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외요? 우린 그런거 몰라요”

이희창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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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과외요? 우린 그런거 몰라요”  

학원·과외요? 우린 그런거 몰라요”

농촌학교 희망찾기-전북 완주 화산중학교 ④사교육 만능주의를 깨다

전국이 사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20조9,000억원(통계청 추정)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보다 4.3% 늘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이나 된다.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쯤 되면 ‘광풍’에 가깝다.

이를 바라보는 농촌의 학부모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2008년 서울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6,000원에 달했지만 읍·면지역은 12만5,000원에 불과해 2.4배의 격차를 보였다. 돈이 없어서 못 보내고, 학원이 없어서도 못 보내는 농촌 실정을 돌아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더해진다. 농촌에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운 것인가? 전북 완주 화산중학교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경쟁률 10대 1.’ 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산중학교(교장 심의두)의 2006년 신입생 입학 경쟁률이다. 120명 모집에 무려 1,200명이나 지원했다. 이후에도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교생 355명 가운데 70%가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다. 전주·군산·익산 등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인천·대전·부산·대구·울산, 심지어 제주에서까지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 화산중학교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농촌에 있는 학교다. 이런 시골학교에 다니기 위해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든지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경남 마산에서 유학온 3학년생 성윤제군의 말이다.



#전교생 355명 중 70%가 외지 출신

화산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사교육이 없다. 면소재지에 학원이 단 한곳도 없다. 학원을 가려면 승용차로 40분 넘게 걸리는 전주나 익산시내로 나가야 한다. 학원 하나 없는 곳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나. 사교육을 맹신하는 도시 사람들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화산중학교는 다르다.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식 기숙사, 실내 체육관, 5,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컴퓨터실, 천연 잔디 운동장 등 교육 기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덕분에 일부 학생을 제외한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교과과정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 방과 후 보충 심화학습, 밤 9~11시에 이뤄지는 영재학급, 주말학습반(자율), 제2외국어 수업(중국어·일어 선택), 영어·수학·과학 경시대회반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은 대도시 유명 학원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있다.



#영·수 수준별 수업·현대식 기숙사…

특히 20여명의 교사가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1대 1로 지도하고 있다. 예체능, 특기적성 활동 지원에도 부족함이 없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피아노·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 연주를 지도하고, 전교생이 졸업 전까지 유도 단증을 갖도록 하는 체력단련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또 전교생 한자능력시험 급수 갖기, 중·일 자매결연 중학교와 여름방학 교류학습 등 특색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여기에 교사들의 열성적인 지도가 더해지면서 화산중학교는 지난해 교육계가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올렸다. ‘제11회 전국 초·중 영어·수학 학력평가’에서 화산중학교 학생 43명이 대상·금상·은상·동상·장려상을 싹쓸이했다. 또 MBC아카데미·중앙일보 주최 수학학력평가경시대회 대상, 한국생물올림피아드대회 동상, 국제영어대회(IET) 동상·장려상, 전국 중·고 외국어경시대회 장려상 등 각종 전국 단위 경시대회에서 입상해 주목을 받았다. 화산중학교 학생들은 올해 서울·대전·전주·익산 등의 명문고에 다수 진학해 개가를 울렸다. 또 화산중학교는 한국언론인연합회로부터 ‘2008 특성화 교육부문 한국최고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전국에서 손꼽는 명문인 화산중학교도 폐교 위기에 처했던 농촌학교 가운데 하나였다. 2000년 전교생이 54명까지 줄어 통폐합 1순위로 지목됐었다. 그 폐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데는 심의두 교장(75)의 공이 크다. 화산중학교 설립자인 심교장은 폐교 위기를 맞자 70억원의 사재를 털어 기숙사를 짓고 혁신적인 장학제도와 교과과정을 도입해 농촌학교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다른 경시대회 상 휩쓸어…명문교 우뚝

다른 지역 학생 유치를 가로막고 있던 학구 문제를 교육당국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제도를 바꾸기도 했다. 화산중학교가 2005년 전국 최초로 학생 선발과 교과 편성·운영에서 자율성을 갖는 자율 중학교로 선정된 것은 오롯이 그의 공이다. 이에 힘입어 화산중학교는 지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생수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고 나아가 외부의 우수한 학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편성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학원·고액과외 없는 농촌에서 오직 학교 공부만으로도 최고의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심교장은 “도시학교 위주의 현 교육정책으로는 농촌 교육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국제중학교 같은 특성화 학교를 도시보다 농촌에 우선 설립해 도시에 편중된 부분을 농촌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63-262-6291.

완주=이경석, 사진=김병진 기자 ksl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