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 알몸 폭행… 막 나가는 청소년들

강현구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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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 범죄] 경찰기자가 본'사건 25시'

지난 3월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공원. 공원환경미화원이 청소 도중 잔디로 뒤덮인 야산 일부분에 풀이 없고, 흙 색깔이 주변과 달라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흙더미에 발견된 것은 10대 여학생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경찰이 암매장지 부근에서 발견한 교통카드로 신원을 파악한 결과 16살 유모양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양의 친구를 통해 알아낸 이모(18)군 집에서 시신의 손발을 묶는 데 사용한 것과 똑같은 종류의 노끈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양과 동거했던 이모(18)군 등 10대 4명이 유양을 마구 때리고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말 그대로 '무서운 10대들'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절도나 학교 폭력 수준을 넘어 성폭행,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로 확대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들 범죄들이 주로 학교나 가정에서 내버려진 가출 10대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채팅으로 만난 동거 여학생 "바람피운다"

집단 폭행뒤 죽자 야산에 묻고 예금 인출

"원조교제 안하면 동영상 유출"폭행협박

메신저로 가출소녀 모집해 성매매 강요

성남 유양 살인 사건만 해도 숨진 유양을 비롯해 이군 등 가해자들도 모두 가출 10대였다. 이군과 범행에 가담한 친구 김모(18)군 등 2명은 중·고등학교 친구 사이이고, 다른 1명은 김군의 여동생(16)이었다. 이들은 2007년과 올해 초 잇달아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각자 집에서 가출했고, 지난해부터 성남시 상대원동에서 방 3개짜리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살며 주유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해 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은 지난 1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유양과 동거하던 중 유양이 같은 집에 사는 자신의 친구 김모(18)군과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 지난 2월 26일부터 20여 일간 유양을 방에 가두고 지속적으로 폭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도 친구인 이모(18)군에게 의심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양이 먼저 내게 접근했다"며 유양 폭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주먹과 흉기 등으로 유양을 폭행한 뒤 유양이 숨지자 19일 인근 공원에 암매장했고, 이튿날 유양 통장에서 35만원을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한 딸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자 유양의 아버지(47)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내가 잘 살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딸의 죽음을 가난 탓으로 돌렸다. 10여년 전 보증을 잘못 서 큰 빚을 지고 막노동을 하며 힘겹게 살고 있다는 유씨는 "일을 마치고 늘 술 마시고 늦게 들어 온 것이 후회된다"며 울먹였다.

아버지에 따르면 유양은 지적장애 2급이었지만 인지능력이나 행동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채팅을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2007년 7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처음 이군을 알게 됐던 유양은 올해 1월 이군을 쫓아 가출한 뒤 동거를 시작했다.

유씨는 딸과 통화할 때마다 집에 돌아올 것을 권했지만 딸은 "아르바이트도 하며 친구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해 가출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달 14일 장애인증 갱신을 위해 사진과 옷가지를 가지러 50여 일만에 집에 온 딸은 눈 밑에 피멍이 들어있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유씨는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집에 있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유양과 함께 집에 온 친구들은 "따님을 주유소에 소개시켜 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결국 다시 집을 나간 유양은 5일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때 함께 온 친구들이 바로 딸을 살해한 이군 등 무서운 10대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이 유양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데다 지체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어 매달 정부에서 100만원가량을 지원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는지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달 초에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알몸의 여중생 2명이 폭행 당하는 동영상이 급속히 퍼져 충격을 던졌다. 당초 학교 선후배간 벌어진 일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가출 10대를 상대로 성 매매를 시키고 화대를 가로챈 10대 폭력 조직에 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출 10대들이 또 다른 가출 10대를 감금폭행해 성매매를 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동영상은 지난 2월 21일 오전 1시께 가출 10대들의 해방구인 강북구 수유역 인근 모텔에서 촬영됐다. 가출한 A(18)양 등 10대 2명이 "시키는 대로 하라"며 백모(15)양 등 또 다른 가출 소녀들 폭행하고 알몸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은 "말을 안 들으면 동영상을 퍼뜨리겠다"고 위협해 백양에게 원조교제를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양이 이를 거부하자 A양 등이 실제로 알몸 폭행 동영상을 미니 홈피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백양의 아버지가 "딸이 폭행 당했다"고 신고하자 수사에 나서 지난 달 9일 수유리 일대에서 A양 등을 검거했다. 당초 10대들의 단순 폭행 사건을 여겼던 경찰은 A양 등이 어른들의 성매매 조직을 흉내낸 전문 조직임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A양과 A양의 동네선후배사인 김모(21)군 등 4명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E양을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게 하고 화대 8만원을 가로채는 등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개월간 약 60차례에 걸쳐 E, K양 등 3명에게 성 매매를 강요하고 화대 500여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 4명을 10대 가출 여학생에게 원조교제를 시키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메신저 '버디버디'를 통해 가출 소녀를 조직적으로 모집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 여학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청소년 흉악범죄 2년새 24.5% 늘어

대검찰청과 경찰에 따르면 청소년(10세이상~19세미만) 범죄자수는 2005년 6만 7,478명에서 2006년 6만 9,221명, 2007년 8만 8,104명으로 해마다 10%이상씩 늘고 있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수는 2005년 1,549명에서 2007년 1,928명으로 2년새 24.5%나 늘었다. 사회에서 이탈한 가출 10대들이 갈수록 흉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불황까지 겹친 힘든 상황이어서 무서운 10대들의 범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