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가인2009.04.15
조회218
사랑을말하다

저녁땐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그것도 출장으로 다녀온 친구가

여행 선물이라고 티셔츠를 사왔더라.

관광객들한테 파는 티셔츠가 뭐 대부분 그렇지만

그것도 좀 그랬어.

 

 

가슴팍엔 그 나라 국기가 조잡하게 인쇄 돼있는 데다가

한번만 빨아도 십년은 입은 듯 늘어질 옷감에..

나는 그 친구를 놀리기 시작했어.

 

 

너 이거 나한테 버리는거냐!!

차라리 열쇠고리를 사오지 그랬냐!!

자신 없으면 깔끔하게 담배나 사오지!!

 

 

그리고 또 뭐라 그랬더라!

그런 얘기도 했었구나..

미련하게 이걸 다 첫 번째 도시가서 사서 계속 들고다녔냐!!

여행 처음가보냐!!

아. 너 여행 처음가봤지...

 

 

내 빈정거림이 길어지면서 결국 나는

그 친구를 진심으로 서운하게 만들어버렸지.

아차 싶었지만 그땐 늦었고...

 

 

나 여전히 이래.

고맙다는 소린 멋대로 생략하고..

미안하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고..

늘 비비꼬아만 하고..

줬다가도 뺏고 싶게 만들고..

그래서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 상처 주고..

결국 그런 나를 내가 미워하면서 잠들고..

 

 

야~ 뭘 이런 걸 사왔어..

짐도 많았을텐데.. 그냥 열쇠고리 같은 간단한 거 사오지..

암튼 고마워...

 

 

난 그 마음을 똑바로 말 못해서 오늘 친구를 화나게 했어.

일년 전에 네가 나한테 정색하면서 말했을 때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너 나 사랑하긴 하니?”

 

 

...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해.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되냐고..

그런 질문 넌 지겹지도 않냐고..

 

 

“집에 가자 그만.”

 

 

“당연히 사랑하지 너도 알잖아”

그 말을 똑바로 못해서 그대를 떠나보냈던 난..

그대를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렇게 남들을 화나게하며

살고있습니다.

 

 

꽃피는 봄이 싫은 건 내가 어울릴 수 없어서

내게 손 내미는 사람에겐 모두 상처 입게 만드는 나는

가위손처럼 겨울 속에서만 꽁꽁 갇혀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

 

 

화창했던 봄 날

그댄 어디서 누구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있을지

이젠 물을 수도 없어서 ...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