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수줍은 당신 - 8화 (From Heaven) -

김상수200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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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수줍은 당신 - 8화 (From Heaven) -

* 이글은 사실과는 무관한 소설입니다. 특정인물이나 장소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소설 : 수줍은 당신 - 8화 (From Heaven) -

 

인성이는 오늘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로 같이 향소를 찾을 친구들을 찾았다. 전화를 들고서 대여섯 시간을 북새통으로 전화하였으나 유일하게 전화를 받아든 것은 민형이였다.

"여~! 친구. 오랫만이네. 뭐하고 지내냐?"

"아. 나야 잘 지내지. 다름이 아니고, 너무 바빠서 연락하지 않다가 어머니 기일이라 혼자가기 멋적어서 전화한건데 오늘 시간 좀 있니?"

"남는게 시간이야. 특별히 너한테만..."

"농담 말고..., 여자친구가 들으면 나 맞겠다. 여하튼 니 장난기는 여전하구나."

"언제 만날건데?"

"오늘 시간 되는데로 좋아. 점심이 끝나는데로 전화줘."

"그러지 말고 11시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나서 식사라도 하자."

간만에 푸른색 자켓을 꺼내입은 민형이는 차키를 가지고 간만에 드라이빙이라도 할 생각과 친구녀석의 얼굴을 보면 어떻게 해줄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연락이 너무 뜸해서 얼굴의 주름도 어떻게 변했는지 인성이의 검은얼굴을 성형으로 희게 만들었는지조차도 너무 궁금한 탓이어서, 만나면 장난스레 어깨와 얼굴을 한대 툭하고 휘갈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그간 연락도 없던 친구에게 화가 조금 났던 민형이였다.

민형이는 간단히 소스를 섞은 양송이스프에 연어구이에 간장과 설탕을 살짝 잰 소스와 마로니에를 잔뜩얹은 스파게티로 아침을 대신했다. -어떻게 보면 인성이에게 민형이의 이런 식사는 좋은 기분의 것일리 없다. 인성이에게 간단한 식사는 라면이나 토스트와 우유정도의 천원짜리 지폐 석장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룸에서 지하 이층으로 가서 차에 시동을 걸어둔 민형이는 그랜저 운전석 옆에 살짝 다리를 꼬고서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CCTV를 바라보니 얼마전에 차에 못질로 기스를 내고간 아이들로 약간 그 생각에 화가 나는지 눈을 찌푸린다.

"애들이 한건데 뭐..., 홈쇼핑에 광고하는 매직페인트로 간단히 넘길일이지. 범퍼나 나갔으면... 훗.."

살짝 머리를 꺾고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담배꽁초를 한번 차 열쇠와 함께 허공에 공깃돌을 던져잡듯 손을 놀린다. 경비대장이 순찰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차에 오르는 민형이였다.

몇개월간 차를 몰지 않은터라 차 안의 공기가 탁했다. 주행점검을 하기 위해 환풍도 해보고 히팅시트도 눌러보고, 차의 앞유리의 먼지들을 세척액과 함께 닦아내는 민형이였다.

시동을 건지 이십분이 되자 머플러에서 퉁퉁거리며 검은 연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튜닝을 한 네온을 한 네온을 한번 깜박여 보고 조심스레 출발하는 민형이였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민형이는 차안에 라디오의 주파수를 높이고 이리저리 체널을 옮겨본다. 지하에서 나간 차가 도로로 나갈 즈음에 한창 아카펠라 공연이 진행중이었는데 마치 그게 민형이의 엑셀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얏 호"

두시간이 지났을까? 민형이의 차는 어느덧 수도권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친구와의 약속장소에 다달았다. 안개꽃을 한손에 들고 정종과 같은 것을 쇼핑백에 한가득 넣어 기다리는 인성이의 얼굴이 보였다. 일이 힘들었는지 수척한 인성이는 약간 까무잡잡하고 그 몇년 사이에 더욱 마른체격이 된 것 같았다.

주차를 하고서 인성이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문은 클래식한 전화박스 같았다. 들어가자마자 배가고픈지 아무자리나 잡고는 털썩 주저앉아 스테이크와 콩꼬드를 주문하는 민형이였다. 아직 점심시간 한시간 전이라 예약석은 많이 비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은 민형이가 손짓한다.

"이리와 인성아."

인성이는 종업원들의 눈치를 보듯 움찔거리며 안개꽃과 자신의 꾸러미를 가지고 조심스레 테이블로 간다.

지배인이 주문을 이야기 하다가는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민형이에게 왔다.

"손님, 죄송하지만, 꽁꼬드는 오늘 남은게 없습니다. 까르붸네로 대신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렴한 카를로스로 하시면 좋겠습니다. 후식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후식은 됐습니다. 스프를 해주실때, 후추나 향신료를 덜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퍽퍽한건 제가 조금 꺼려서요."

지배인이 주문을 받고 가자, 인성이가 민형이에게 한마디 한다.

"낮부터 무슨 술이야?"

"넌 술마시려고 정종들고 온거 아니었어?"

"할말없다. 언제나 넌 넉살좋은 놈이구나. 그래, 하늘나라 가신 우리 어머니 위로주라도 사주는거냐?"

"그게 언젠데, 한 칠년도 더된거 아닌가? 그 장례식장에 오신 조문객들 사이로 니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역시 잊는것도 빠르다. 너한테는 슬픔이라는게 없어서 좋겠다."

"나라고 안그러겠니? 아니면, 내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알게 뭐냐?"

"역시..."

식사가 다 테이블로 오자, 스테이크가 바싹 익었는지 민형이가 투덜댄다.

"미디엄으로..., 할 수 없지."

퍽퍽한건 싫어하는 민형이는 스테이크가 바싹 익인게 싫은가보다. 울그락 불그락 거리는 민형이. 그리고, 스테이크를 썰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묻는 인성이. 창가밖으로는 돌무리가 타닥이며 예약손님이 하나둘 올 무렵 그들의 식사는 시작되었다.

스테이크 식사를 마칠 즈음에 옆으로 온 지배인은 카를로스 한병과 포도주잔 옆에 디켄더 하나를 놓아두고 간다.

민형이는 포도주를 디켄더에 벽면으로 줄기를 따라 따라낸 연후에, 한참을 흔들어 한손으로 인성이에게 따라준다.

인성이는 탄산이 톡쏘는 술맛이 이상한지 아니면 너무 달아서인지 물을 찾는다.

턱을 살짝 괴인체로 다시 인성이의 잔으로 디켄더에서 술을 옮기는 민형이가 묻는다.

"뭐하구 사냐?"

"나야 뭐. 공사판 인테리어 인부를 하고 있지."

"너 설계도 했었잖아. 그런데 굳이 왜 그런일을?"

"뭐 내가 하고싶은데로 다 할거 같으면..."

"그래도 하고싶은 일을 하는게 너에게도 다른 사람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니?"

두 사람의 그간 못지낸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술자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민형이는 디켄더의 술이 반잔쯤 남아서야 자신의 잔에 따라서는 입에 머금고 한참을 볼 사이로 움직였다. 그 우물거리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가 구륵거리며 장난하는 것만 같아서 인성이가 차마 말은 못하겠고 저절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큭 하는 바람소리를 낼 뿐이었다.

민형이가 계산을 하면서 인성이를 돌아보자, 뭔가 뉘엿뉘엿 하면서 구겨진 돈을 꺼낸다.

"자. 이건 내 밥 값."

"반가워서 내가 내는거니까 그냥 넣어두어. 다음에 니가 내면 되잖아."

민형이의 차로 인성이와 함께 가는데, 인성이가 돌무더기 바닥에 비틀거리며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찢었다.

"취했냐? 야. 빨리와. 어머니 기다리시겠다."

왠지 수줍은지 인성이가 차에 탈때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포장되지 않는 산길도로로 올라가는 길은 벌초가 되었는지 아닌지, 묘지 입구까지 가는 길은 너무 덜컹 거렸고, 차 미션이 휘청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묘비들이 줄지어 있는 사이로 장의사 하나가 관리실에서 나와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 둘에게 다가와 묻는다.

"저 차는 위쪽 라인에 세워주십쇼."

둘은 인성이의 어머니 무덤을 찾기가 여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참을 돌아서 걸으면서 민형이가 말한다.

"너도 찾은지 꽤 되나보구나. 어머니가 어디에 묻히신지도 모르니..."

"묘비가 하도 많으니, 내가 뭐 솟대를 꽃아놓을 수도 없고, 이렇게 찾을 수 밖에 없어."

어느덧 두시경을 알리는 알람이 울릴 즈음에 사과 두개와 장미꽃 두송이와 편지 한통이 놓은 무덤앞에 서게 되었다.

바로 인성이 어머니 무덤이었다. 인성이가 잠깐 눈을 뻐끔거리고는 뭔가 그 무덤 주위를 한바퀴 돈다.

"동생이 왔다 갔군. 같이 가자고 하지."

"너랑 여동생이랑 사이가 나빠진게 꽤 되는거 같다. 사고치고 가출해서 너도 고민 많았잖아."

편지를 살짝 열어보는 인성이는 잠깐 눈 사이를 훔쳐내며 가슴을 도려냈던 무엇인가에 어깨를 떨군다.

 

- 어머니에게 -

살아생전 꽃한번 펼쳐주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나 오늘 다녀가요.

내가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기저귀를 채우고, 내 젖가슴에 안기는 아이를 바라보노라니 이 아이가 머금는 나라는 존재가 이 아이의 하나의 존재가 되는 희열을 나는 알았습니다.

어머니, 전 후회를 하지만, 이 못된딸이 이제 어머니가 되어 뉘우쳤습니다.

어머니, 하늘나라에서 걱정하시지 말고 편안히 누워 이 두 장미꽃을 바칩니다.

하나는 제 남편이 드리는 것이고, 하나는 제가 드리는 것입니다.

이 사과는 고이 깎아서 어머니가 하늘에서 드시길 바랍니다.

이 못난 저는 여기에 술잔을 던지우니 어머니 편하게 걱정말고 잠드세요.

                                   -영순이 올림-

 

편지의 내용을 민형이가 훔쳐볼세라 인성이는 손 한쪽에 꾸깃거리며 울고 있었다.

왠지 동생은 보지 못했지만, 그 마음을 본것만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인성이였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빨랐다면 하늘에 어머니가 동생을 만나게 해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남자아이들 사고에 항상 휘둘려 다닌 동생이라 걱정했던 것을 마치 하늘에서 어머니가 걱정말라고 보내준 편지 같았다.

 

인성이가 한참 눅눅한 표정으로 무덤 앞에 서 있자 민형이가 손으로 인성이의 등을 토닥이며 살짝 안아본다.

"임마, 여섯살일때는 지났잖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는 한참이잖아."

감정이 정리될 무렵까지 한시간 남짓을 울었던 인성이였다.

그리고는 인성이는 쇼핑백에 들어있는 정종과 조기, 안개꽃 속에 아버지의 편지와 함께 그 재단에 올리며 털푸덕 주저 앉았다. 과도로 배와 사과를 깎으며 어머니로 만나는 동생을 그리면서 못내 아쉬운지 그냥 고개만 떨구었다.

먼 나라에서 온 아버지의 편지. 낮선 문자의 주소의 우편으로 배달되었던 편지는, 그곳에는 달러수표 여러장이 동봉되어 있었다.

 

- 당신에게 -

나 당신의 죽음을 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오.

생전에 당신을 사랑한 만큼 나 홀로 이곳에서 당신을 그리고 내 아이와 함께 그리지만, 이 곳도 만만치 않은 곳이오.

사랑보다 아픈건 죽음으로 떼어놓은 이별같구려.

고개를 조아리고 숙여봐도 당신에게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언제나 내가 기도하는 소리만 당신이 들어주면 고맙겠구려.

직접 그곳에 내 만나보고 싶지만, 안을수도 없는 당신을 그리면 내 속이 못내 아프므로 이렇게 보내는 편지를 못내 외면하지 말구려.

                               - 사랑하는 당신의 오빠가 -

 

그제서야 편지를 펴보고 달러수표를 꺼내든 인성이는 이젠 울음이 그칠 줄 모른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 뒤에 인성이와 아버지는 거의 잃어버린 시간속에 산 것만 같았다. 그것이 모두 인성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만 같아서 인성이는 마냥 한스러운 모양이었다.

민형이는 인성이의 대책없는 눈물에 그만 멀리 관리소까지 가서 줄담배를 연거푸 핀다.

"엉엉대는 큰 애기."

'다 큰놈을 저렇게 울려놓긴... 돌아가신 분 참.. 장난스럽네.'

민형이도 약간은 코 끝이 찡한지 미간사이로 뭔가 찡해져서 친구는 몰라라 하며, 차만 쳐다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울음을 그친 인성이와 함께 제사를 지내는 두사람은 정종을 올리며 제사의 의식은 다 같추진 못했지만, 그럴싸하게 치룬 후, 정종을 나누며 술을 나눈다.

둘다 곤드레 만드레 되어 어머니의 무덤에 정종을 들이붓듯 하고는 한참을 두사람은 소곤거렸다. 관리소의 장의사가 랜턴을 들고 다 떠난 무덤가에 두사람을 보자 못내 아쉬웠는지 관리소 한켠에 전기장판을 깔아둔 방으로 안내한다.

두사람은 방 안에서 투덕거리며 옛날 이야기를 하며 큰대자로 다리를 뻗고는 지쳐서 잠이 든다.

민형이는 그래도 정신이 나는지 천정의 다 낡아빠진 형광등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인다.

"그래... 한 없이 울어보는 것도 좋겠지.."

 

= 旻 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