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개월..이제야 자식이 되어 가나 봅니다.

철없는 딸..2006.08.17
조회42,000

대학졸업 후 감사히도 좋은 직장을 구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굉장히 재밌진 않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잘 지냅니다.

 

졸업 전 취업과  편입 사이에서 갈등 할때 부모님은 딱2년의 시간을 주시겠다며 뭐든 좋으니 원하는 걸 하라고 하셨죠.

저는 막연히 사회생활이 두려웠고 편입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안될거라 생각한 곳에 면접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제 월급 에서 대부분을 적금으로 넣고 남은 돈으로 용돈을 하면서 생활합니다.

 

그리고 정말 작은 금액을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사실 이것도 드리려고 한것이 아니라 예의상 (흰 봉투에 담아서 침대에 두고 ) 드렸었지요.

 

그렇게 세달 정도..

지났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아는 언니랑 얘기하게 되었는데

언니는 학원 강사고 월급을 모두 어머니께 드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용돈을 받아 쓴다고.

 

나 : '언니, 그럼 어머니가 적금 넣어주시고 관리 해주시나 봐요'

언니 : 으..응 그런가...아니 아마 생활비로 다 나갈꺼야..

나 : 네?? 언니 곧 결혼도 해야 하는데...괜찮아요?

     (언니가 낼모레 서른이라..)

언니 : 음... 뭐 어때 대학까지 보내주셨잖아..^^

 

짧은 대화 였지만.

제게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24년 힘들게 키워주셨구나.

대가 없이. 그냥 내게 투자하셨구나..

 

그동안 월급때 알량하게 내민 그 봉투가 생각나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봉투 두개 만들었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우리 딸이 용돈 주네~' 라 시며 좋아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보며 한 없이 부끄러웠죠.

예전에는 '용돈 주네~'라는 말이 무지 거슬리더라구요.. (왜..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미혼들이 집에 생활비조로 조금씩 보태던데..

왜 이런걸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시집은..내돈으로 가자!

절대 손 내밀지 말고..

대학까지 보내주신게 어딘데..

그리고 지금 편입해서 더 공부하는 이 공부도 내 돈으로 졸업하자!

(사실 시집가기 전까지 공부 할 만큼 다~ 하고 누릴 꺼 다~ 부모님께 디딜랬거든요..)

 

직장생활 이제 6개월 되어 갑니다.

쉽지 않죠.

우리 아버지 30년 직장생활 얼마나 징그러웠을까요....

 

이제야..

이제야 ..

조금 사람이 되어가나 봅니다..

 

 

입사 5개월..이제야  자식이 되어 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