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나는강하다

고은영20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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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나는강하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단단한 호두껍데기가 못된다

 

비록 호되게 깨지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혼자서 실없이 터져버리는 무른 연시다

 

껍질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비죽비죽 속살이 터져나온

 

형편없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라

 

나는 총알 같은 고추씨를 입 안에 꾹 물고 있는

 

매운 고추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 물러터진 감인 내가

 

붉고 딴딴한 단감으로 변하는 신통한 때가 있다

 

생각이 미혹의 꽃을 들고 나를 찾아오는 때다

 

생각은 감자 비린내처럼 강하다

 

생각은 나를 하나로 모은다

 

하나의 꼭지점으로 몰려드는 몇 개의 부챗살이나 바퀴살

 

오목렌즈 안으로 달겨들어 종이를 태우고야 마는 햇빛 줄기처럼

 

내가 생각하는 동안은, 참으로 조심스런 손길이 아니라면,

 

내 팽팽히 당겨진 생각의 현을 함부로 튕기지 말아라

 

그대로 성난 화살이 되어 날아갈지 모르니

 

나는 시커멓게 솟아오르는 굴뚝 연기가 되고

 

붉으락푸르락 낯빛을 바꾸며 타오르는 불꽃이 된다

 

나에게 잘못 손대면 이 뜨거움에 손이 데일 것이다

 

새파랗게 날 선 생각이 섞여 들어온 피들을 속속들이 뒤져 뽑아낸다

 

그 많은 피들만으로도 생각은 한 볏단이다

 

잠조차 생각으로 잔뜩 불그레한 나를 곤히 재우지 못한다

 

생각하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 나보다

 

강하다

 

무섭다

 

겁없이 앞서나간다

 

나의 생각은

 

비릿한 감자 내음처럼 강하다

 

온통

 

네 생각뿐인

 

나의 생각!

 

 

 

이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