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박미진.

김진효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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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진

박미진은 본래 전통인물화기법으로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세필화 작업을 해왔던 작가이다. 그런데 최근 그녀가 선보이는 ‘illusion시리즈’에선 돌연 변신을 꾀한다.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불특정 인물이 아닌 대중매체에서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여성으로 대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안료를 다루며 쌓아 올리는 기법 또한 보다 가볍고 경쾌해졌다. 그녀의 그림에 그려진 여성은 매스미디어에서 대중의 욕구에 따라 만들어진 이상적인 인물이다. 수 많은 이미지들이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은연중 복제대상에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추가하여 제3의 대상으로 탄생시키고 다시 전파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철저히 작품에 적용한다. 우선 웹서핑, 영상캡쳐 방식으로 대상을 선정한 후 화폭에 옮긴다. 이때 외형은 원형의 분위기만 살리고, 이목구비나 헤어스타일, 감정 등 세부윤곽은 자신의 모습으로 오버랩(overlap)시킨다. 그녀에게 그리는 행위란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미지에 가려진 자신을 보호하는 것, 작가의 말로 다시 말하면 작품은 보호해야 할 자신을 담은 화석과 같은 것이다.

외부세계로부터 쉽게 영향 받고 흔들리는 인간은 눈앞의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는 맹점으로 가득한 차있다. 화려한 나비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담고픈 인간의 욕망 이면에 감춰진 본성이 무엇인지 우리는 분명히 분별해야 한다. 김우임과 박미진 모두 인간의 가장 도드라진 부분인 안면을 주로 다루는 작가이다. 동양화기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두 작가의 섬세함과 함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녀들의 은밀한 목소리를 이번 전시를 통해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김라희_리나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