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려도 시원찮은 빈곤층 지원액 깎는 국회

배규상200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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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려도 시원찮은 빈곤층 지원액 깎는 국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빈곤층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복지위는 엊그제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1조4401억원 추경안 가운데 1200억여원을 깎았다. 이 바람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과 긴급복지 예산이 각각 3분의 1씩 줄었다.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에서 늘려도 시원치 않은 빈곤층 지원액이 뭉텅 잘려나간 것이다.

복지위는 삭감 근거로 복지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증가분을 과도하게 잡았다고 주장한다. 추경안은 지난 1월 말을 기준으로 7만4000명이 늘 것으로 추정했지만, 1~3월의 흐름을 보면 4만6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과다추계했다면 복지위의 삭감 심의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 대목이 복지위가 빠진 탁상공론의 함정이다. 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에 빈곤층 410만명이 방치되어 있는 현실은 무시됐고, 경제위기로 빈곤층이 2배 폭증할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착시일 수도 있는 1·4분기의 통계수치에 매달려 빈곤층 지원 문제를 기술적으로 처리한 셈이다. 모자라면 복지부 예비비로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예산이 줄면 복지 행정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찾아가는 복지는 언감생심이다.

추경에서 추계 논란은 민생 안정 대책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슈퍼 추경을 하면서도 복지부나 국회 복지위나 비상하게 대책을 강구해도 모자랄 판에 지극히 안이하게 접근했다. ‘휴먼 뉴딜’이니 신빈곤층 특별 대책이니 말만 요란했을 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절실한 제도개선 노력은 추경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정부나 국회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호기(好機)를 날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빈곤층 지원 삭감으로 슈퍼추경의 명분은 퇴색됐다. 부자감세는 밀어붙이면서 빈곤층 예산을 줄이겠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추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복지위의 심의를 재고하고, 빈곤층 지원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에 당장 나서야 한다.

 

 

 

2009년 4월 2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