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오바마의 인권정책 후퇴

배규상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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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오바마의 인권정책 후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교도소에서 저질러진 수감자 학대 사진 공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 반미 여론이 격화되고 미군이 더 큰 위험에 놓일 것이란 점을 들었다. 이는 시민단체가 사진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에 따라 약속한 공개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진보세력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가 군부 등 보수세력의 반대에 굴복한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우리 역시 이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오바마의 약속 불이행이 당초 그가 내건 변화 기치의 퇴색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돌이켜 보면 미국이 젊은 유색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부시의 일방주의와 반인권적 정책에 대한 변화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는 5년 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수감자 학대 사건의 충격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이른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입장을 뒤집은 것은 수감자 학대 승인이나 다름없으며 나아가 투명한 정부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집권 4개월째를 맞은 오바마의 통치철학은 보수층의 반발 속에 진보와 온건, 보수의 색깔이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오바마가 ‘변화’라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변화라는 큰 그림 아래 미국이 실추된 도덕성을 회복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소중히 다뤄야 할 가치가 인권이다. 마침 미국은 며칠 전 창설 4년째인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 처음 선출됐다. 부시 시절 미국은 인권이사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미국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세계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인권과 지구온난화 문제 등에서 오바마가 부시와 완전히 차별적인 정책을 펴나가기를 기대한다.

 

 

2009년 5월 15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