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비워둘 바엔 차라리 없애버려라

배규상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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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 비워둘 바엔 차라리 없애버려라

 

 

4대 권력기관의 하나로 통하는 국세청의 수장 자리가 3개월 가까이 유고 상태다. 왜 그러는지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돼도 청와대는 초보적인 설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전국 각 지역에 실핏줄 같은 조직을 갖고 나라 살림에 필요한 세금을 거둬들이는 곳이다. 이런 국세청장 자리가 두어달 동안이나 비어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런 자리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국세청장 장기 공석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후임을 맡길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전임 한상률 청장은 그림 상납 의혹으로 지난 1월19일 물러났다. 그후 후임자는 임명되지 않았고 허병익 차장이 줄곧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국세청장의 장기 공백 상태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관가 주변에는 이 정권의 권력을 지켜줄 마땅한 인물을 구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둥 온갖 설만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국세청을 권력기관처럼 운영하던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그 덫에 걸려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국회가 정해준 세법에 따라 세금만 걷으면 되는 곳이다. 그런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무기로 기업을 살렸다 죽였다 하는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어 외부에는 권력기관으로 비쳐졌고, 실제 그렇게 행세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장 한 전 청장도 지난해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뒤 전 정권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는 말이 들린다.

이쯤해서 국세청에 들씌워진 권력기관의 딱지를 떼어내 세무행정을 펼치는 정상적인 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국세청 개혁을 이야기 해도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어느 것도 개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009년 4월 9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