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내 돈 돌려주시유!

최영호20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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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철쭉)


                       [부처님, 내 돈 돌려주시유]


몇 년전 사찰이 있는 명산의 입장료에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이 사찰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부당하다고 시끄럽더니 요즈음은 아무런 말이 없다.


원고 15명은 모두 동두천 시민인데 소요산을 등산하면서 입구의 매표소에서 2,000원씩(입장료 8천원, 문화재관람료 1,200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피고 사찰에는 대웅전에 보물 제1211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 언해본의 영인본을 공개하고 있는데 소요산의 등산로는 다양한 코스가 있어 반드시 피고 사찰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라 원고들은 피고 사찰을 통과하지 않는 코스로 등산을 마쳤으므로 위 사찰을 상대로 문화재관람료 1,200원씩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하였다.


문화재보호법 제44조 제1항에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소요산의 등산코스가 반드시 절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 사찰의 문화재는 일부 건물인 대웅전에 공개되어 있으며, 피고사찰은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고도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법원은 피고 사찰로서는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기 위한 매표소의 위치를 사찰 입구로 옮겨 문화재를 관람하거나 적어도 피고 사찰의 대웅전을 통과하는 등 위 문화재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산객과 그렇지 않는 등산객을 구별하여 징수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데도 소요산 입구로부터 약 1.2㎞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소요산 진입부분에 매표소를 설치하여, 피고사찰을 통과하거나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전혀 없는 등산객들로부터도 일률적으로 문화재관람료 1,200원이 포함된 입장료 2,000원을 징수한 행위는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문화재관람료로 받은 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동두천시의 조례에 의하면 동두천시 주민은 입장료 전액을 면제하고, 매표소 입구에 그런 취지의 문구가 크게 부착되어 있어 원고들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입장료를 지급한 것이므로 민법 제742조의 비채변제, 즉 “채무없음을 알고 변제한 경우”에 해당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선고하였다.

(의정부지방법원 2008. 6. 4.선고 2007가단29379 부당이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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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이들과 함께 소요산에 갔던 기억이 난다.

공주봉 근처에서 예상치 못한 비바람을 만나 바로 앞에서 벼락이 떨어져 기겁을 한 우리 딸....

그 이후로는 어른이 되었어도 절대 등산을 하지 않는다.


사찰과 등산객들 사이의 1,200원짜리 소송

사찰은 등산객들의 무질서로 소란스럽고, 문화재관리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등산객들은 사찰이 가만히 앉아 부처님 이름으로 절 구경도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고 불평하여 왔다.


사찰은 매표소를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하던가 그렇지 못하면 매표소에 문화재에 관한 소개나 이를 기억할만한 이벤트를 만들어 등산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등산객들은 넓은 마음으로 사찰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능하면 문화재도 관람하여 소양도 넓히면 적대감이 줄어들 텐데....


역시 여기서도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


얼마나 얄미웠으면 무료라는데도 일부러 표를 사고

부처님의 노여움을 각오하면서도 1,200원 돌려달라고 소송을 하였을까?


큰 산에 다녀온 지 오래되어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한데 4월에는 어디 한 번 기동을 해볼까?

(‘09. 4. 3.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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