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정동영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

배규상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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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정동영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

 

 

전주 덕진 4·29 재선에서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그제 출정식에서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할 선거를 ‘정동영 죽이기’ 선거로 만든 민주당이야말로 바뀌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방향을 바꾸려면 제1야당이 강하고 야당 구실을 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출사표만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건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정 후보는 출마를 선언할 때도, 공천을 요청할 때도, 심지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때도 현 정권을 견제하고, 민주당에 힘을 보태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 그가 사활이 걸렸다고는 하나 민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내고, “제 몸 속에는 민주당 피가 흐른다”며 당선 후 복당을 재다짐한 그로서는 동정론만을 의식한 자기 부정이나 다를 바 없다. 지역주의에 기대 권토중래하려 한다는 비판을 키울 뿐이다. 혹여 현 지도부의 민주당으로는 안되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야 현 정권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다는 얘기라도 하고 싶은가. 그러잖아도 정 후보는 선거 후 신당을 꾸리려 한다거나 당권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치인으로서 이런 독선적 자세가 국민 전체에게는 어떻게 비쳐질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일이다.

한 정권의 집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엄존하는 지역주의 덫으로 빛 바랜 측면이 있으나 본질적으론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본령이고,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는 선거의 참 의미다. 참여정부 내내 여당이 각종 재·보선에서 전패에 가까운 참담한 성적을 기록한 것도 중간 평가로 보는 게 옳다. 그런 맥락에서 정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은 또 다른 역주행이다. 자신의 안위에 매달려 선거 구도마저 비트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2009년 4월 18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