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빛과 그림자

김대영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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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

Title: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빛과 그림자

글/ 군사칼럼리스트 김대영

 

 미 보잉사는 스텔스 기능과 내부 무기 탑재 시스템을 갖춘 F-15 전투기의 개량형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지난 3월 18일 오전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었다. 보잉사측은 만약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마지막에 인도되는 F-15K 전투기의 일부에 한해 스텔스 기능과 내부 무기 탑재 시스템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월 17일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 위치한 보잉사 공장에서는 국제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공개하였다.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에 대한 성능과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은 김병기님의 글을 참고하시고 이 장에서는 보잉사가 새롭게 선보인 F-15ES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가 국내 F-X 사업과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어떠한 효과를 미칠지 분석해 보기로 하겠다.

 

혜성처럼 나타난 F-15 사일런트 이글

 지난 3월 17일 발표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전투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쇼킹한 하루였다. 특히 과감하지도 않지만 소심하지도 않은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형상변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동안 스텔스 성능과는 담을 쌓았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장착된 컨포멀 탱크를 개량하여 탱크 안에 내부 무장창을 만들고 꼬리날개의 각을 달리하고 스텔스 도료를 발라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다. 그리고 변화된 보잉사의 전투기 마케팅 방식도 놀라움의 대상이다.

 참고로 지난 2008년 7월 14일 판보로 에어쇼때 발표된 보잉사 통합방위체계사업부의 향후 사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살펴보면 더욱 놀라움에 빠지게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보잉사는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고 지난 2000년에 발주된 사우디 아라비아의 F-15S 전투기를 시작으로 이스라엘의 F-15I 전투기, 한국의 F-15K 전투기, 싱가포르의 F-15SG 전투기 그리고 일본에 제안한 F-15FX 전투기를 차세대 멀티롤 전투기인 선진형 F-15로 정의하고 일본에 제안된 F-15FX 전투기를 선진형 F-15의 주력상품으로 소개하였다. 그랬던 보잉사가 돌연 지난 3월 17일 발표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는 이 언급을 빼버리고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내놓았다는 것은 180도로 선회한 보잉사 전투기 마케팅 방식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외신에 의하면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시작은 지난 2008년 9월 8개의 보잉사 엔지니어 그룹이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를 어떻게 하면 스텔스 성능을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개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물이 지난 3월 17일 공개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이다. 공개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는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기체 실험기인 F-15E-1을 바탕으로 목업 부품들을 장착한 형태로 아직 완벽한 시제기는 아니다. 보잉사에 의하면 빠르면 올해 시제기를 제작하여 연말이나 2010년쯤 첫 비행을 할 예정이고 한 차례의 무장 투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종합해 보자면 단 7개월이라는 시간 만에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는 탄생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전투기인가?

 그렇다면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투기인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를 제일 많이 운용중인 미공군의 경우 예전부터 그랬지만 선진형 F-15 기체의 신규 발주에는 관심이 없다. 발등의 불은 F-22 랩터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개량사업에 하나로 생각해 볼만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운용중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경우 자체적인 개량사업을 통해 선진화 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이 사업이 보잉사가 세계시장에 내놓은 선진형 F-15 기체의 근간이기도 하다.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에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와 같은 스텔스 성능을 갖게 하는 개량사업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현재 도입이 진행중인 F-22 랩터 전투기와 F-35 라이트닝 2 전투기가 있기 때문에 굳이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스텔스 성능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 이스라엘, 사우디,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

 현재 F-15 계열 전투기를 운용 중이며 보잉사가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목표 시장으로 언급한 일본, 이스라엘, 사우디, 싱가포르, 우리나라 4개국을 살펴보겠다. 우선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은 현재 항공자위대가 운용중인 F-4EJ 전투기를 대체할 F-X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수량은 50여기로 일본은 대체 기종으로 F-22 랩터 전투기를 고려했지만 미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사실상 F-22 랩터 전투기의 도입은 무산되었고 미국 보잉사의 F-15FX 전투기와 F/A-18 E/F 슈퍼 호넷 전투기 그리고 유럽의 유로파이터사의 타이푼 전투기 3개 기종을 F-X 사업의 후보기종으로 압축하고 올해 8월 F-X 사업의 기종을 선정하고 2015년에 초도기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F-X 사업의 기종으로 F-15FX 전투기의 선정이 유력시 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말을 넘어가면서 일본내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F-4EJ 전투기의 대체기로 국내에서 생산중인 F-2A/B 전투기의 개량형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F-2C 전투기로 명명될 이 전투기는 행동 반경 연장에 필요한 컨포멀 탱크 장착과 같은 외형적인 변화는 없고 현존 F-2A/B 전투기를 바탕으로 미공군의 F-16 CCIP 개량계획과 같이 항전장비의 강화와 신규무장의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국산 목표지시장비와 신규무장의 운용 그리고 미군의 J-시리즈 무장의 대폭적인 채용, 이에 필요한 미션 컴퓨터의 강화로 압축되고 있다. 또한 가중되는 대내외적 경제악재 속에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F-X 사업이 무산되고 F-2C 전투기의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보잉사의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 발표 후 일본 내 반응은 냉담했다고 하니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대일본 판매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다소 희박해 보인다. 

 이스라엘을 살펴보자 이스라엘 공군의 경우 제공형인 F-15A/B/C/D 이글 전투기를 비롯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의 이스라엘 버전인 F-15I 전투기를 운용중인 국가이다. 이스라엘은 F-15I 전투기의 추가적인 도입을 원했지만 결국 비용상의 문제로 F-16I 전투기를 선택했고 차세대 전투기로 F-22 랩터 전투기를 오랫동안 점 찍어 놓았지만 이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현재는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의 조기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에는 관심이 없다. 현재 운용중인 F-15I 전투기의 선진형 F-15 기체로의 개량은 고려해 볼 만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얘기는 흘러나오고 있지 않다. 그 다음으로 언급된 사우디 아라비아를 살펴보자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선진형 F-15 기체의 수요가 현 상황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다. 지난 1995년부터 총 72대의 F-15S 전투기를 인도 받아 운용 중에 있다. 72대중 48대는 공대지 임무용이고 24대는 공대공 임무용이다. 하지만 이들 전투기는 도입 당시부터 극심한 다운 그레이드로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미국 내 친 이스라엘 단체의 압력과 미정부의 결정으로 APG-70 레이더의 지상 맵핑 기능 제거, 전자전 시스템의 성능 축소, 랜턴 시스템의 성능을 다운시킨 샤프 슈터 시스템을 채용하였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미션 컴퓨터 OS의 경우 1980년대에 사용되었던 포트란을 사용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한국 공군의 KF-16 전투기의 미션컴퓨터의 OS가 C++언어를 사용한 것을 생각한다면 다운 그레이드의 정도가 도를 지나선 상황이다. 지난 2002년경을 전후해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24대의 F-15S 전투기의 추가구입을 생각했지만 9.11 테러 이후 과거와 달리 악화된 사우디 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9.11 테러의 주역인 빈 라덴의 고향이 사우디 아라비아였다)로 인해 흐지부지 되어버렸고 최근에는 운용중인 F-5E/F 전투기의 후계기로 유럽의 유로파이터사의 공대공과 공대지 임무가 가능한 타이푼 트렌치 2 기체를 선정하여 지난 2008년 10월 20일에 초도기의 성공적인 비행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란의 핵개발과 페르시아만에서의 이란의 군사력 확대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F-15S 전투기의 추가도입 혹은 현재 운용중인 F-15S 전투기의 선진형 F-15 기체로의 개조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 1980년대부터 F-15C/D 전투기 85대를 도입하여 운용 중에 있어 이들 기체의 후속기체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도입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 하다. 다음은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선진형 F-15 기체 중 가장 첨단의 기체인 F-15SG 전투기 24대의 도입이 한참이다. 지난 2008년 11월 3일 F-15SG 1호기가 롤 아웃 하였으며 2009년 6월경 싱가포르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공군의 경우 F-15SG 전투기로 현재 운용중인 A-4SU 슈퍼 스카이 호크 전투기를 대체한 후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신규 도입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싱가포르는 이스라엘과 함께 F-35 라이트닝 2 전투기 개발계획에 낮은 단계의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생산중인 F-15SG 전투기를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로 개조하는 것은 생각해 볼 만 하지만 만약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기체의 도입 댓수가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공군은 F-X사업으로 F-15K 60대(1차 40대, 2차 21대)를 도입한 뒤 미 록히드 마틴사의 F-35 라이트닝 2 전투기 등 스텔스 기종 60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보잉사가 전격적으로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선보인 것도 우리 공군이 2013년부터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 확보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공군은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전투기의 대세는 한 기종에 집중되어 있다. 바로 록히드 마틴사의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이다. 특히 줄곧 미국제 전투기를 운용중인 국가들에게 F-35 라이트닝 2 전투기는 차세대 전투기의 대명사이다. 물론 F-35 라이트닝 2 전투기보다 훨씬 뛰어난 F-22 랩터 전투기가 있지만 너무 비싸고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미정부는 수출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만약 F-22 랩터 전투기가 수출된다 하더라도 살 수 있는 국가는 한정되어 있으며 도입국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미정부의 엄격한 관리 감독하에 전투기를 운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의 개발 계획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대로 라면 2020년 이후에나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의 도입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기종은 현재 도입이 진행중인 F-15K 전투기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현재 3차 F-X 사업에 배정된 60대의 소요 중 절반은 현재 형상을 유지한 F-15K 전투기 추가 도입 사업으로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4차 F-X 사업을 통해 F-35 라이트닝 2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공군의 F-X 사업이 재조정 되었으면 한다. 일본의 경우 F-4EJ 전투기의 대체기로 F-2C 전투기의 생산이 대두되고 있는 이면에는 자국항공산업의 보호라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시간을 벌어보려는 속셈도 깔려있다. 미정부의 F-22 랩터 전투기 수출결정 그리고 F-35 라이트닝 2 전투기의 양산이 본격화되어 기체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전력지수의 유지가 중요하다. 즉 일본은 가장 선택하기 쉬우면서 빠른 시간 내에 전력지수를 유지할 수 있는 F-2C 전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군의 경우 F-15K 전투기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 내에서 기체가격이 상승된다면 도입 댓 수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개발에 대한 리스크 이후 후속지원 등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판매 대상국으로 지목된 나라들이 과연 이 계획에 얼마나 동조를 할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만약 앞서 언급된 4개국이 컨소시엄이라도 만들어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 개발계획에 참여한다면 우리 공군도 앞서 언급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이 전투기가 10년 전에만 나왔더라면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공군의 F-X 사업에서 절대적인 효과를 보였을 것이다. 1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세미 스텔스 전투기였던 프랑스 닷소사의 라팔 전투기가 한국에서는 전지전능한 스텔스 전투기인 것처럼 알려졌던 때 말이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