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7번 출구 - 그 네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4.17
조회59
강남역 7번 출구 - 그 네번째 이야기

 

어쩌면 내일 해는, 서쪽에서 뜰지도 몰라요.

 

공부랑은 담을 쌓은 그녀가

 

영어 학원에 다녀보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이런 글로벌 시대에, 영어 보기를 돌 같이 하던 그녀가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당장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겠답니다.

 

분명, 나한테조차 말하기 부끄러운..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평소 나한테만 보이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만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한테 전화가 왔네요.

 

 

"어디로 가면 돼?"

 

"강남역에서 내려서 7번 출구로 나와, 나..그 앞에 서 있어.."

 

"알았어.. 그런데 너무 큰 학원 말고..외진 데 있는 그런 학원 갈래.."

 

"왜? 기왕 다니는 거 큰 학원 다녀.."

 

"외진 데서 일단 기초를 닦고..그 다음에 큰 학원으로 진출 해야지.."

 

 

큰 학원으로 진출을 하다니.. 그녀는 역시 재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참 많아요.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있잖아요.

 

내조하는 아줌마들 이야기..거기에 천지애 어록이 뜨고 있잖아요.

 

그 원조가 사실..내 여자 친구입니다.

 

 

한 번은 내가 재밌게 본 영화가 뭐냐고 물었더니,

 

"시드니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은 겨울에 눈이 아주 많이 온 날 이었는데,

 

그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러는 거예요.

 

"오빠, 스노우 체어 안 해?"

 

'시애틀'을 '시드니' 라고 하고,

 

'스노우 체인'을 '스노우 체어' 라고 하는 그녀,

 

그리고도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그녀,

 

그게 그녀의 매력이에요.

 

근데 누군가 그런 그녀의 매력에 챈물을 끼얹은 모양이에요..

 

그녀의 긍정적인 마인드로도 극복할 수 없는

 

굴욕적인 창피를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가 도착했습니다.

 

"오빠, 나 오다가 생각해 봤는데,

 

황새가 뱁새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진다잖아..

 

나 그냥 황새로 살래.."

 

몇 시간 사이에 영어 학원을 포기하겠다는 그녀,

 

근데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거 아닌가요?

 

"그래.. 그냥 황새로 살자.."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꼭 안아 주라고,

 

다친 그녀의 마음을 꼭 안아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