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최소연200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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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드라마의 인기 척도를 표현할때

시내 차량 흐름이 한산해졌네 어쩌네 하는데,

어렸을 때는 저녁 5시30분대에 방영했던

만화 프로그램 덕분에 동네마다 놀이터들이 한산해지곤 했었다. 

그 중에서도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바로 <빨강머리 앤>이다. 

주인공 앤 셜리가 기차역에서 내려 매슈 아저씨를 만나

마을로 마차를 타고 들오올 때 벚나무들이 끝도없이

이어지던 그 환상적인 풍경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작년이 원작 소설<빨강머리 앤>이 탄생한지 100주년 되는 해다. 

하여 여러 출판사에서 빨강머리 앤을 재탄생시킨 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캐나다의 '빨강머리 앤 협회'에서 공식 인증한 3종 세트가 출시되어 눈길을 끈다. 

원작 <빨강머리 앤>, 이를 바탕으로 앤의 어린 시절을 그린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그리고 작가 루시M. 몽고메리가 살아 생전 만들었던 스크랩북을 재편집한   

<빨강머리 앤 이미지북>이 바로 그것.

<빨강머리 앤>을 읽는 기쁨은 뭐니 뭐니 해도 주근깨투성이에 말라깽이이고

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상상력이 풍부한

주인공 앤 셜리 때문일 것이다. 

마크트웨인과 키플링 등은 그녀를 두고

'세계 문학사상 보기 드물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씨'라고

극찬하기도 했는데, 이 독특하며 생생한 캐릭터 덕분에

작가인 몽고메리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의 반열에 올랐다. 

급기야 몽고메리 사후 캐나다의 스타 작가인 버지 윌슨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은 앤의 고아를 생생하게 그려낸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적에>가 탄생하기까지! 

그런데 앤을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이 세 권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무래도 몽고메리가 1893년부터 1910년까지 소설의 배경이 된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살면서 당시의 추억들을 모아 만든 스크랩북일 것이다. 

이 책에는 앤을 창조해낸 기간 동안 그녀가 대학생과 교사, 작가로서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증거하는

각종 편지며 삽화, 천조각에 심지어 고양이털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몽고메리와 앤이 상당히 흡사한 성격에

비슷한 꿈을 지니고 있음에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세계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은 명작 탄생의 비밀엔,

케이크를 만들때 진통제를 넣는가 하면

얼룩덜룩하게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한는 등

그야말로 천방지축인 작가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큭큭대며 책을 넘기다 보니 갑자기 TV 속 주제가를 흥얼거리게 된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주근깨 말라깽이 소녀, 어떻게 그녀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모든 걸 다 안다면 세상을 사는 재미가 절반도 안될 거예요.

   그럼 상상할 것도 없지 않겠어요?     <빨강머리 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