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이충근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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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 비오는 날, 한옥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북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의 호텔 라궁. ■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 전남 구례의 쌍산재. 라궁이 세련된 리조트 스타일이라면, 쌍산재는 소박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 [비 내리는 날에는 古宅으로 간다 장마가 시작됐다. 퍼붓는 빗속에서 길을 나서기가 꺼려지는 때다. 그러나 장마철에만 느낄 수 있는 여행의 정취도 있다.

한옥 처마 아래로 비 듣는 소리를 들으며 대청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포슬포슬하게 삶은 감자를 곁에 놓고 책을 읽는 맛.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마당의 호박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혼곤하게 낮잠을 자도 좋겠다. 장마철 찾아가볼 만한 운치있는 고택과 한옥을 소개한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명재 윤증 선생은 조선시대 숙종 때 한학자. 학문이 일가를 이루었으되 성품이 대쪽 같았으며 대사헌, 우의정 등에 임명됐으나 모두 사양하고 끝내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다. 고택은 윤증의 성품대로 간결하고 품위있다. 그러나 정작 윤증은 이 고택에서 기거하지 않았다. 허름한 초가에서 거처하던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이 집을 지어 바쳤지만, 평생을 청빈하게 살아왔던 윤증은 “큰 집이 내게 과분하다”며 초라한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 고택은 윤증이 기거하지 않았기에 더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고택이 관리만 하고 살지 않지만, 윤증 고택은 후손이 직접 살며 관리를 하는 집이라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한옥체험을 겸해 숙박을 할 수 있는데 미리 연락해 안내를 부탁하면 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고택에 숨겨진 과학적인 원리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041-735-1251

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동의 수애당은 납북된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수애 류진걸 선생이 세운 고택이다. 임하댐이 지어지면서 원래의 집터가 수몰돼 1987년에 현재 위치에 옮겨 세웠다. 춘양목으로 지었다는 29칸 3동의 건물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5칸 규모의 솟을대문이 명문가의 기품을 느끼게 해준다. 큰방 3개, 중간방 3개, 작은방 5개 등 11개의 방을 개방하고 있다. 방은 크기에 따라 4만∼9만원까지. 1인당 5000원에 아침식사를 차려내온다. 솟대만들기와 다도체험, 한지손거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인당 1만원.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예약시 신청해야 한다. 인근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봉정사 등 여행명소가 즐비하다. 특히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날의 병산서원 정취가 그만이다. 054-822-6661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에는 6대를 내려온 고택 쌍산재가 있다. 대문 앞에는 물맛이 좋기로 이름난 당몰샘이 있다. 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모여 있고, 안채를 지나 더 깊이 들면 대나무 숲길을 지나 서당채가 서 있다. 안채와 사랑채의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모습도 좋지만, 쌍산재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바로 사랑채다. 널찍한 대청마루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방을 앉혔다. 대청마루에 누워서 목침을 베고 낮잠 한숨을 자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서당채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영벽문이란 이름의 작은 샛문으로 나서면 자그마한 사도저수지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저수지를 따라 산책하는 맛이 각별하다. 방마다 화장실, 주방, 에어컨 시설 등을 들여놓았지만 툇마루며 대청마루, 방 등은 옛 모습 그대로다. 숙박객들은 텃밭에서 푸성귀 등을 마음껏 따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10만~20만원.

구례 일대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화엄사가 지척이고, 섬진강도 금세 가 닿을 수 있다. 오산의 사성암도 빼놓을 수 없다. 섬진강의 비 내리는 풍광 또한 근사하다. 011-635-7115

도산서원장을 지냈던 만산 강용 선생이 지은 고택이다. 경북 일원 춘양목의 집산지인 봉화군 춘양면에 자리잡고 있다. 춘양목으로 지은 고택의 아름다움이 빼어나 건축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교문화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봉화에서는 처음으로 일반인들에 개방, 예약을 통해 숙박할 수 있는 곳이다. 정면 11칸짜리 별당 행랑채인 칠류헌의 건축미가 빼어나다. 칠류헌의 넓은 대청에 앉으면 춘양목의 기운을 온몸 가득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수세식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근 봉화읍에 조선조 권문의 하나인 안동 권씨 일가의 집성촌인 닭실마을이 있다. 마을이 닭이 날개를 펴고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 중종때 문신 충재 권벌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100여호가 함께 모여 산다. 빼어난 건축양식의 정자 청암정과 인근 석천정자의 정취가 뛰어나다. 054-672-3206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지어진 전통한옥 호텔이다. ‘신라의 궁궐’을 표방해 한옥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적인 호텔 서비스를 접목했다. 객실은 모두 16개. 길게 이어지는 회랑을 따라 독립된 각 객실이 이어진다. 내부는 대청마루, 안방, 마당, 미니바, 누마루, 노천 온천이 객실별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갖춰져 있다. 대청마루와 안방, 중정 마당, 누마루로 통하는 문을 모두 열어놓으면 집안은 하나의 공간이 된다. 노천 온천의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숙박비가 2인 기준 30만~35만원. 아침식사와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경주에는 수많은 여행포인트가 있지만, 장맛비가 오는 날이라면 경주시 인왕동의 국립 경주박물관을 찾아가보자. 전시장 동선을 따라 신라시대의 유물들을 차분히 관람하고 나면 경주와 신라문화의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된다. 054-778-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