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3 대중음악가 이적의 서재

유소영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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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서재는 흔적이다

이 책들은 주로 스무 살 즈음부터의 것들이라서 작가들을 찾아가는  제 삶의 궤적이나, 관심사의 변화들이 담겨 있더라고요. 어떤 것들은 꽤 오랫동안 일관되게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는 것들도 있고, 제가 썼던 가사들이나 책이나 공연에서의 연출 등에 영감을 받았던 다양한 책들이 언뜻언뜻 보이고 해서 참 재미있어요.

 

  흩어진 책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고 보니

 

원래는 여기저기 책꽂이가 있었는데요. 예전에 살던 부모님 댁과 형제들 집에 있는 것들을 한 공간에 모아보자 하여 이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새로 마련했고요. 일단 모아보니, 없어진 책들이 참 많더라고요. 잃어버린 책들은 과연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모아놓으니 딱 이만한 방에 들어오더라고요.

아… 그래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책을 가지고도 자양분을 얻을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또, 책이 아닌 매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영화나 음악, 잡지, 신문, 뉴스, 인터넷의 블로그 글들도 이런 형태로 어딘가에 보존해두었으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책은 보존이 되지만 휘발되어 버리는 그런 정보들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삼형제가 나란히 앉아 책을 보던 기억

 

저는 일단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기억은 제가
초등학교 때 공부를 다시 시작하신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에도 집에 책이 참 많았는데. 서재의 큰 테이블에 삼형제가 대학원 공부하시는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서 숙제도 하고 했던 모습이 제게는 참 소중한 기억이에요.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하면서, 지적인 호기심이 있을 때 바로바로 찾아보기도 하고 물어 보기도 하던 그런 공간에 대한 욕구가 항상 있었습니다. 또, 제가 같이 사는 사람이 공부하는 사람이라서 공부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실 책을 좋아하긴 하더라도 서재에 정좌하고 있기 보다는 좀 뒹굴 거리면서 여기저기서 읽는 편이거든요. 이런 두 가지 필요성으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카프카, 보르헤스, 마르케스, 베케트를 좋아해요

이들이 환상성과 우화성을 유머적인 코드에 담아 이야기하는 점이 좋습니다. 세계에 대한 짓궂은 농담이 너무 짓궂어서, 웃으면서 읽다 보면 점점 웃음이 잦아들게 되는 그런 점이요. 노래 가사에도 있지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웃으면서 아프니까, 아픈걸 훨씬 더 아프게 느끼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중 카프카는 제가 대학시절 접했던 작가인데요. 카프카의 단편집은 제 인생에 있어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정도로 사물을 보는 시선이나 상상력 등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사자왕 형제의 모험’

 

삐삐롱스타킹을 쓰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라는 스웨덴 할머니의 작품인데요.
어린 시절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책이에요. 사후 세계에서 주인공 형제가 다시 만나, 흔히들 생각하는 평화로운 천국의 모습처럼 행복하다기 보다는 또다시 투쟁하는 이야기인데요. 그곳에서 용기 있는 삶을 살고 목숨을 잃은 후에 다시 한 번 다른 세계로 넘어 가는 이야기에요.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공포가 피부로 오는 나이가 있잖아요. 크면 오히려 그런 고민은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죽고 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고민을 한창 하던 어린 시절에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어요.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

 

저도 승효상 선생님처럼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에요. 4-5권을 동시에 보는데요. 침대, 마루, 화장실, 서재, 심지어 부모님 댁에서 읽는 책이 다 달라요. 어떤 책들은 한번에 확 읽어버리는 것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요.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지만 소설, 인문학, 과학, 일본어 책, 영어책 등으로 조금씩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뇌의 여러 부분을 건드려 주는 것 같아요. 특히 영어나 일본어 책은 매번 사전을 찾아야 하기에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요. 이런 외국어 책을 보다가,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우리나라 책을 보면 또 막 잘 읽히고, 그러다 어느 순간 또 나른해질 때쯤 해서 외국어 책을 들면 뇌의 전혀 다른 부분이 간지러워져요. 이런 것들이 결국 전체적으로 머리의 여러 부분을 잘 건드려 주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한 책을 보다가 지쳐서 며칠씩 내팽개쳐지게 되더군요.

풍성한 책장을 갖고 싶은 바람

 

저는 실제로 그런 서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소설가 신경숙 선생님 댁에 가본 적이 있어요. 나중에 지식인의 서재에서도 꼭 소개해 주세요. 거기 가보면 아… 2층까지 전부 책꽂이에요. 계단을 올라 가서 2층을 보면, 오디오와 엄청난 책장이 있고요. 하여튼 모든 사방에 입이 떡 벌어지게 되요. 남편이신 남진우 선생님과 두 분이 일생 동안 모으신 책들이 정말 장관입니다.
지금은 저도 아파트에 있어서 조금 제한적이지만 나중엔 꼭 그런 공간에 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실은 이 서재를 만들 때 도움을 주신 분이 신선생님 서재를 만들어 주신 분이세요. 제가 선생님께 여쭤보고 조언을 구했었죠.

즐기면서 봐주세요

 

저는 책을 많이 읽고 책을 통해서 지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또 대외적으로는 음악 하는 사람이고 해서 보시기에 좀 의외이실 것 같아요.
CD나 악기가 함께 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좋아하는 책들을 많은 분들께 소개시켜 드릴 수 있고, 혹시나 저 사람은 어떤 책을 볼까 궁금하실 분들이 즐거우실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지금 이 책장을 짜고 얼마 안된 때에 이렇게 마침 연락을 주셔서 서재를 만든 보람이 있고 기쁩니다. (웃음)

저는 그저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여러분과 똑같은, 그러나 나름의 취향을 가진 일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책들 중에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들만을 뽑았거든요. 재미있게 즐기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적이 추천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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