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때 고급 외제차로 광란의 폭주라니

배규상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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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려운 때 고급 외제차로 광란의 폭주라니

 

 

어른들이 철부지 아이들처럼 고급 외제차를 몰고 심야의 도로를 폭주하다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적발된 301명의 면면을 보면 의사·약사·변호사·방송연예 종사자·사업가·대기업 임원 자녀 등 고소득 전문직과 부유층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돈 많은 폭주족은 차량의 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수도권 인근 도로에서 무려 722차례나 광란의 레이스를 벌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교통신호 조작, 도로 차단 등의 불법 행위와 일반 차량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니 폭주가 아니라 집단 난동에 가깝다고 하겠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짓이라기엔 이들의 신분이 너무 번듯하고, 부유층의 자기 과시로 치부하기엔 그 방법이 너무 치졸하다. 폭주족 뉴스가 단순한 지탄거리를 넘어 분노로 다가오는 것은 이들의 행태가 소위 일부 가진 자들의 안하무인식 횡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부유층 폭주족이 광란의 레이스를 벌인 외제차들은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중에는 20억원대의 페라리, 10억원대의 코닉세그, 람보르기니 등 구경조차 하기 힘든 최고급차도 끼여있었다고 한다. 고가의 외제차가 시속 355㎞로 도로를 전세낸 듯 무법 질주하는 굉음은 서민들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안 그래도 외제차는 도로 위의 특권층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수리비가 겁나서 보통사람들로선 피해갈 수밖에 없다. 고급 외제차의 무법 질주는 사회적 위화감뿐만 아니라 자칫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을 키울 수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폭주족 다수가 죄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를 풀었을 뿐”이라거나 “차 성능을 시험했을 뿐”이라는 말은 내 차로 내 맘대로 달렸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항변으로 들린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갈수록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이 막 나가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 사회적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돌아보고, 강자는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 돈 있는 것이, 고급차 가진 것이 특권은 아니다. 돈 자랑, 차 자랑으로 서민들의 가슴에 못 박는 짓을 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