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허남호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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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대가 내게 오지 않으시니

난 다른 사랑에 빠지겠어요.

꿈결처럼 그대를 잊고 날아가겠어요.

날아가다 뭔가가 눈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또 그대 생각을 하게 될 테니

눈을 감고 날아가겠어요.

 

그럼 난 하늘도 바다도 풀도 볼 수 없을 테니

빨간 벽돌로 만든 담도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도 볼 수 없을 테니

언젠가 어딘가에 부딪혀 떨어지겠죠

하얀 날개에 선홍색 피가 흐르면

난 날개를 다쳤으니 더 이상 날아갈 수가 없어, 하고

그대에게 돌아갈 이유를 만들겠죠

 

그대가 내 마음을 가져가시니

난 다른 꿈을 꾸겠어요.

둥글고 커다란 유리볼에 치커리와 브로콜리를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포도로 만든 비니거를 뿌려

티파니로 가겠어요

차가운 유리벽 너머로 반짝이는 블루 사파이어를 보며

초록색 샐러드를 먹으며

그대를 까맣게 잊겠어요

 

그럼 난 그 눈도 입술도 손가락도 다 잊을 테니

그렇게 간절하던 맹세의 말도 다 잊을테니

언젠가 어디선가 그대 다시 만나도

그대인 줄 모르고 스쳐지나가겠죠

그렇게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다른 사람으로 다르게 만나면

그대와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질 수 있겠죠

 

그대가 나를 버리시니

난 영원을 약속하겠어요

변하고 변하고 변하여

완전한 무(無)가 되어

그대 마음에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않겠어요

 

그럼 난 그대에게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될 테니

그대에게 영영 잊혀지지도 않겠죠.

 

 

 

-황경신 '초콜릿 우체국(Chocolate Post Office)'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