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브랜드 epilogue

김건우200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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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햄릿

그 장대한 서사시의 처음 시작은 이름 없는  병사의 움직임이다

그 병사의 비어있는 공간으로의 권태로운 작은 움직임이 

거대한 햄릿을 만들어 냈다

 

난 랩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비중 없는 작은 병사다

어쩌다 보니  클로디어스 오필리아 레어티즈 거트루드 그리고

햄릿을 만나 재밋는 힙합 얘기의 코러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누구는 라임이 없고 누구는 사상이 가사에 묻어나지 않으며 누구는 스킬이 엉망이고 누구는 직접 작사하지 않고

사랑을 노래하면 힙합이 아니라 그냥 흔한 댄스라고...

그리고

음악 자체보다 아티스들 간의 "디스"에 열광한다

 

물론 내 음악도 도마위에 오를것이다

이제껏  음악을 만들어 오면서 그랬듯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강도 높은 비판으로

어쩌면 힘겨워 할지도 모른다

 

얼마전 mc몽의 노래중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던 10곡을 추려

3분짜리  음악을 만들어 콘써트 인트로로 사용했었는데  공연장에

모인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은 내가 기대했던것 이상으로

열광하며 하나 하나의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눈물이 났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때의 그 기분을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겠다

 

음악의 역할은 그런게 아닐까

누군가의 추억이 되고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며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하고 생각을 가져다 주고 공부에 집중하게 하고 ...

 

블루브랜드의 리스트가 공개되고 난 후 참여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몹쓸 비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참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과연 그 아티스트들의 피나는 노력을 알까?

이들이 써 내려간 수없이 지새운 밤들의 고통을 이해할까?

물론 고통의 댓가로 칭찬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무차별적 비난에 있다

 

 

이 악물고 사랑에 관한 힙합    "블루브랜드"를 만들었다

비겁한 얘기지만

정통성을 외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1세대 조pd는  가사문제로 내게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또 같이 참여한 껄끄러운 관계의 후배 아티스트 때문에 망설여 졌겠지만  라이머와 나의 취지를 듣고     coool하게 블루브랜드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해 주었다

 

mc몽은  5집 이라는 중대한 숙제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바쁜시간을 내어 그만의 색깔로 트랙을 채워 줬다    늘쌍 몽이를 따라다녔던 예상 가능한 작은 논란때문에 녹음실로 오는 길이 참으로 멀었을 텐데

 

mc스나이퍼는 같은 종류의 힙합프로젝트앨범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배치기까지 동원해 지원사격을 해 주었다   

 

크라운제이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이 앨범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비행기 값도 못 줬는데

 

리쌍의 길은 자신의 앨범에 실어도 될  타이틀성의 곡을 주었다

 

슈프림팀은 똘똘뭉친 끼로 날 놀라게 만들었다

 

김진표는 오른손에 상처를 입어 2주 이상을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자 마자 녹음을 하는 투혼을 보여 주었다

 

버벌진트는 오버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감미로운 사랑노래를 불러줬다

 

은지원 앨범 프로듀싱으로 한참 바빴을 아이콘은 집요한 나의

트랙수정 요구를 말없는 미소로 참아줬다

 

이제 막 시작하는 장근이는 지가 스스로 계속 수정한다고 녹음을 잡았다

 

미쎄스는 스트레스로 꽁꽁 얼어 있던 내 마음을 녹여주었고

 

라이머는 그가 아니었으면 접근조차 못했을 아티스트들을 아울러줬다

 

그 외  친분이 있다고 달려와 준 메이비 솔플라워 조이 솔멘 나비 샛별  도끼 레드락등등  어림잡아도 100명 이상 되는 아티스트가

블루브랜드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00여명 이상이...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  미안한 일은

나와  라이머의  고집으로  사랑 노래를 하게 된 힙합 아티스들이

본의 아닌 비판을 듣는다는 거

그들이 블루브랜드를 위해 포기한  그들의 음악적 색깔 때문에

정통성의 논란속에 휘말린다는 거

 

도대체 누구의 기준으로 힙합의 정의가 내려지나?

힙합이라는 음악은 소규모 정형화에 갇힌 작은 틀인가?

난 이번에 만난 친구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게

정말 자랑스러운데...

한번 더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음악을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딘가의 사람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 거리는 일이다

 

난 랩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비중없는 작은 병사다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터널의 끝에서

이제 블루브랜드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비어있는 공간으로의 한발짝을 내 디딘다

 

 

20090415의 5일전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