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시작 - 내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great barrier reef)

손현지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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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시작 – 내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great barrier reef)     

 

내 Cairns 여행 노트 목록 들을 하나 둘씩 지워나갔다.

이제 3일 남았다. 지난 삼일 동안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정글 속에서 가졌다면, 이번은

바다한가운데서 2일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거의 나의 여정은 끝이 난다.

 

평소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늘의 별을 보며 밤을 지새워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great barrier reef cruise 여행이었다.

그러나 배에 오른 나는 바로 후회했다.

혼자 크루즈 여행을 온 사람을 찾아 보기란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두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종알종알대고 있었다..

지극히 폐쇄된 배라는 좁은 공간에 있는 군중들 사이에서 쓸쓸히 아침을 혼자 먹는 기분은

그다지 즐겁진 못했다.

 

한 남자 승무원이 내게 물었다. 당일여행이냐 1박 2일이냐?

1박 2일이라고 말하자, 그는 “아 너였구나”라고 하며 내 가방을 2층 데크로 올렸다.

왜 나만 2층으로 가냐고 묻자, 그는 1박을 하는 승객들은 두 시간 후에 크루즈로 갈아타야하니 올라가라고

했다.

2층 선실에는 프랑스 신혼 부부 한 쌍,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부부 한 쌍, 미국에서 다이빙을 즐기러 온 세 명의 청년들, 그리고 뉴질랜드 할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아홉 명의 승객이 오늘과 내일 한배에서 같이 먹고 같이 다이빙하고 같이 잘 맴버였다.

두 시간 가량 케언즈를 떠나 바다 한 가운데에 이른 우리는 배를 갈아탔다.

젊고 잘빠진 몸매에 잘생기기까지 한 승무원들이 내 가방을 정중히 들어줬다.

몰랐는데, 그 크루즈에 오른 손님들은 귀빈 대접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당 1박 2일에 400불(40만원정도)이상씩을 지불한 손님들이었던 것이다.

모두 로멘틱 시간을 즐기려는 쌍쌍이나 가족단위였는데, 혼자, 그것도 여자 혼자 이 배에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아무튼 덕분에 나는 많은 승무원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점심을 먹은 후, 내게 지정된 방에 짐을 아무렇게나 떨구워 놓고, 바로 3층 데크로 뛰어 올라갔다. 승무원 한 명이 뛰어 올라가는 나를 잡아서 자기 소개를 하며 인사를 했지만, 참을 수 없이 바다 바람을 배위에서 맞아보고 싶었던 나는 그를 무시하고 계속 올라갔다.

날씨는 미친듯이 맑았고 연한 바람이 불었다.

바다에서 나만한 물고기 들과 상어 떼, 그리고 나보다 더 큰 거북이를 볼 수 있었다.

 

우리 배는 약 세시간 정도 더 항해를 했다. 돌고래들과 날치들이 정신없이 튀어 올라왔다.

승무원들은 내가 혹시 배 아래로 떨어 질까봐 실시간 체크를 하곤 했다.

난 자살하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스노클링을 하겠다고 오리발을 끼고, 구명조끼를 기다렸다. 그러자 한 승무원이 얘기했다. 구명조끼 같은 건 없다고…..

내가 무서워서 바다 속에 빠지지 못하자 두 명의 승무원이 튜브를 들고 따라 붙었다. 난 덴마크 출신의 승무원 경호아래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다.

 

바다 속은 내가 지금까지 본 어느 바다보다 환상적이었다. 내 일생에 한번도 못 본 형형색색의 산호들과 어쩌면 나보다 클지도 모르는 칼러플한 물고기들, 그리고 내 머리만한 조개와 내 상체를 덮을 만한 파란색 불가사리….

부지불식간에 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간 나를 한 승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세웠다. 내 경호 승무원은 나를 끌고 배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간단한 스낵을 먹고 우린 또 물에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 마자 상어를 본 나는 까무러쳐서 도망쳐 나왔다.

 

저녁을 먹은 후 Night Diving을 하기 위해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준비를 했다. 난 눈앞에서 춤추는 상어를 보니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들은 렌턴을 들고 한 승객당 한 승무원이 따라 붙어 밤 다이빙을 했다. 약 한 시간 가량 뒤에 다시 물 위로 오른 사람들은 상어를 만졌네, 문어를 봤네 하며 신나게 배에 올랐다. 난 삼층 데크에서 배가 잠잠해 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하늘의 별이 무서울 정도로 가득했다.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반짝이는 걸 본 건 처음이다. 달 주변에 무지갯빛 달무리가 졌다. 모두 숙소로 들어갔는지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선장도 배의 엔진을 껐다.

 

바다 위 하늘의 별을 보며 나는 내 생에 가장 값진 선물을 내게 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기가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적당한 달빛은 아직도 상어 떼가 내 주변에 있음을 확인 시켜 주었다. 큰 물고기가 물위에 뛰어 올라 둥둥 떠다니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봤다. 내게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신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늘이 너무 예쁘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승무원 한 명이 옆에 있었다. 난 혹시 내가 감동하는 어리숙한 모습을 들켰을까 잠시

창피했다. 

 

“음. 이 배에 오른 목적을 하나 달성했어.”

 

그러자 그가 말했다.

 

“밤하늘의 별이 목적이었다면 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너도 알다시피 그 동안 캐언즈에 싸이클론이 계속 있었잖아. 이런 하늘 나도 본 지 오랜만이야. 봐봐. 온갖 별들이 다 뚜렷하게 보이잖아”

 

그의 말은 나를 더욱 감사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하나는 알겠다. 저기 보이는 뿌연 것이 은하라는 거지?”

 

나도 은근히 아는 척을 했다. 이쯤 되면 예의상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넌 어디 출신이니?”

 

라고 묻자 그는 미국 캔터키 출신이라고 말했다. 유럽사람들과 호주사람들의 엑센트에 피곤해진 나는 미국 엑센트를 가진 그를 보자 마치 고향사람 만난 듯 반가웠다.

 

“캔터키라는 지방은 모르지만 캔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알아. 거기에 치킨이 많은 가봐?”

 

그러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치킨도 많지만, 거위, 소가 더 많을 걸?”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다. 살짝 혼자만의 시간이 방해 된 것 같아 좀 귀찮았지만, 그는 내려가려 하지 않았기때문에 그냥 포기했다.

 

그 : 너 왜 밤 다이빙 안 했어?

 

나 : 봐봐! 상어가 저렇게 나를 노리는데 어떻게 들어가?

 

그 : 상어는 사람고기 싫어해.

 

나 : 근데 왜 자꾸 상어한테 물린 사람들이 뉴스에 나와?

 

그 : 상어가 착각해서 그런 거지. 물고 나서 아차 이건 아니다 싶어서 놓는단 말야.

 

나 : 그 아차가 나면 어떡해?

 

그 : 미안하지만 상어는 너처럼 작은 물고기 안 좋아해. 그리고 아무 생각 안 하고 들어가면 되는 거야.

그냥 불빛이 비치는 곳만 집중하는 거지. 내 뒤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어.

 

나 : 네 머리엔 뇌가 없구나?

 

그 : 왜?

 

나 : 뇌가 없는 사람은 용감하거든. 난 뇌가 있어서 용감하지 못해.

     그리고 물이 너무 깊어! 무서워. 끝이 보이질 않아.

 

그 : 그렇다는 애가 배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나갔냐? 너 때문에 내가 호루라기를 얼마나

 불어댔는지 알아?

 

나 : 그게 너였어?

 

그 : 기억이 안나 나봐? 아침에 나한테 이것 저것 따라다니면서 물어본 게 누군데?

 

나 : 아! 그것도 너였니? 미안해. 혼자하는 여행이라 좀 겁이 나서 질문을 많이 했어.

 

그 : 괜찮아! 질문에 답하는 게 내 일인데. 너랑 처음부터 같이 왔잖아.

 

나 : 아! 그랬니?

 

그 : 네 가방을 들어준 것도 난데? 기억 못하는 구나? 오늘이 내가 출근하는 날이거든.

아까 계단에서 인사도 했잖아.

 

나 : 아 그것도 너였구나. 몰랐네. 그럼 퇴근은 언제하니?

 

그 : 퇴근은 5일 뒤에 하지. 그리고 3일 쉬고 다시 배 타는 거야. 멋있지 않아?

삼끼 식사에 잠자리 제공에 다이빙 공짜. 내 삶도 그리 나쁘진 않은 거 같지?

이렇게 예쁜 밤하늘도 보고…….

 

나 : 그러네.

 

그 : 너 여기 계속 있을 거니?

 

나 : 아마 여기서 잘 것 같은데? (웃음)

 

그 : 그래? 그럼 나 샤워하고 올 테니 여기 있을래? 여기서 잘 거면 이불 갖다 줄까?

 

그는 정말 순진하게 내가 배위에서 하늘을 보며 잘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순진한 모습에 잠시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던 터라 그가 내려간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가 사라진 뒤 자리 잡고 누워 밤하늘은 올려다 봤다.

한참 뒤에 별똥별이 떨어지자 그가 왔다. 그에게서 은은한 비누향이 흘렀다.

 

나 : 어! 몰라봤어. 딴 남잔 줄 알았네.

 

그 : 실망했겠구나.

 

나 : 조금(웃음)

 

그 : 그럼 지금부터 새로운 남자랑 얘기한다고 생각해.

 

나 : (웃음) 농담이었어. 아차! 나 별똥별 봤어.

 

그 : 소원 빌었어?

 

나 : 소원? 글쎄….. 빌어봤자 이뤄지질 않아서 안 빌어.

 

그 : 어 나는 다 이뤄지던데? 누구한테 빌었길래 한번도 안 이뤄진거야?

 

나 : 별똥별보면서도 빌고, 보름달보면서도 빌고, 하나님한테도 빌고, 부처님한테도 빌고….

 

그 : 너 불교야?

 

나 : 아니. 불교는 아니지만 그 철학은 좋아하지.

 

그 : 그 철학이 뭔데?

 

나 : 무소유.

 

그 : 그게 뭐야?

 

나 : 좋아! 설명해 주지. 사람이 무엇 때문에 불행할까? 넌 언제가 제일 불행하니?

 

그 : 혼자라고 느낄 때…..

 

나 : 좋아! 거기서 시작하자. 혼자 일 때, 내가 불행하다고 느껴서 누군가가 옆에 있길 간절

하게 바라겠지? 그런데 없어서 많이 슬픈 거야. 그치?

 

그 : 그렇지.

 

나 : 그런데, 누군가가 옆에 있길 바라는 그 욕망을 버리는 거야. 그럼 그 다음부터 혼자라

도 슬프지 않은 거지. 뭐든지 욕심을 버리면 불행이란 없는 거야. 그게 불교 철학이야.

 

그 : 안돼! 난 절대 혼자이기 싫어.

 

나 : 그렇다면 넌 불행의 요소 하나는 가지고 있는 거지.

 

그 : 일리는 있군. 넌 그 철학을 좋아하면서 왜 불교는 아닌 건데?

 

나 : 홍콩에 웡타이신 이라는 절이 있어. 하루는 거길 방문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빌고 있는 거야. 숨조차 쉬기 힘들고,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그때 내가 생각한 게 뭔줄 알아? 분명 불교는 무욕을 가르쳤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더 바라고 있다는

     거지. 그리고 자기가 불교라고 얘기하는 거야. 진정한 불교인이라면 그렇게 많은 걸 바라면서 향을 피워

      되진 말아야지. 이건 아니잖아? 그래서 난 불교라는 종교는 좋아하지만 불교인은 아니야.

      그래서 자연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 : 그것과 자연의 관계는 뭔데?

 

나 : 식물과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자기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뭔가를 흡수하지 않아.

배가 부르면 공기를 더 마시지 않고, 다른 동물은 잡아먹질 않지. 인간만 배가 불러도

식량을 쌓는 거야. 그래서 난 인간을 좋아하지 않아.

 

그 : 그럼 나도 싫겠네?

 

나 : 넌 털이 많으니 짐승에 넣어줄게.

 

그 : 참 고마운 일이군. 귀여워 해 줄거지?

 

나 : 그럼! 우리집 개처럼…..

 

그 : 개 키우니?

 

나 : 어! 키웠는데, 집 나갔어.

 

그 : 슬펐겠다.

 

나 : 많이 슬펐지.

 

그 : 많이 좋아했나 보구나?

 

나 : 아니! 잡아 먹을 수가 없어서 슬펐어.

 

그는 매우 놀란 눈치였다. 더 크게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보았다. 달빛에 보인 그의 눈은 매우 많이 투명했다. 그를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나 : (웃음) 농담이야.

 

그러자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 : 내가 이렇게 바보 같아. 사람 하는 말 다 그대로 받아 들이거든…

 

 

순진한 그의 모습을 보니 왠 지 정이 갔다. 난 순박한 사람에게 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 : 넌 참 좋은 관찰력을 가진 거 같아. 한국에서 넌 직업이 뭐였니?

 

나 : 창피하지만, 영어 선생이야.^^

 

그 : 그게 왜 창피해?

 

나 : 영어를 잘 못하니까. 너 여자친구 있니?

 

그 : 아니!

 

나 : 그럼 너 게이니?

 

그 : 아니. 여자친구가 없으면 게이야?

 

나 : 한국 광고물에 그런 말이 있거든. 잘생겼다 싶으면 애인이 있고, 완벽하다 싶으면 남자

친구가 있고.

 

그 : (웃음) 재밌네. 남자한테는 잘생겼다고 하고, 여자한테는 한국말로 뭐라고 하니?

 

나 : “예쁘다” 한국 여자들한테 그 말 해봐. 좋아라 할 걸?

 

그 : 너도 그 말 들으면 좋아?

 

나 : 그게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좋아.

 

그 : 넌 너가 안 예쁘다고 생각해?

 

나 : 음. 어렸을 때는 예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냐.

 

그 : 아냐! 너 지금도 젊고 이뻐.

 

나 : 거봐! 기분 좋자나. (웃음)

 

그는 그렇게 나를 기쁘게 했다. 끊임 없이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었다. 그의 말 “잭”, 그가 미국에서 한 일, 호주에 오게 된 경위.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떠들었다. 맛있는 디저트시간이었지만 우린 먹으러 내려가지 않았다. 어느덧 선장도 자는 지, 선장실의 불이 꺼졌다. 그가 외쳤다.

 

그 : 슈팅스타

 

나 : 소원 빌었어?

 

그 : 음.

 

나: 뭘 빌었는데?

 

그 : 그건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말하면 안 이뤄져! 넌 소원 빌었어?

 

나 : 아니.

 

그 : 왜? 시도해보라니까?

 

나 : 내가 뭘 원하는지 몰라.

 

그 : 그래? 그럼 거기부터 시작하자. 내일 당장 뭘 원하는지 생각해봐.

 

나 : 원하는 거 없는데……

 

 

그는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한참을 관찰하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 : 너 안 행복하구나? 그래서 혼자 여행하니?

 

나 : 음! 사실 난 역마살이 있거든. 발바닥이 가려우면 떠나는 거야. 훌~~~~쩍.

 

그 : 그리고 너 스스로 행복하다고 세뇌시키고?

 

나 : 그렇지. 넌 행복하니?

 

그 : 음! 행복해.

 

나 : 뭐가 그렇게 행복해?

 

그 : 내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 수 있고, 그래서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보니 즐겁

고. 그들이 내게 답례하면 더 즐겁고…..

 

나 : 답례가 없다면?

 

그 : 그래도 상관은 없어. 그냥 난 지금 내 삶이 즐거워.

너처럼 혼자 여행하는 용감한 여자도 만나고.

 

나 : 용감? 난 후회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혼자만의 여행은 그만 하고 싶어.

 

그 : 왜? 충분히 멋있는데.

 

나 : 한국 문화는 그런 여자 멋있게 안 봐. 나쁘게 봐.

 

그 : 그런 너희 문화가 이상한 거야. 난 너 멋있다고 생각해.

 

나 : 한국에서 살려면 혼자 여행하는 행위는 그만 둬야 편할 거야.

 

그 : 그럼 네 가려운 발바닥은 누가 긁어 주는데?

 

나 : 좋은 질문이야. 사실 그게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거든…

 

그 : 내가 긁어줄까?

 

나 : 어떻게?

 

그 : 뉴질랜드 포기해.

 

나 : 포기하고 뭐하지?

 

그 : 나랑 여기 있자. 원한다면 물고기 잡아줄게. 너 회 좋아한다며?

      오징어도 잡아 줄 수 있는데……

 

나 : 땡기는데? 하지만 이미 부킹 끝났어.

 

그 : 취소해. 캐언즈에서 지내자. 뉴질랜드는 천천히 가도 되잖아.

       이상하게, 처음 만났지만 우린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아.

       그냥 느낌이 그래.

 

그의 투명한 눈을 보고 사뭇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자 머리 속에 현실에 부딪히는 온 갖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디에서 살 것이며, 과연 호주에 있는 여덜살이나 어린 미국인과 얽히는 복잡한 인연을 감당 할 수 있겠으며, 그것이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등……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나를 설득하려 했다.

 

그 : 정 할 거 없으면 나 한국어를 가르쳐 보든가. 넌 선생이잖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