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를 묶고서..

이현주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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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제법 길었다

아니 많이 길었다

윤은혜의 커피프린스 머리가 그야말로 유행하던 때

나는 단발로 라도 머리를 좀 자르고 싶었다

나는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

기분 전환에 단발머리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단발머리를 좋아한다

커트 머리 모양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보이쉬한 매력은 눈꼽만큼도 없기 때문에 단발 길이 까지만 괜찮고 그 이상 짧아지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난 단발머리로 자르고 싶다고 자주 종알거렸다

윤은혜의 머리스타일이 연예인들 전반에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나의 치렁치렁 길어나는 머리는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유달리 고집을 부렸다

머리카락의 길이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

단발머리도 싫다고 했다

단발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단발머리의 연예인들을 읊어대며 이쁘지 않냐고 졸랐지만, 그는 안예뻐!, 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고집스럽지 않은 그 사람의 유일한 고집스러움을 나는 저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늘 긴 생머리를 고집하는 그 사람 때문에 억지로 머리를 길렀다

이젠 너무 길어져서 허리에 닿을 지경이다

머리가 길어지다 보니 숱도 많아져 제법 치렁치렁하다

요즘은 장서희의 단발이 유행이다

예뻐 보인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자르고 싶다

내 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쁘다고 중얼거릴 사람도 없다

그런데 머리카락들을 자르지 못한다

일할 때는 걸리적거려 머리핀으로 올려 버리는 한이 있어도 자르지를 못한다

일년이 넘도록 기른 머리가 아깝기도 하다

자르는 건 잠시지만 기르는 건 몇 년이 걸린다

자르지도 못하는 머리카락들을 위로 올려 핀으로 고정시키고 나는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아마도 그 사람은 콜라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늘 바나나 우유를 찾던 그가 언젠가부터 콜라를 사기 시작한 걸 알아챈지 얼마나 됐을까

콜라는 중독되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그 사람이 여전히 콜라를 마시고 있을 동안 나는 바나나우유를 사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난 바나나를 좋아했고 바나나우유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차갑게 몸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바나나우유의 상쾌함을 느끼면서 긴 머리를 언제까지 기르게 될지 궁금해진다

길러야할 이유가 없는 긴 머리가 언제까지 내 뒤를 치렁치렁 뒤따라 다닐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