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날 계속해서 쳐다 보고 있다.10분 전부터 나의 동선을 따

정연선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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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가  날 계속해서 쳐다 보고 있다.

10분 전부터 나의 동선을 따라 쫒고 있는 시선을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르척 했다.

이런 시선에는 "***씨죠" 혹은 "***씨 오셨어요?"라는 이 한마디면 된다.

임상 6년차....

보호자나 환자에 대한 그런 눈치쯤은...이미 난 프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짧은 한마디가 그들에게 얼마나 따스하게 다가 오는지...낯선 환경에 작게 나마 안심이 되리라는 걸 알고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선순위에 밀려.. 발등에 떨어진 일이 먼저였고 10분전부터 나를 쫒는 시선이 조금은 짜증도 났었다.

 

 

앞서 진료 본 환자들의 치료일정 안내랑 주의 사항들을 설명하고 다른 검사 일정을 잡아주고 타과예약, 차트와 처방전 확인등 이런저런 일들..그 발등에 떨어진 일들을 끝내고 주의를 둘러보는데..그 보호자는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예약시간보다 한참은 먼저 내원한 부부였다.

진료가 지연되면서 이미 1시간쯤 기다린 거 같았다.

' 그러게...기다릴 텐데 왜 예약시간 보다 먼저 온것이야~' 속으로 생각했다.

 

 

진료를 보고 부부가 진료실을 나왔다.

환자는 RT가 결정됐고 이제 내 할일은 동의서 작성과 주의사항을 안내하면 된다.

보호자가 화장실로 갔다.

'보호자 나오면 설명해야지'하곤 5분쯤 기다렸을까.. 보호자가 나오질 않자 바쁜맘에 환자분을 불렀다.

환자가 주저주저 하며 스테이션으로 들어왔다.

내 설명에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설명을 마치고 동의서에 싸인을 받으려는데..환자가 당황해하며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했다.

내가 가르키는 데로 대충 이름을 쓰는데 그때 보호자가 들어왔다.

보호자는 울고 있었다.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다.

 

 

 

암을 진단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나이가 젊거나, 그 상대가 배우자거나 자녀인 경우에 보호자들은 특히나 힘들어한다. 종양내과병동에 있을때부터 그러니까 23살부터 그런환자들을 봐왔다. 그런눈치쯤..이였다.

하지만, 보호자의 말에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난 당황했다. 암이라는 진단때문이 아니였다.

"지금 시각장애인인데 치료하면 더 못볼꺼래요."하며 눈물을 닦으면서 동의서를 작성했다.

동의서를 작성하는 그 손이.........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

 

 

그 부부가 돌아가고 과장님께 물어봤었다. "그 환자는 RT filed에 시신경이 포함되서 아무래도 더 안좋아질꺼야."하셨다. 그 후로 계속 이렇게 맘이 아프다.

 

난 사랑하는 사람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맘아픈 건지 안다. 눈이 나쁜 어린 나를 데리고  잘 본다는 안과의사를 찾아 전전했던 우리 엄마, 안과진료볼 때 마다 철없는 나는 사탕하나를 입에 물고 시력검사를 하던 내내 뒤에서 울고 있던 엄마가 오버랩되서인가... 

계속 이렇게 맘이 아프다.

 

 

간호사라는 직업...가끔은 보람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 내 일이 아닌데도 맘이 괴롭고 하면...더 못해먹을 일이다라 싶기도 하고 그렇다.  예전 병동에 있을때 수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간호사는 전생에 큰 잘못을 해서 이렇게 맘고생 몸고생하는 거라고....

 

월요일 출근하면 그 환자한테 잘 해줘야지..내원하면....***님 오셨어요부터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