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쏟아버려 마구 열이 받아있는 상태로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탄성을 지른 후 커피를 마시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까지 도달해버렸다.
아아... 역시 나는 느긋한 슬로우 라이프는 어울리지 않는 체질이었다. 항상 무언가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는 도중에서도, 절대 차를 먹는 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오늘처럼, 커피의 향내음이 달콤하게 느껴진적도, 오늘처럼 시간이 남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아쉽고 안타깝다. 한모금도 마시지 못한채 책상에 쏟아버린 커피를 이제와서 혀로 핥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만든 커피중에 가장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만한 향기를 가지고 있던 커피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책상을 '거즈'라는 물체로 닦아낸 뒤 잔류하는 향기에 취해 카페인에 대한 유혹이 다시금 떠올랐고 다시 물을 올린후 커피포트에 전원을 넣는다. 부글부글 하고 끌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남아있는 방금 쏟아버린, 그리고 다시는 같은 배합으로 만들지 못할 커피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해지며 물이 끓을 동안 무엇을 할까. 라는 다시 여유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에 '군대'에 도둑이 극성이다. 어느정도의 수준이냐면, 어의의 물품에도 손을 대는 버릇없는 인간들이 등장하고, 또한. 누군지 몰라도 우리 군대의 최고 '의녀' 인 나의 물품에도 손을 대었다. 이 정신줄을 놓은 인간들을 모조리 일거에 베어버리고, 사지를 잘라낸 뒤 동서남북에 묻어놓고 두고두고 침을 뱉어주고 싶지만 이미 잃어버린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지갑은 돌려줬으니 감사하도록 해야겠다. 그때부터 생긴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확인하는 버릇. 정확히는 습관이 들어버린 이 본능적인 행동은 다시 할짓없는 나에게 지갑을 펼쳐보게 해주었다.
주머니에서 항상 해오던 손짓으로 지갑을 꺼내 펼친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카드들이 보인다. 모조리 도난신고 해버린 카드다. 본가에 잠시 갔다 올때까지는 봉인되어버린 내 카드. 덕택에 돈없이 담배만 사서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다. 힘들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지갑에 들어있는 예전에 빌려줬던 돈 있는대로 갈취하여 가지고 있는 4만원, 그리고 7천원. 이것으로 5월 중순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쩔수 없다. 모든것은 지갑관리를 안한 내 잘못이다. 갑자기 눈에 이색적인 카드한장이 보인다. 다른 마그네틱선이 그어져있는 카드들과는 다르게, 녀석은 깔끔한 사진한장과 함께 지문이 찍혀져 있었다. 슬쩍 들어본다.
얼마나 꺼내지 않았는지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쉬펄. 힘을 주어서 꺼낸다. 거기에는 나의 신원이 적혀있었다. 주민등록증 이라고 부르는 물체였다. 그곳에는 나의 주소가 적혀있었고, 나의 지금 신분이 나리때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저것을 언제 찍었더라, 그런것은 기억나지 않았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지금 내 신분을 밝힐 수 있는것은 그저 오른쪽 가슴에 달려있는 이름 세글자와, 왼쪽 어깨에 매달려있는 표식이 전부였다. 아, 목걸이를 빼먹을 뻔했군, 처음 받았을때,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목걸이였는데 지금은 그저 귀찮을 뿐이다.
지금은 이 주민등록증이라는 카드를 쓸일이 없어졌다. 애초에, 술집에 출입도 하지 않고 또한 '군대'에는 성인만이 들락날락거릴 수 있기에, 담배를 사는것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니, 이 주민등록증을 쓸일이 없을수밖에... 밖에 나가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얼굴이 예쩐보다는 못해진게 분명한지, 제출을 요구하는 술집도, 담배가게도 없다. 그저 '군인이세요?'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담배를 건내고, 술을 판다. 씁쓸하다. 어느샌가 나는 신분증명이 필요없어진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애초에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옷 자체가 나의 직업과, 이름을 모두 보여주고 있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이 편리한 옷 때문에 예전에 번거롭게 꺼내던 신분증에 대한 미련이 없어져버렸다.
다시 한번 물끄러미 주민등록증을 바라본다. 여전히 웃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행복했던건지, 나이를 먹어 이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이었을까. 아니면, 담배를 이제 법의 제한없이 필 수 있다는 우얼감이었을까. 녀석은 웃고 있다. 하지만 녀석도 알고 있었을까. 나이를 먹고, 성인에 대한 증명으로 나오는 그 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녀석은 내가 지금 있는 이 위치에 올 '의무' 도 생겼다는 것을.
주민등록증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기며, 책을 읽던 도중.
커피를 쏟아버려 마구 열이 받아있는 상태로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탄성을 지른 후 커피를 마시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까지 도달해버렸다.
아아... 역시 나는 느긋한 슬로우 라이프는 어울리지 않는 체질이었다. 항상 무언가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는 도중에서도, 절대 차를 먹는 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오늘처럼, 커피의 향내음이 달콤하게 느껴진적도, 오늘처럼 시간이 남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아쉽고 안타깝다. 한모금도 마시지 못한채 책상에 쏟아버린 커피를 이제와서 혀로 핥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만든 커피중에 가장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만한 향기를 가지고 있던 커피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책상을 '거즈'라는 물체로 닦아낸 뒤 잔류하는 향기에 취해 카페인에 대한 유혹이 다시금 떠올랐고 다시 물을 올린후 커피포트에 전원을 넣는다. 부글부글 하고 끌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남아있는 방금 쏟아버린, 그리고 다시는 같은 배합으로 만들지 못할 커피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해지며 물이 끓을 동안 무엇을 할까. 라는 다시 여유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에 '군대'에 도둑이 극성이다. 어느정도의 수준이냐면, 어의의 물품에도 손을 대는 버릇없는 인간들이 등장하고, 또한. 누군지 몰라도 우리 군대의 최고 '의녀' 인 나의 물품에도 손을 대었다. 이 정신줄을 놓은 인간들을 모조리 일거에 베어버리고, 사지를 잘라낸 뒤 동서남북에 묻어놓고 두고두고 침을 뱉어주고 싶지만 이미 잃어버린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지갑은 돌려줬으니 감사하도록 해야겠다. 그때부터 생긴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확인하는 버릇. 정확히는 습관이 들어버린 이 본능적인 행동은 다시 할짓없는 나에게 지갑을 펼쳐보게 해주었다.
주머니에서 항상 해오던 손짓으로 지갑을 꺼내 펼친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카드들이 보인다. 모조리 도난신고 해버린 카드다. 본가에 잠시 갔다 올때까지는 봉인되어버린 내 카드. 덕택에 돈없이 담배만 사서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다. 힘들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지갑에 들어있는 예전에 빌려줬던 돈 있는대로 갈취하여 가지고 있는 4만원, 그리고 7천원. 이것으로 5월 중순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쩔수 없다. 모든것은 지갑관리를 안한 내 잘못이다. 갑자기 눈에 이색적인 카드한장이 보인다. 다른 마그네틱선이 그어져있는 카드들과는 다르게, 녀석은 깔끔한 사진한장과 함께 지문이 찍혀져 있었다. 슬쩍 들어본다.
얼마나 꺼내지 않았는지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쉬펄. 힘을 주어서 꺼낸다. 거기에는 나의 신원이 적혀있었다. 주민등록증 이라고 부르는 물체였다. 그곳에는 나의 주소가 적혀있었고, 나의 지금 신분이 나리때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저것을 언제 찍었더라, 그런것은 기억나지 않았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지금 내 신분을 밝힐 수 있는것은 그저 오른쪽 가슴에 달려있는 이름 세글자와, 왼쪽 어깨에 매달려있는 표식이 전부였다. 아, 목걸이를 빼먹을 뻔했군, 처음 받았을때,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목걸이였는데 지금은 그저 귀찮을 뿐이다.
지금은 이 주민등록증이라는 카드를 쓸일이 없어졌다. 애초에, 술집에 출입도 하지 않고 또한 '군대'에는 성인만이 들락날락거릴 수 있기에, 담배를 사는것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니, 이 주민등록증을 쓸일이 없을수밖에... 밖에 나가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얼굴이 예쩐보다는 못해진게 분명한지, 제출을 요구하는 술집도, 담배가게도 없다. 그저 '군인이세요?'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담배를 건내고, 술을 판다. 씁쓸하다. 어느샌가 나는 신분증명이 필요없어진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애초에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옷 자체가 나의 직업과, 이름을 모두 보여주고 있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이 편리한 옷 때문에 예전에 번거롭게 꺼내던 신분증에 대한 미련이 없어져버렸다.
다시 한번 물끄러미 주민등록증을 바라본다. 여전히 웃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행복했던건지, 나이를 먹어 이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이었을까. 아니면, 담배를 이제 법의 제한없이 필 수 있다는 우얼감이었을까. 녀석은 웃고 있다. 하지만 녀석도 알고 있었을까. 나이를 먹고, 성인에 대한 증명으로 나오는 그 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녀석은 내가 지금 있는 이 위치에 올 '의무' 도 생겼다는 것을.
- GEg, Woo Hy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