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

배규상2009.04.21
조회177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검찰의 ‘박연차 수사’에 대해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수사의 핵으로 부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력비리 실체는 오간 데 없이 “노 전 대통령과 검찰 간에 문답이 매일 왔다갔다 해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노 전 대통령의 ‘고백’ 이후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수사가 두 주가 다되도록 검찰 수사인지, 법정 다툼인지 모를 만큼 양측 공방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박 대표로선 노 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더욱 못마땅하겠지만 검찰 수사도 자꾸 정상적 궤도를 이탈하는 조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번 수사의 요체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얼마를 받아서 어디에 사용했으며 대가성은 없었느냐 여부일 터인데 증거를 찾은 뒤 소환이든 방문이든 직접 따질 일을 놓고 흠집내기에 골몰하는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흘린 뒤 반응을 살피고, 아니다 싶으면 반박하는 촌극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공방이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더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시기를 4·29 재·보선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다는데 사실이라면 그런 의구심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검찰 스스로 이번 수사를 정치화하고, 신뢰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상을 속속들이 밝히고 단죄받아야 마땅하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의뢰인을 변론하듯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검찰 수사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칼자루를 쥔 쪽은 검찰이라는 점에서 검찰 책임이 적지 않다고 하겠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고 한다. 수사가 엄중할수록 새겨야 할 경구 아닌가.

 

 

 

2009년 4월 2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