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슬픔보다 슬픈 이야기

윤나리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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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확실히 슬프긴 슬프다. 왜냐고? 엉엉 울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 중 하나였으니 말 다 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도무지 공감이 안간다는 거다. 주인공들의 상황도 일반적이지 않을 뿐더러 캐릭터 자체도 정상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영화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건 '감독이 슬픈 이야기를 가상으로 생각해 사람들의 눈물 샘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영화구나' 이다. 비유하자면, 천연조미료가 아닌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맛보고 '맛있다'하고 느끼는 기분이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거다. '내가 왜 울고 있지?'
 
  이 영화를 왜 인위적이라고 느꼈는지, 영화를 좀 더 뜯어보자. 첫째, 너무 극적이다. 남자 주인공 케이=철규(권상우 분)는 '죽음'이라는 극적인 상황에 처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죽을 수도 있다. '너~무 극적인 점'은 감독은 노골적으로 이 상황을 밝히고 시작한다는 거다. 시작 크레딧이 올라가고 케이의 나레이션에서 케이는 "내 몸속에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암세포 때문에.."라며 첫눈에 반한 크림=은원(이보영 분)을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이건 뭐, 시작부터 막장아닌가. 
  둘째, 영화 속 등장 주인공들이 대체로  비이성적이다. 엘리트인 주인공들(방송국 PD, 작곡가)은 사랑에 눈이 멀어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상실한 것 처럼 보인다. 특히 케이는 사랑하는 여자를 결혼시킨다는 생각에 라디오 PD일은 뒷전이다. 감독도 약간 찔렸는지 "안그러던 사람이 왜그래?"라고 국장에게 혼나는 장면을 삽입한다. 거기다 PD라는 점을 이용해 전형적인 엄친아로 나오는 주환을 뒷조사 하고, 주환의 약혼녀인 제나 뒷조사를 해 협박하고 안되니 협상까지. 아주 골고루 하신다.  

 크림도 비상식적인 건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남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을 강행하고 케이가 죽자 자신도 바로 뒤 따라간다는 설정은 너무 과장이 심한 게 아닐까. 또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 주환을 찾아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느낀건 '얘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였다. 물론 크림이 나중에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밝힌다.
 셋째, 비이성적인건 주인공들 뿐만 아니다. 엄친아의 전형으로 나오는 주환이 왜 은원과 결혼하려고 하는지 잘 설명이 안된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는 여자와 집안 좋고, 성격 좋고, 능력까지 좋은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고아인 여자와 빨리 결혼을 서두를까. 그래, 주환이 사랑에 잠시 미쳐서 그랬다 치자. 그럼 집안 좋은 주환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독은 아예 주환의 부모님들을 등장시키지도 않는다. 케이의 엄마도 이상하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통장을 쥐어주고 버릴 수 있을까. 케이의 아버지가 병에 걸려 죽었기 때문에 버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또한 케이의 죽음을 아는 캣걸의 매니저는 케이의 행동에 대해 조언도 하지 않고, 입도 엄청 무겁다. 나중에 이 매니저가 이 영화에서 사건을 이야기해 주는 중요 인물이 된다. 결국 이러한 영화 구조속에서 관객이 느끼는 건 등장 인물들이 영화를 '슬픔'모드로 이어가기 위해 끼워 맞춘 것 같다는 거다. 영화 속에서 조연이 빛을 발할 때가 많다. 그건 주인공들 보다는 조연에게서 우리네 삶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연들은 영화에 살아있는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데 슬픔보다 슬프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남, 녀 간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보기에는 지금 우리네 삶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은 인위적인 '사랑'이 아니라 우리네 삶을 기반한 '순수 사랑'을 영화 속에서 기대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만의 '슬픔'으로 쥐어짜는 눈물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을 통해 속 시원하게 울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