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검찰의 ‘PD수첩’ 명예훼손 수사

배규상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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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검찰의 ‘PD수첩’ 명예훼손 수사

 

 

검찰이 MBC [PD수첩] 광우병 편의 원본 테이프 압수를 위해 서울 MBC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에 막혀 돌아갔다. 공영방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기도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3년 SBS의 청와대 간부 몰래 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SBS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기자 등의 반발로 포기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미수에 그쳤더라도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위축효과’가 심대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 문제를 처음 제기한 [PD수첩]이 방송된 것은 지난해 4월29일로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우리는 이번 압수수색 기도가 검찰의 지난달 말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이은 강압적 수사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고 매우 우려한다. 검찰이 지지부진한 수사에 부쩍 속도를 내려는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누차 지적했듯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개입은 부당하며 무모하기 짝이 없다. 공권력이 TV 시사프로그램을 겁박하기 위해 동원되던 시대는 지났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제기한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법학자들의 견해다. 이미 올 초 [PD수첩] 사건 수사를 맡아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같은 이유를 들어 “기소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금도 “떳떳하면 왜 수사에 응하지 않느냐”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일에 검찰이 나서는 것 자체가 엄청난 권력 남용이며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에는 귀를 닫아버린 것이다.

[PD수첩] 광우병 편은 국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라는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제작 과정에서의 오역 등 문제가 나중에 드러났지만 그것이 민주화된 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할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백번 양보해 어떤 왜곡이 있었고 거기에 모종의 의도성이 보인다손 치더라도 검찰이 끼어들어 수사력을 휘두를 일은 아니다.

 

 

 

2009년 4월 9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