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장한 한나라당, 앞날이 걱정스럽다

배규상200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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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한 한나라당, 앞날이 걱정스럽다

 

 

 

여야가 극적으로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예상을 초월한다. 그제 합의에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한나라당은 곧바로 여야가 협의해 처리키로 한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합의의 기본 정신인 야당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전쟁에서 이긴 로마 병사들이 기고만장해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한나라당의 행태가 심히 걱정스럽다.

어제 국회 정무위에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법안,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 3개 법안을 강행 처리해 야당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은행법의 경우 여야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놓고 협의를 채 끝내지 않았는데도 한나라당은 서둘러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정 협의를 거쳐 수정할 것은 수정해 처리한다’는 전날 여야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절대 다수라는 힘을 빌려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또 문방위에서는 의사일정에 한나라당 의원의 저작권법 관련 법안만 올렸다가 야당이 반발하자 마지못해 야당 의원 법안을 상정하는 행태도 빚어졌다. 그뿐 아니다. 한나라당은 국회 정상화 합의의 핵심적 요소였던 미디어법 관련 합의의 의미까지 곡해하려 들고 있다.

한나라당에 묻는다. 그제 여야가 파국을 피해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취지가 무엇인가. 첨예한 논란이 있는 쟁점법안들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더 수렴하고,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지금 보여주는 행태는 승자의 교만, 다수의 횡포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합의정신을 잊고 전횡을 계속한다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지적하는 것처럼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독선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데 합의문이 어떻게 효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야당이 한나라당에 반발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귀를 열어 놓고 법안들의 문제점 해소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겸손과 반성이다.

 

 

 

2009년 3월 4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