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광원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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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故 고려대 경영학과 김인수 교수님이 아내 김수지교수님

(전 이화여대 간호학과,현 서울사이버대 총장)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려니

옛날 일들이 다시 생각납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제대로 가지 못한 나를

당신은 언제나 옆에서 격려해 주었습니다.

당신도 가정교사 하랴 공부하랴 고생이 많았었지요.

 

함께 유학을 가기로 하고 당신이 먼저 떠난 후

나는 한미재단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험에 합격한 학생에게 주는 특권이었던

미국 선박 승선의 할인 요금 360달러 중

당신이 보내준 200달러에 나머지 160달러를 구하지 못해

유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미국에 가서 좋은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던 당신에게

"약속대로 나와 결혼하겠으면

모두 그만두고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내 제안을 받고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귀국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그렇게 귀국해서 인간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보잘것없는 조건을 가진 나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당신이 해준 이야기를

나는 지금도 귀하게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며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왜 당신과 결혼하고 싶냐고요?

당신과 결혼하면 도와줄 일이 많을 것 같아서요."

 

창세기 2장 18절에 돕는 배필이 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라는 배필"로 결혼하기 때문에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를 발견하고 불행해지곤 합니다.

당신은 참으로 말씀을 삶에 적용하며 사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가엾은 형편을 아시고

나를 잘 도와줄 당신을 짝으로 정해주셨습니다.

동생과 함께 자취하던 나의 약수동 사글세 방에서

철제 캐비닛 한개, 헌 책상 한개, 이부자리 등을 가지고

우리는 신혼 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래도 우리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선교사들의 설교를 통역해주고

버스요금이 없어서 찬송을 부르며

서대문에서 연희동까지 우리가 함께 걸으며

집으로 돌아갔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한끼도 굶도록 내버려두시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나는

당신이 끝내지 못한 대학원 공부를 계속하도록 독려했지요.

남자는 평생 공부할 수 있지만

여자는 출산 등으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으니

결혼 초에 공부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학력의 불균형과 또한 그에 따른 정신 연령의 차이에 대해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그러나 내가 그것에 대해

조금도 열등 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당신의 겸손과

남편에게 순종하는 자세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차갑게 느껴지는 나를 닮지않고

넓은 마음을 가진 당신을 닮은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딸아이를 보고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서 살라"고 말하는 당신을 보면

당신은 아직도 내가 좋은 모양입니다.

 

고맙습니다.

 

나도 우리의 아들 아이는

당신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신과 시어머니는 어쩌면 그렇게 닮았었는지요?

어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해 주었는지

옆에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일곱 친자식을 제쳐두시고

둘째 며느리였던 당신에게 마지막 유언을 자세하게 하신 것은

어머니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덕을 잘 나타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시부모에게만 아니라

지난 30년동안 시집 식구들을 돕는 일이라면

아무리 큰 것이라고 한번도 거부해본 적이 없이

기꺼이 돕기를 재촉했었습니다.

그러기에 나도 처가 돕는 일이라면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함께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남은 인생도 지나온 삶처럼

함께 하나님을 신앙하고 사랑하며

서로에게 성실하며 이웃을 섬기는 일로 보내기로 합시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또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고

당신에게 자주 이야기해 주었지만

오늘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또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