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오병이어

송현숙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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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이었죠.
신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오병이어’ 일화를 꺼냈습니다.
정 추기경은 “성경을 보세요. 물고기 한 마리가 두 마리, 세 마리로 불어났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어요.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없어요. 그럼 뭘까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리신 기도를 듣고 감동한 사람들이 품 속에 숨겨둔 도시락을 꺼냈던 겁니다. 낯선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마음을 연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현문우답’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얘길 처음 들었느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그런 해석은 익히 들었죠. 그건 일부 신학자와 아주 유연한 목회자들 사이에서나 오가던 얘기였죠.
설사 그렇게 생각하는 성직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 석상에서 ‘도시락’ 이야기를 밝히긴 쉽지 않은 거죠. 왜냐고요? ‘오병이어’ 일화는 예수님이 보이신 완전한 기적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칫하면 ‘십자 포화’를 맞기 십상입니다.

그런데도 한국가톨릭의 수장인 정 추기경은 “‘오병이어’ 일화에는 숨겨둔 도시락이 있다. 꽁꽁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연 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경에는 글자 하나, 단어 하나라도 무의미한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눈발이 날리더군요. 그 속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추기경의 발언을 가능케 했을까.’
‘무엇이 78세의 추기경으로 하여금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오병이어의 비밀을 밝히게 했을까.’

2009년 1월8일자 중앙일보 기사다.
백성호 기자가 쓴 현문우답이란 칼럼이다.
그는 한국기자 대상을 받은 바가 있는 베테랑 기자다.

놀랬다.
천주교에선 그렇게 말하고 있다니.
어떻게 성경을 그렇게 자의적으로, 인본주의적으로 해석을 할까.
그것도 천주교를 대표하는 추기경이란 사람이 말이다. 정말 놀랠 일이다.

기자는 감동받았다고 했다.
오병이어를 예수님의 기적이라고 허황한 소리를 외쳐대지 않고,
각자의 품에서 꺼낸 도시락이라고,
또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추기경의 용기와 기지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세상은 그렇다.
예수를 예수로 보지 않는다.
신으로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람의 하나로 보려고 한다.
그래서 말씀을 교묘히 왜곡시키려 한다.

갑자기 구토가 나온다.
토액질이 나온다.
하나님을 모독하는, 예수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들,
경건의 모양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그들이 오늘 바로 우리 옆에,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자꾸만 토액질이 쳐오른다..

- 김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