 그가 나를 좀더 많이 바라봐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가진 여자를 사랑해주는 남자의 모습을 보아서 그런 거짓말을 한것같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정말 그가 나에게 가지는 관심을 더 높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미안했다. 왠지 거짓말로 그의 사랑을 가진다는 건, 거짓사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거짓사랑이라도 나는 행복했다.

그렇게 거짓말의 1개월을 보냈다. 2개월째, 점점 저려오는 다리의 상태를 보기 위해 간 병원에서 1주일 정도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겠다고 했다. 1주일... 그와 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나는 그에게 병원에 간다는 걸 속이고 단지 1주일 정도 서로 대화 없이 지내보지고만 말을 했다.

그렇게 1주일동안의 병원생활에서 나는 그의 생각만 났다. 의사 선생님에게 잠시만 컴퓨터를 하면 안되냐고 졸라보기도 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검사도중에 앉아있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안 된다고 했다. 난 머릿속에서 그의 생각만 났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까?

그렇게 지옥같은 1주일의 병원 생활이 끝나고, 의사선생님은 검사결과는 몇주후에 나오겠지만,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난 그런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어서 가서 채팅방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 났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고 그에게서 온 몇백통의 쪽지를 보았다.

쪽지의 내용은 전부 내 생각에 잠 못 이룬다는 글, 얼른 돌아와 달라는 글이었다. 나는 행복했다. 왠지 사랑받는다는게 어떤기분인지 알았다. 그렇게 그와 다시 채팅을 시작했고, 그와 나의 사랑은 몇배더 열렬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그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쪽지가 왔고,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나중에 만나자고 말했다.

그렇게 2개월째의 채팅이 마지막에 접어들 무렵, 나는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 실려간 나는 의사 선생님으로 부터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단지 다리가 아픈 것이라고 느꼇던 것이 사실은 근육퇴행증이란 병이고,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나이가 든후 급하게 근육이 퇴행된다고 말했다.

길어야 1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절망을 가져다 주었다. 이제 겨우 그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런 병이 생겼다는 게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픔보다 두려운건 그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그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꼭 그와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나다는 게 아직도 두려웠던 나는 그에게 흰글자로 바꿔서 쪽지를 보냈다. 쪽지 내용을 보려면 마우스를 끌지 않으면 볼수 없게 말이다. 그 내용은 당시과 만나고 싶습니다. 정동진역에서 만나요.라는 쪽지였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나의 쪽지를 그는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용기가 없어서 쪽지를 바르게 전하지 못한 나 자신이 미울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병원에 입원해야 되고, 그와 채팅을 더 할 수 도 없다. 벌써부터 다른 부위의 근육도 퇴행하기 시작해 나는 겨우 팔을 움직일 뿐이다. 얼마 안있으면, 호흡하기도 힘들어질것이다.

하지만, 그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내 쪽지를 보지 못했기에, 내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는 걱정할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나 대신에 그에게 쪽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하루에 한 통씩 꼭 보내주기를 부탁했고, 내가 죽고 나서도 그 일을 계속 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렇게 나는 그를 생각하며 죽음의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죽음의 길을 말이다...

그 여자의 친구

 

나는 지영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매일 하루씩 지영이를 대신해 그에게 쪽지를 보냈다. 물론 매일 병원에 찾아가지만, 지영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점점 굳어가는 지영이는 어느덧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게 되었고, 턱관절은 퇴행으로 잎을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화가 났다. 지영이는 그에게서 오는 쪽지에 답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매번 그는 보고 싶다고 쪽지를 보내왔고, 나는 지영이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가 미웠다. 지영이는 그를 보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정동진까지 갔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일 이 후 지영이는 더 빨리 병이 진행되었고 1개월의 시한부는 단 2주만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왠지 이 모든게 그 사람 때문인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화가 나고 싫지만 지영이의 부탁에 어쩔수 없이 그에게 쪽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보낸 쪽지가 16통이 되었을때 지영이는 세상을 떠났다.

2주 하고 2일을 살고 지영이는 그를 부탁한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난 그런 지영이가 불쌍하고 안타까워 그라는 사람에게 그나마 보내던 안부쪽지마저 보내지 않았다. 지영이의 죽음을 그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이렇게 쉽게 그에게 말하기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도 지영이만큼 슬픔을 겪고, 더큰 슬픔을 겪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보내는 안부쪽지를 보내지 않았고 그렇게 2주가 흘렀다. 2주동안 그의 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난 지영이에 대한 모든 걸 그에게 말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는 지영이의 아이디로 채팅방에 들어갔고, 그에게서 새로운 쪽지가 왔다.

"당신을 사랑했기에, 당신의 모든 걸 사랑했기에, 당신의 침묵마저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마세요... 당신을 사랑했기에...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당신이라는 사람이 없으면 안되겠습니다..."

그에게서 온 쪽지는 그의 진심을 너무나도 절실히 알게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쪽지를 보냈다. "내일모레 정동진역에서 뵈요, 그때 빨간 손수건을 목에 메고 와주세요" 지영이는 남자가 멘 빨간 손수건을 좋아했다. 그런 지영이를 위해 지영이가 그와 만나고 싶어했던 장소인 정동진역으로 지영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주길 바라는 마음로 쪽지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지영이의 뼈가 담긴 통을 가지고 정동진 역으로 갔다. 그는 지영이가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역에 나타났고, 나는 그에게 지영이에 대한 모든 걸 말했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고, 지영이가 담긴 통을 받아든 그는 연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뭐가 그렇게 고맙다는 걸까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뭐가 고마운건지 알 수 없었다.

그 남자 (민준)

 

사실 난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3개월전, 그날부터 그녀가 누군지 알고 그녀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녀가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매일마다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는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고,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에 마음을 빼았겼다. 자신도 힘들면서 남들을 도와주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빼았겼다.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입원기록을 몰래 살펴보고 그녀의 이름과 생년원일을 알았다. 그때 당시에 채팅이 유행했기에 혹시 그녀도 채팅을 하지 않을까 하고 그녀의 이름과 생년월일로 그녀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아이디가 조회되었고, 지금 채팅방에 접속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그녀가 접속한 방에 들어갔고, 그녀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채팅을 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내가 회사원이라고 속였다. 간호사라는 게 부끄러웠다기 보다, 그녀가 나에 대해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그녀와의 만남이 지속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회사원이라고 속이고 그녀와 채팅을 했다.

그리고 그녀와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에 취미가 여행이라고 했다. 물론 그녀는 다리가 불편해 맘대로 여행을 다닐 수 없겠지만, 내가 옆에 있어주고, 그리고 간호사 생활하면서 배운 실력이 있으면 그 정도는 문제 될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도 취미가 여행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지 알수 있었다. 서로 바라는 바가 같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그녀에 대해 알아갈 무렵 난 그녀가 다니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났고, 그녀와의 만남은 오직 온라인 상에서만 할 수 있었다. 난 그녀를 너무나 보고 싶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찾아가면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발령난 병원은 원래 다니던 병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온라인 만남이 지속되었고, 가끔은 그녀에게 토라지기도 하고, 그녀에게 사랑 고백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마음을 문을 열었다고 느꼈을때, 나를 밝히고 싶어서 서로 만나자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고, 나는 아직 그녀에게 시간이 필요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밝히고 남은 시간이라도 같이 보내 줄걸 후회한다...

그렇게 그녀에게 만나자는 답문을 기다리며 보낸 시간, 결국 그녀에게서 답문이 왔고 나는 기쁜 마음에 옷도 사입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빨간 손수건도 사서 목에 맸다. 그리고 정동진 역으로 나갔을때,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녀 대신에 그녀의 친구가 와 있었고, 나는 그녀의 소식을 친구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가슴이 터지듯이 슬펐다. 내가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녀에게 더 빨리 다가갔을 텐데, 그녀가 좀더 솔직했었더라면...
난 그녀의 친구에게 일단 고맙다는 말을 했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나마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그녀를 하늘로 보낼뻔 했으니 말이다.

물론 실물의 그녀는 이제 없지만, 그녀의 혼이 담긴 가루가 담긴 통이 내 손에 들려 있다... 그녀의 행복한 미소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녀가 담긴 통에서는 그녀의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울면서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야 만나 기쁘다고, 나는 그녀와 함께 정동진을 걸었다. 그녀와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녀를 보내주었다. 잠시동안 사랑했지만,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다른 사람이 비집고 틀어올틈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여행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난 매년 아직까지도 정동진을 찾아온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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