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지났는데…’ 45일동안 태극기 펄럭이는 까닭은?

정구환20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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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지났는데…’ 45일동안 태극기 펄럭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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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행안부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일환
ㆍ“안하느니만 못하다” 민원 쇄도

3·1절이 지났지만 거리 곳곳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정부가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해 45일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극기 관리 소홀과 홍보 부족으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태극기, 깃대 꺾이거나 나무에 묶이거나

10일 서울시내 주요 도로에 게양된 태극기의 훼손상태는 심각했다. 대부분 매연과 먼지에 노출돼 때가

 탄 데다 나뭇가지와 도로 표지판 등에 걸려 꾀죄죄했다. 또 태극기는 온데간데없이 깃대만 남아있거나

 깃대에 말려 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깃대가 부러지거나 구부러져 땅바닥을 향하고

있는 태극기부터 가로수에 묶인 태극기까지 오염되고 훼손된 태극기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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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2일 ‘제90주년 3·1절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3·1절을 맞아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태극기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다음달 13일까지 태극기를 게양하라는 지침이었다. 이 지침은 전국의 각 지자체로 전달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3·1운동에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강조하기 위해 3·1절부터

4·13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까지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라며 “임시정부에 대한 관심과 태극기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997년 연중 24시간 국기게양제도가 시행됐지만

정부 주도로 전국에서 한달 넘게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태극기가 열흘 넘게 걸려있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극소수.

그나마도 “3·1절에 게양했다가 방치된 것 아니냐”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노점상을 하는 이모씨(38)는 “태극기가 도로 가까이 게양돼 있다 보니 버스가 치고 가는 일도 있다.

어제는 태극기가 차도에 떨어져 굴러다니기도 했다”며 “태극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운동이

오히려 국기를 모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씨(91)는 깃대에 둘둘 말린 태극기를 가리키며

 “차라리 안 거느니만 못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김씨는 “태극기는 국가를 상징하는 것인데

저것이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인가”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국기를 함부로 다뤄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르치는 것밖에 더 되냐”고 한탄했다.

이밖에도 부천에 사는 최모씨(28)는 “지난해에는 ‘건국 60주년’이라고 기념사업을 크게 벌였던 정부가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한다니 이율배반”이라며 “어려운 경제상황에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전시행정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자체, 게양구간 축소하기도

‘3·1절 지났는데…’ 45일동안 태극기 펄럭이는 까닭은? 깃대가 꺾여 태극기가 땅바닥을 향해 펄럭이고 있다. ⓒ경향닷컴

지자체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행안부는

지침에 ‘심한 눈·비·바람(악천후) 등으로 국기의

존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내렸다가 다시 달아야 함’이라는 문구를

명시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훼손된 태극기에 대한 민원이 쏟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태극기를 직접

 관리하는 입장에서 예상은 했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민원이 빗발친다”며

“각 동사무소에서 하루에 두 번씩 돌며 훼손된

태극기를 교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청의 관계자는 “안 하느니만 못한

행정”이라며 “상징성은 공감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지자체가 태극기 게양 구간을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태극기를 잘 관리하지 못할 바에야 큰 구간에만 게양해 제대로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민원이 많고 지자체가 예산이나 인력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이후 홍보와 관리문제는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국 6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이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국을 언제로 볼 것이냐의 의미지 둘 다

의미있는 행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중간에

태극기 게양을 그만둘 수는 없다”며 “좋은 취지인 만큼 긍정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경향닷컴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setFontSiz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