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보인다.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려 하는데,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일인지 온 몸이 반응을 안 한다. 사지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주위의 분주한 움직임과 어디선가 모를 기계음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영문을 몰라 누워있는데, 녹색 가운을 입은 사람이 눈 앞에 선다. “아저씨. 아저씨. 눈 떠봐.” 가슴 언저리에 아득한 고통이 느껴진다. 어? 아직 ’아픔‘이라는 느낌이 느껴지네? 그 사람은 내가 조금씩 움찔거리자, 다시 외친다. “아저씨, 이종효 맞아? 이종효 맞냐고?”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내게 반말을 한다. 순간 기분이 나쁘다. “왼손 들어봐. 오른손 들어봐.” 마치 군대에 다시 들어간 것 같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 닦달하던 그 사람은 그렇게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사라진다.
2막 -
중환자실 실습 과제로 중환자 체험해보기를 했다.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다. 처음엔 ‘누워있는데 편하겠네’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자 벌써 답답했다. 흔히 말하는 ‘좀이 쑤신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옆으로 돌아 눕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20분, 30분. 슬슬 졸려 온다. 누워서 가만 있으니, 순간 나도 모르게 자고 말았다. 일어나니 벌써 1시간 20여분이 지났다. 깨어난 뒤 죄책감에 남은 40분은 충실히 누워있자 다짐하였다. 병원에서 보았던 환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수시로 사지의 움직임을 체크하러 주치의가 온다. 병실에서 보았던, 그의 언행들. 아버지, 어머니 뻘 되는 환자들에게 서슴없이 반말을 하며, 사정없이 꼬집던 모습. 흐릿한 정신으로 있던 환자들은 고통에 말로 표현은 못하고, 손도 못 올리고, 아무 저항도 못 한 채, 간신히 머리를 살짝 저으며 표정을 찡그릴 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광경. 그 환자가 나라고 투영을 해보니, 괜시리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리 내가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고 해도, 누군가가 내 몸에 손을 대고, 더하여 꼬집고 반말까지 한다면 정말 속에서 열불 날 것 같다.
3막 -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내 케이스 환자분이 하신 말이 떠오른다. 새벽에 ventilator를 off하면서 T-Piece로 산소공급 받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며 호흡이 곤란하다. 발버둥이라도 쳐 보려 하지만, 양 손은 침대에 묶여 있다. 간호사를 부르려 하지만, 가슴통증으로 부르지도 못한다. 일단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입을 막고 있는 Tube를 잡아 뺐다. 이제 숨 좀 쉴만하다.
4막 -
혈종내과 실습 때 만났던 환자가 생각난다. 어느 날 화장실에 갔다가 사지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졌다. 병원에 실려오고, 그 이후로 왼손 이외에는 모두 움직일 수 없다. 말도 어눌해졌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반신 불수라니 당황스럽다. 대, 소변, 식사 모두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안된다. 한 순간, 절망에 빠진다.
5막 -
누워서 중환자 체험을 하다 보니 실습 때 만났던 다양한 환자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답답한 심정을 그 때는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저 옆에서 갑자기 이런 일 당하셔서 당황스럽겠네요. 힘드시죠?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였다. 정작 난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였으니,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2시간 동안 짧은 경험으로 그들의 모든 심정을 알 수 있지는 못하겠으나, 지금은 그 환자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밥 먹을 때 한 손으로 먹어 보았다. 반찬을 떠먹는 것을 포기하고, 밥과 국물만 퍼 먹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 밥먹기, 배변활동, 몸 씻기, 눕기, 앉기, 일어서기.. 어느 것 하나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절망적이다.
6막 -
2시간의 짧은 시간으로 감히 환자분들의 마음을 알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지금 이 심정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의 천분의 일도 안될테니까. 그래도 다음에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조금은 느껴보았으니까.
제대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촉감을 느끼고, 향을 맡을 수 있으며,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화날 땐 화내고, 기분 좋을 땐 기뻐할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지금의 내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7막 -
어리숙하고, 실수도 잦고, 우유부단하고, 센스도 없어서 항상 스스로 책망하던 나에게 미안하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굴 사랑한단 말인가.
어느 날 내가...
■ 중환자 경험(2시간 동안 눈뜬 채로 누워있기)
1막 -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보인다.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려 하는데,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일인지 온 몸이 반응을 안 한다. 사지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주위의 분주한 움직임과 어디선가 모를 기계음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영문을 몰라 누워있는데, 녹색 가운을 입은 사람이 눈 앞에 선다. “아저씨. 아저씨. 눈 떠봐.” 가슴 언저리에 아득한 고통이 느껴진다. 어? 아직 ’아픔‘이라는 느낌이 느껴지네? 그 사람은 내가 조금씩 움찔거리자, 다시 외친다. “아저씨, 이종효 맞아? 이종효 맞냐고?”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내게 반말을 한다. 순간 기분이 나쁘다. “왼손 들어봐. 오른손 들어봐.” 마치 군대에 다시 들어간 것 같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 닦달하던 그 사람은 그렇게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사라진다.
2막 -
중환자실 실습 과제로 중환자 체험해보기를 했다.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다. 처음엔 ‘누워있는데 편하겠네’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자 벌써 답답했다. 흔히 말하는 ‘좀이 쑤신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옆으로 돌아 눕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20분, 30분. 슬슬 졸려 온다. 누워서 가만 있으니, 순간 나도 모르게 자고 말았다. 일어나니 벌써 1시간 20여분이 지났다. 깨어난 뒤 죄책감에 남은 40분은 충실히 누워있자 다짐하였다. 병원에서 보았던 환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수시로 사지의 움직임을 체크하러 주치의가 온다. 병실에서 보았던, 그의 언행들. 아버지, 어머니 뻘 되는 환자들에게 서슴없이 반말을 하며, 사정없이 꼬집던 모습. 흐릿한 정신으로 있던 환자들은 고통에 말로 표현은 못하고, 손도 못 올리고, 아무 저항도 못 한 채, 간신히 머리를 살짝 저으며 표정을 찡그릴 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광경. 그 환자가 나라고 투영을 해보니, 괜시리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리 내가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고 해도, 누군가가 내 몸에 손을 대고, 더하여 꼬집고 반말까지 한다면 정말 속에서 열불 날 것 같다.
3막 -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내 케이스 환자분이 하신 말이 떠오른다. 새벽에 ventilator를 off하면서 T-Piece로 산소공급 받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며 호흡이 곤란하다. 발버둥이라도 쳐 보려 하지만, 양 손은 침대에 묶여 있다. 간호사를 부르려 하지만, 가슴통증으로 부르지도 못한다. 일단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입을 막고 있는 Tube를 잡아 뺐다. 이제 숨 좀 쉴만하다.
4막 -
혈종내과 실습 때 만났던 환자가 생각난다. 어느 날 화장실에 갔다가 사지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졌다. 병원에 실려오고, 그 이후로 왼손 이외에는 모두 움직일 수 없다. 말도 어눌해졌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반신 불수라니 당황스럽다. 대, 소변, 식사 모두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안된다. 한 순간, 절망에 빠진다.
5막 -
누워서 중환자 체험을 하다 보니 실습 때 만났던 다양한 환자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답답한 심정을 그 때는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저 옆에서 갑자기 이런 일 당하셔서 당황스럽겠네요. 힘드시죠?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였다. 정작 난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였으니,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2시간 동안 짧은 경험으로 그들의 모든 심정을 알 수 있지는 못하겠으나, 지금은 그 환자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밥 먹을 때 한 손으로 먹어 보았다. 반찬을 떠먹는 것을 포기하고, 밥과 국물만 퍼 먹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 밥먹기, 배변활동, 몸 씻기, 눕기, 앉기, 일어서기.. 어느 것 하나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절망적이다.
6막 -
2시간의 짧은 시간으로 감히 환자분들의 마음을 알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지금 이 심정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의 천분의 일도 안될테니까. 그래도 다음에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조금은 느껴보았으니까.
제대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촉감을 느끼고, 향을 맡을 수 있으며,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화날 땐 화내고, 기분 좋을 땐 기뻐할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지금의 내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7막 -
어리숙하고, 실수도 잦고, 우유부단하고, 센스도 없어서 항상 스스로 책망하던 나에게 미안하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굴 사랑한단 말인가.
중환자 경험은 내게 이 한 문장을 남겨주었다.
‘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나는 행복해질 운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