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사이트 규제 - 법원이 기각

장혜정200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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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이트 규제



최영 (한국외국어대 신방과 교수)

사이버 민의 막는 권력 남용

안티사이트는 다양한 사회권력에 대한 대중들의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공론의 장에서 발언의 기회가 없는 소시민들의 언론창구인 셈이다. 균형이 잡히고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사회권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시스템이 항상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안티사이트들은 개인들에 대한 단순한 비방만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의 횡포나 문제점의 지적은 물론이고,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모 재벌기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안티사이트의 운영자를 대상으로 비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기각한 일도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을 비방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비난마저 용인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법원은 달고 있다.
그렇다면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그래서 특정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안티사이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일부 사이트들, 특히 정치인과 연예인 관련 안티사이트들은 비판과 해학의 수준을 넘어서 악의가 가득찬 글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명예훼손을 입은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신의 명예만이 아니라 건전한 인터넷 사이트 문화의 창조를 위해서도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인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대중에 의해 살고 죽는 집단이다. 명예훼손의 법적 판단에 있어서도 공인인 경우에는 일반인들보다 그 기준이 덜 엄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대중들에 의해 탄생한 공인이 자기 자신들에 대한 대중들의 풍자를 이겨내지 못하면 공인 스스로의 자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패러디의 수준을 넘어서 악의에 찬 명예훼손이라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대중에 대한 공인의 의무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안티사이트는 시민사회 형성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시민 저널리즘의 일환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욕설과 비방만이 난무하는 사이트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설사 그러한 불건전한 정보가 유통된다고 해서 안티사이트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욱이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그것에 대해 형사 고발을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터넷 검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풍자와 패러디가 없는,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회가 과연 민주주의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점점 황폐화되고 고립화되어 삭막해져 가는 인간 세상의 여유를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사회는 중앙집권적, 수직적, 권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분산적이고 수평적인 사회이다. 밑에서 올라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그러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 경향신문/ 2001.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