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아나운서

이소영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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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아나운서

손석희 아나운서는 (이제는 그 높은 아나운서국장님이시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방송인 중에 한명이다.

 

어느 글에서 우리 나라에는 다른 신념있고, 능력있는, 존경할 만한 방송인이 많다고...손석희의 드러난 이미지만 보고 맹목적으로 좋아하지 말라는 어떤이의 글을 보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어쩌랴 좋은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손석희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방송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나름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겠다.(요즘은 조금...)

 

예전에 그가 뉴스를 진행할 때였다. 왠지 사람들은 그의 뉴스를 보며 약간 불편해지곤 했는데...그 이유는 그가 카메라를 잘 보지 않고, 자주 책상에 있는 뉴스멘트지를 보고 읽는다는 점 때문이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방송을 진행할 때는 중앙 카메라 바로 옆에 프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굳이 멘트지를 읽지 않아도(긴급뉴스를 제외하고..) 마치 외워서 하는 것처럼 멘트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손석희 그는 카메라를 피하고 자꾸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가?

 

흔히 우리는 뉴스 앵커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로 보면서 또박또박 힘있게 멘트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우리나라...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그렇게 한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그런 건 아니다. 독일 같은 나라에선 앵커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로 보는 걸 금기시 하곤 한다.

 

미국식 앵커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사실은 그 옆의 프롬프트를 바라보며) 연기를 한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힘있게 얘기하는 앵커를 보며 점점 뉴스에 빠져든다. 미국의 유명한 앵커들의 이러한 눈빛과 제스처는 어떤 뉴스를 택할까라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국 방송의 앵커들은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막강하고,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앵커의 말을 어떤 정치인보다도 더 신뢰한다.

 

이에 반해 독일식 앵커는 될 수 있는 한 뉴스에 앵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즉 앵커의 시선, 앵커의 제스처에 따라 뉴스가 판단되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독일식 앵커의 기본 입장이며 이에 따라 그들은 시청자가 앵커보다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카메라를 직접 쳐다보기 보다는 뉴스 멘트지로 시선을 떨구는 것이다.

 

사실 어느것이 옳다고 얘기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것은 뉴스가 반드시 중립적일 필요는 없으며..사실 완전히 중립이라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가 개인의 시선과 제스처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면 그 폐혜는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앵커들은 미국식 앵커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 한 방송사의 뉴스는(특히 9시 뉴스는) 그 방송사의 사활은 건 전쟁터였으며, 시청자들은 뉴스 내용 자체보다 어떤 앵커냐에 따라 뉴스를 선택했다. 모든 앵커들은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강렬히 쏘아 볼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손석희 아나운서의 색다른 진행방법에 시청자은 얼마나 당황하고 어색했을까? 혹은 저 앵커 아직 숙달이 안되서 멘트도 제대로 못 외우고....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혼자 아니요라고 말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리고 그 아니요를 지속적으로 말하기는 더욱 더 힘들다. 손석희 아나운서의 경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선배가 누구인가? 바로 그 "심히 통탄할 노릇"입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던...별로 통탄할 만한 일도 아닌데 아주 통탄하고, 비통해 하던 오버의 화신 엄기영 앵커 아니던가 말이다.(96년도 연세대 사건 때가 정말 피크였다.). 거기다가 앵커라는 자리 이거 전국 수백만 수천만의 눈이 지켜보는 자리였으니, 뻔히 보이는 눈 앞의 기사를 보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멘트지를 읽는 그의 용기는 진정 갈채받아 마땅한 일이였던 것이다.

 

어쩄든.....한 때 모든 대학방송인들의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풀종다리의 노래'를 읽기도 전에 나는 이미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필이 꽂혔고. 아직까지도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중 한 사람으로 손 꼽히고 있으니. 그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 그냥 흐뭇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끝까지가 정말 힘든 법이다. 내가 좋아하던 노무현이 노통으로 바껴가던 모습을 보며, 한때 우상이였던 김지하와 박노해의 변한 모습을 보며, 민석이 민새가 되는 걸 보며, 철혈의 임종석이 물타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죽음 이후에나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죽음마저 아름다웠던 문익환 목사나 김남주 시인처럼...손석희 아나운서도 그런 모습으로 변치않고 남아주길 바라는 걸 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