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가 더 이상 아파서는 안된다

배규상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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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가 더 이상 아파서는 안된다

 

 

우여곡절 끝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착공식이 그제 서울 독립공원에서 열렸다. 완공되면 군 위안부의 역사를 박물관에 담을 수 있다. 박물관 건립 모금운동이 시작된 지 5년 만의 결실이다. 할머니들이 정부에서 받는 연금까지 내놓아 모은 1000여만원이 박물관 건립의 씨앗이 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숙원이 이뤄지기에는 난관들이 남아있다.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독립공원 안에 강제징용된 사람들이 들어오면 사적지의 의미가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관련 단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박물관 터에 남아있는 매점들의 멸실 허가를 유보하고 있다. 착공식은 했지만 실제로 첫 삽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할머니들을 내친다면 그들은 갈 데가 없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독립운동과 위안부 문제를 어찌 다르게만 볼 수 있는가.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운동과 나라가 없어 끌려가야만 했던 위안부의 역사가 어찌 별개일 수 있는가. 독립운동가들은 당연히 위안부의 아픔을 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길원옥 할머니(81)가 한 말은 뜻이 깊다. “박물관에서 후손들이 역사를 제대로 보고 배워 우리처럼 속지 말고 수난도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치부로만 여기며 두리번거린다면 영원히 수치스러운 역사일 수밖에 없다. 위안부 문제를 정시(正視)해야 비로소 치욕의 역사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치유할 수는 있다. 그 일환의 하나가 박물관 건립이다. 박물관은 조국과 고향을 떠나 서럽게 떠돌던 이 땅의 꽃 같은 딸들을 다시 모국으로 불러들이는 유택(幽宅)이 될 것이다. 부디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을 때 완공되어, 같은 아픔을 지닌 채 먼저 간 할머니들에게 술 한잔 바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09년 3월 10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