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박영진 개그코드

박영호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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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박영진 개그코드

Intro

개콘 박영진 개그코드'개그 콘서트'가 세대교체의 성공과 도전적인 내용, 편성의 유리함을 토대로 쭉쭉 뻗어 나가면서 그 출연진들의 활동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저 역시 은연중에 버라이어티 쇼를 공개 코메디보다 우위에 놓는 풍토가 불만입니다만, 출연자들의 처우와 투입해야하는 노동의 강도, 빠른 코너 교체에 의한 스트레스와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개콘에만 얽매이기 보다는 좀 더 자신의 활동폭을 다양하게 하려는 그들의 시도를 꼭 나쁘게 볼 수는 없겠죠. 점점 동맥경화를 보이는 한정된 버라이어티의 인재풀을 좀 더 풍부히 하고자 하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요구도 이들의 보폭을 점점 더 넓게 해주는 배경이 되고 있구요.


이미 정형돈, 신봉선, 유세윤, 이수근 같은 성공적인 이적 케이스도 있고, 황현희, 윤형빈, 한민관도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들의 뒤를 이을 이적생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것도 재미있는 흥미거리입니다. 많은 후보군들이 인기와 자신만의 개성을 무기로 들이대고 있습니다만, 전 단연 뻔뻔한 박영진을 꼽고 싶네요. KBS 부장님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그를 무척 사랑하게 됐거든요.

 

'집중 토론'에서 오래된 단짝 박성광을 받쳐주는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한 KBS 공채 22기 개그맨인 그는 박성광이 먼저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로 대접받을때 묵묵히 그의 파트너를 도맡아 하면서 서서히 자신만의 개그 코드를 확립했습니다. '박대박', '춘배야'를 거쳐 지금의 '뿌레땅뿌르국' 그리고 '봉숭아학당'의 교수님 역할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젠 명실상부한 개콘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죠. 화제성에는 '분장실 강선생'의 강유미, 안영미나 왕비호 윤형빈에게 밀리지만, 현재 개콘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바로 박영진이에요. 자신이 메인이 되는 뿌레땅 뿌르국 뿐만 아니라, 메인 디쉬인 봉숭아 학당에서도 그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는 꼭지는 거의 없습니다. 다소 부산스럽게 교차하는 순서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면서 봉숭아 학당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바로 박영진이죠.

특징

그렇다면 이런 놀랄만한 성장을 있게한 그만의 개성과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논리적으로 포장하는데 놀랄만한 재능이 있어요. 부조리하지만 납득이 되는 묘한 재미 속에 세상에 대해 쓴 말을 던질 줄아는 개그맨이기도 하구요. 윽박지르기도 하고 박박 우기기도 하지만, 그 속에 일정 부분 납득할 수 있는 것들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게 해주죠. 그가 맘만 먹으면 신데렐라는 밤늦게까지 놀러다니는 탈선 여학생이 되어 버리고, 별주부도 속임수로 장기매매를 알선하는 천하의 사기꾼으로 변질되죠. 독특한 재해석과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게 하는 당당하고 자신있는 태도, 그리고 약간은 복잡할 수도 있는 내용도 명료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게 해주는 좋은 발음과 목소리 톤은 그의 큰 자산입니다.

게다가 그는 언어유희의 재미와 멋을 아는 개그맨이에요. 단순한 말장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글이 가지는 중의적인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 개그맨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상대방과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지나가는 한 단어, 한 구절 속에서도 새롭게 의미를 부과하고 전혀 다른 상황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여 재미를 주는 것도 그가 가진 개그 코드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쉽게 연상하기 힘든 것들의 연속으로 자신의 코너를 꾸민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구와 사전 준비를 통해 무대 위에 선다는 의미죠.

또한, 상대방을 비하하고 농락하면서도 그 대상을 불쌍하고 당하는 측은지심을 유발시켜서 오히려 그의 이미지를 업시켜준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죠. 비난과 호통의 캐릭터는 매우 많지만, 박영진처럼 놀리고 조롱하는 대상이 오히려 빛나게 해주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호통쟁이들이 자신이 빛나기 위해 큰소리를 치는 것에 비해 박영진이 놀려대는 박성광, 허경환, 김기열은 억울하게 당하는 피해자로 비춰지면서 시청자들에게 편들어주고 싶은 대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죠. 출연진간의 관계와 설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재의 버라이어티 흐름에서 정말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단점

물론 그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그가 개그를 위해 취하는 태도가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에 녹아들기 위한 설정이 조금 애매해요. 지금까지 개콘에서 그가 맡은 역할이 전문가, 교수, 대통령 같은 상대방보다 우월한 위치였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위에서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을때 가장 빛나는 그의 개그 스타일은 실제론 아직 초짜에 불과한 그의 경력과 비교할 때 프로그램에 녹아들기 위한 포지셔닝이 불편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건방진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는듯한 유세윤의 경우, 그는 건방지고 뻔뻔하지만 어딘가 사랑스러운 건방진 하룻강아지라는, 예능 적응을 위한 초보자에겐 최적의 모습으로 프로그램 속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영진은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기보다는 경직되고 딱딱한 부분이 없지 않죠. 버라이어티 이적을 위해선 약간의 손질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그의 당당한 풍채는 다른 진행자와 한 화면에 잡혔을때 약간의 부담감을 안겨줍니다. 그만 잡아도 화면이 꽉 차는듯한 느낌을 전해주거든요. 그의 개그코드와는 더할나위없이 맞는 체격 조건이지만, 조화와 어울림이 생명인 버라이어티에선 단점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맺음

하지만, 이런 버라이어티 진출이란 섵부른 걱정과 지적을 하기보단 아직은 좀 더 그의 또 다른 장점들을 꽃피울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보내줄 때입니다. 다른 장르로의 외출은 조금씩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개콘의 재능들의 부담들을 줄여주면서 개콘을 자신의 것으로 휘감은 뒤에 천천히 생각해도 될 만큼, 지금 그의 성장세는 매우 인상적이니까요.  튼튼한 무대 기본기와 개그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유능한 광대를 만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순풍을 탄 개콘의 젊은 선원이 조금씩 노련한 선장으로 성장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자구요. 그는 기다려줄만한 가치가 있는,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아 보이는 젊은이입니다. 지금처럼만 꾸준하게 자신의 재능을 업그레이드하다보면, 언젠가 우린 박영진의 시대를 만날 수 있을거에요. 그의 시대가 무척이나 기대되고, 생각만해도 즐거워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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