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부동산 투기 단속’ 말할 자격 없다

배규상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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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부동산 투기 단속’ 말할 자격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지역이든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면 투기지역 지정이든, 금융 규제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잡겠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로 불로소득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한 말이다. 짐짓 부동산 투기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정부는 출범한 지 1년 남짓 만에 건설·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며 부동산 투기를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를 거의 모두 해체해 버렸다. 부동산 부자에 대해 보유세를 무겁게 물리도록 한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한 것을 비롯해 양도소득세율 인하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폐지,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등 이 정부가 과거 정부의 ‘부동산 대못’을 뽑겠다며 내놓은 조치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다. 부동산 투기를 규제할 정책수단들을 대부분 해체시켜 놓고 장차 투기가 일어나면 무슨 수로 이를 막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몇차례의 세법 개정으로 부동산세제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음을 날리는 것도 ‘눈 감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최대 3억원가량 뛰었고 최근에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에도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부동자금만 800조원이나 풀려 있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 언제든 부동산 값 폭등으로 이어질 조건이 두루두루 갖춰져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사정이 급하다고 생경한 정책을 급조해 내거나 기존 정책을 널뛰기 식으로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앞뒤 재지 않고 일을 벌여놓으면 그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꼭 그 꼴 앞에 놓여 있다.

 

 

2009년 5월 13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