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가인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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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말하다

너는 오늘, 많이 즐겁다. 


점심시간 일찌감치 사무실로 돌아온 너는 


쇼핑백에서 실 뭉치 하나와 대바늘 두개를 꺼내들고는 


그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때 선물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그런데 아직 뜨개질이 서툴러 뜨는 시간보다 도로 푸는 시간이 더 많다며... 


아침엔 전철에서 뜨개질하다가 하마터면 멀미를 할 뻔 했다며... 


그래도 받으면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며... 


너는 오늘 많이 행복해 보인다. 


 


며칠 전, 네가 그 사람과 전화로 싸웠던 날... 


소리죽여 통화하는 네 목소리를 듣기 위해 


너의 옆자리에서 마우스 한번 움직이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있던 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 소리와 함께 전화기를 책상 위로 던지고 


구두소리를 크게 내며 화장실로 달려가던 너... 


그런 네가 걱정돼 자리에 앉은 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을 때 


막 사무실로 들어서던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때 네가 울음을 참으려고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 


그래... 그때를 생각하면 오늘 네 모습은 너무도 즐겁다. 


그러니 오늘은 나도 좀 즐거워져야겠다. 


 


어젯밤엔 꿈을 꿨다. 


무서운 싸이코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는 너에게 네 인연은 나인걸 왜 모르냐고 덤벼들었고, 


넌 그렇게 미친 나를 피해 끝도 없이 도망을 쳤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 꿈이 생시가 아닌 것을 많이 감사했었다. 


 


더 감사하게도 너는 오늘 많이 즐겁다. 


그 사람의 줄 선물을 생각하며... 


뾰족하지도 않은 바늘에 손을 찔려 아프다고 엄살을 떨며... 


그러면서도 깔깔 웃어대며... 


 


어쩌면 네 눈빛은 끝까지 나를 향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한 발자국도 더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