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상률 전 청장 미국행 방조했나

배규상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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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상률 전 청장 미국행 방조했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혹 규명에 있어서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15일 유학차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미국행이 공교롭다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의 설명에 미심쩍은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현정부로까지 확대되자 검찰이 한 전 청장의 미국행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 주말이다. 한 전 청장이 추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에 미국행 비행기를 탄 셈이다. 한 전 청장이 누구인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총지휘한 사람이다. 정권실세인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청탁을 받고 접촉했다면 당연히 한 전 청장이 최우선 순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검찰은 올해 초 터진 한 전 청장의 이른바 ‘그림 상납’ 의혹에 대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하지 않았다. 한 전 청장에게서 인사 청탁용 그림을 받았다는 사람이 말하는데도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지금껏 미적거려왔다. 검찰이 한 전 청장에 대한 조사에 미온적이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박 회장과 현 정권 실세들의 어두운 거래를 밝혀내기 위해 한 전 청장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 어떠한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검찰은 우선 한 전 청장의 소재를 파악한 뒤 귀국을 종용할 필요가 있다. 한 전 청장도 조속히 귀국해 진실을 규명하는 데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한 국가의 세정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다.

 

 

 

2009년 3월 25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