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나일론>이 한국 독자들과 정식 악수를 청한 건 지난 8월. ‘절판’이라는 행복한 비명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데, 한낱 ‘부록’이 그 이유일까. <나일론>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나일론>만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다. 일상적인 모습을 포착한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사진, 한낱 가십거리는 다루지 않는 교양적이고 지적인 내용의 기사, ‘아트’적이며 수공예적인 그래픽과 일러스트 등은 유행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높은 미감의 젊은 감성을 사로잡기에 손색없다.
CONCEPT
차고 넘치는 정보를 담아내느라 ‘왁자지껄한’ 편집디자인을 구사했던 기존 패션 매거진과 비교해 <나일론>의 레이아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여백의 미’다. 여운이 느껴지는 디자인, 정갈하고 절제된 디자인, 기본기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나일론>만의 심심한 듯 세련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형도 총괄 디렉터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페이지의 ‘공간 찾기’라고 설명한다. 밀도가 낮게 공간을 활용해 풍부한 여백을 만들어내며 구성 요소의 시각 효과를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더 담아내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나 더 빼야 마련되는 이 화이트 스페이스는 사진과 이미지,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절묘한 조화로부터 완성된다. 임팩트 있는 사진 한 장과 간결한 타이포그래피의 적절한 배치, 즉 ‘형태와 공간의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레이아웃은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획득한다. 그 자체로서, 있는 그대로의, 그렇지만 개성적인 모습으로 지면을 살리는 게 바로 <나일론> 편집디자인의 과제다.
PHOTOGRAPHY
사진은 <나일론>만의 도드라진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하늘이나 잔디가 배경인 심플한 사진, 벽의 전선 코드를 그대로 살리는 자연스러운 사진, 그저 대상을 마주한 채 플래시를 터트린 듯한 담백한 사진 등 <나일론>의 사진은, 패션 사진의 강박관념으로부터 훌쩍 벗어나 있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더라도 마치 증명 사진을 찍듯 모습을 담아내는 무심함, 마치 로모 카메라로 아마추어가 촬영한 듯한 익숙한 낯섦…. 이렇게 찍은 사진은 은어로 ‘풀 빼다’라고 일컫는 풀 블리드로 처리하는 대신, 마치 액자에 담은 듯 파스파르투(디자인 요소 둘레의 흰 여백 또는 테두리)로 편집한다. 파스파르투는 풀 블리드와는 다른 효과로 사진의 주목도를 높이고 페이지의 균형감을 살려낸다.
TYPOGRAPHY
본문에 따라 다양한 서체가 혼용되는 기존 패션 잡지들과는 달리 간결하고 담백한 느낌의 고딕체를 표지 타이틀에서부터 본문 캡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용해 잡지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지난 3월부터는 헬베티카의 기원이 된, 1986년에 탄생한 서체인 ‘Berthold Akzidenz Grotesk’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나일론>이 창간 초기에 썼던 서체로서, 앞서 언급한 <나일론>의 절제된 편집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깔끔하고 응집력 있게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나일론>은 디자인의 율동감을 살리기 위해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 즉 손 글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꼭지 명과 페이지 넘버는 고정적으로 같은 손 글씨가 반복 사용되며, 기사 내용에 따라 타이틀 역시 가변적으로 이를 쓴다. 반듯하게 정렬되는 레이아웃과 자유로운 캘리그래피의 절묘한 대비가 상승효과를 낳는다.
GRAPHIC
그래픽은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손으로 그어낸 듯한 가느다란 한 줄의 선(인쇄 과정에서 머리카락인줄 알고 지워냈다는 해프닝이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색연필이나 형광 펜으로 뭉개듯 표현하는 블록 처리 등은, 캘리그래피와 함께 <나일론>만의 아날로그적인 느낌, 손맛 나는 디자인을 토핑한다. 마치 화룡점정이랄까. 일러스트도 한 몫 거든다. 흔히 보는 패션 일러스트 특유의 그래픽적인 느낌을 지워낸 ‘아트’적인 일러스트로 종이 잡지의 수공예적인 질감을 살린다. 그러나 이러한 그래픽 요소를 첨가하기에 앞서 <나일론>은 편집 디자인의 기본 요소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공을 들인다. 이를테면 머리제목을 쓰고 행 갈이를 한 뒤 칼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제목과 칼럼을 한 행에 배치하되 들여쓰기를 통해 둘 간의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경제적인 레이아웃을 실현하는 식이다. 또한 한 행에 배치된 머리제목과 칼럼은 같은 크기의 폰트이지만 다른 서체와 굵기를 사용해 ‘디자인의 위계(hierarchy)’를 만들어낸다.
GRID
기본적으로는 ‘탈 그리드’, ‘논 그리드’를 표방한다. 편집디자인의 기본 툴인 그리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틀에 박힌 정형성을 탈피한다. 하지만 개별 페이지는 대칭과 비대칭 그리드, 모듈 기반 대칭과 비대칭 그리드, 복합 그리드 등 다양한 그리드를 사용하여 페이지의 구조적 완성도, 균형감을 높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많은 양의 정보를 담아야 하는 경우, 사각형이 일정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는 모듈 그리드를 사용하여 <나일론>만의 정갈한 디자인을 구현한다. 이미지와 이미지를 겹치거나 흩뜨려 놓는 대신, 열과 행을 딱딱 맞춰 이미지를 정렬하고, 텍스트 역시 단을 짜고 블록으로 집약시켜 마진을 마련해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다. 정보 전달력과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텍스트와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레이아웃의 주된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
패션지 편집디자인 :: NYLON
NYLON
전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나일론>이 한국 독자들과 정식 악수를 청한 건 지난 8월. ‘절판’이라는 행복한 비명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데, 한낱 ‘부록’이 그 이유일까. <나일론>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나일론>만의 특별한 개성 때문이다. 일상적인 모습을 포착한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사진, 한낱 가십거리는 다루지 않는 교양적이고 지적인 내용의 기사, ‘아트’적이며 수공예적인 그래픽과 일러스트 등은 유행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높은 미감의 젊은 감성을 사로잡기에 손색없다.
CONCEPT
차고 넘치는 정보를 담아내느라 ‘왁자지껄한’ 편집디자인을 구사했던 기존 패션 매거진과 비교해 <나일론>의 레이아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여백의 미’다. 여운이 느껴지는 디자인, 정갈하고 절제된 디자인, 기본기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나일론>만의 심심한 듯 세련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형도 총괄 디렉터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페이지의 ‘공간 찾기’라고 설명한다. 밀도가 낮게 공간을 활용해 풍부한 여백을 만들어내며 구성 요소의 시각 효과를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더 담아내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나 더 빼야 마련되는 이 화이트 스페이스는 사진과 이미지,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절묘한 조화로부터 완성된다. 임팩트 있는 사진 한 장과 간결한 타이포그래피의 적절한 배치, 즉 ‘형태와 공간의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레이아웃은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획득한다. 그 자체로서, 있는 그대로의, 그렇지만 개성적인 모습으로 지면을 살리는 게 바로 <나일론> 편집디자인의 과제다.
PHOTOGRAPHY
사진은 <나일론>만의 도드라진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하늘이나 잔디가 배경인 심플한 사진, 벽의 전선 코드를 그대로 살리는 자연스러운 사진, 그저 대상을 마주한 채 플래시를 터트린 듯한 담백한 사진 등 <나일론>의 사진은, 패션 사진의 강박관념으로부터 훌쩍 벗어나 있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더라도 마치 증명 사진을 찍듯 모습을 담아내는 무심함, 마치 로모 카메라로 아마추어가 촬영한 듯한 익숙한 낯섦…. 이렇게 찍은 사진은 은어로 ‘풀 빼다’라고 일컫는 풀 블리드로 처리하는 대신, 마치 액자에 담은 듯 파스파르투(디자인 요소 둘레의 흰 여백 또는 테두리)로 편집한다. 파스파르투는 풀 블리드와는 다른 효과로 사진의 주목도를 높이고 페이지의 균형감을 살려낸다.
TYPOGRAPHY
본문에 따라 다양한 서체가 혼용되는 기존 패션 잡지들과는 달리 간결하고 담백한 느낌의 고딕체를 표지 타이틀에서부터 본문 캡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용해 잡지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한다. 지난 3월부터는 헬베티카의 기원이 된, 1986년에 탄생한 서체인 ‘Berthold Akzidenz Grotesk’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나일론>이 창간 초기에 썼던 서체로서, 앞서 언급한 <나일론>의 절제된 편집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깔끔하고 응집력 있게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나일론>은 디자인의 율동감을 살리기 위해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 즉 손 글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꼭지 명과 페이지 넘버는 고정적으로 같은 손 글씨가 반복 사용되며, 기사 내용에 따라 타이틀 역시 가변적으로 이를 쓴다. 반듯하게 정렬되는 레이아웃과 자유로운 캘리그래피의 절묘한 대비가 상승효과를 낳는다.
GRAPHIC
그래픽은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손으로 그어낸 듯한 가느다란 한 줄의 선(인쇄 과정에서 머리카락인줄 알고 지워냈다는 해프닝이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색연필이나 형광 펜으로 뭉개듯 표현하는 블록 처리 등은, 캘리그래피와 함께 <나일론>만의 아날로그적인 느낌, 손맛 나는 디자인을 토핑한다. 마치 화룡점정이랄까. 일러스트도 한 몫 거든다. 흔히 보는 패션 일러스트 특유의 그래픽적인 느낌을 지워낸 ‘아트’적인 일러스트로 종이 잡지의 수공예적인 질감을 살린다. 그러나 이러한 그래픽 요소를 첨가하기에 앞서 <나일론>은 편집 디자인의 기본 요소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공을 들인다. 이를테면 머리제목을 쓰고 행 갈이를 한 뒤 칼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제목과 칼럼을 한 행에 배치하되 들여쓰기를 통해 둘 간의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경제적인 레이아웃을 실현하는 식이다. 또한 한 행에 배치된 머리제목과 칼럼은 같은 크기의 폰트이지만 다른 서체와 굵기를 사용해 ‘디자인의 위계(hierarchy)’를 만들어낸다.
GRID
기본적으로는 ‘탈 그리드’, ‘논 그리드’를 표방한다. 편집디자인의 기본 툴인 그리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틀에 박힌 정형성을 탈피한다. 하지만 개별 페이지는 대칭과 비대칭 그리드, 모듈 기반 대칭과 비대칭 그리드, 복합 그리드 등 다양한 그리드를 사용하여 페이지의 구조적 완성도, 균형감을 높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많은 양의 정보를 담아야 하는 경우, 사각형이 일정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는 모듈 그리드를 사용하여 <나일론>만의 정갈한 디자인을 구현한다. 이미지와 이미지를 겹치거나 흩뜨려 놓는 대신, 열과 행을 딱딱 맞춰 이미지를 정렬하고, 텍스트 역시 단을 짜고 블록으로 집약시켜 마진을 마련해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다. 정보 전달력과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텍스트와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레이아웃의 주된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
출처 : http://magazine.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