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 편집디자인 :: DAZED & CONFUSED

김하진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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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ZED & CONFUSED

위키백과에서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를 검색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쿨한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이라는 정의를 확인할 수 있다. 주관적인 기준이라는 점과 '쿨'이라는 단어의 얄팍함을 감안한다면, 이 해석은 그리 무리가 없을 듯하다. 매 호마다 창의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듯한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만의 독보적인 비주얼은, 전세계 20여 개국 젊은이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작년 5월 한국 시장에 정식 론칭한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코리아> 역시 한낱 부록이 아니라 패션과 문화, 아트와 테크놀로지, 그리고 정치 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는 융숭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 패션잡지 시장에서 암악하고 있다.

 

CONCEPT

이주승 아트디렉터는 <데이즈드> 편집디자인의 컨셉트를 ‘심플’, ‘임팩트’, 그리고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간결’한 디자인을 통한 ‘강렬’한 임팩트를 추구한다. 거기에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데이즈드>만의 개성까지 담아내며 편집디자인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마치 잔잔한 수면에 묵직하게 가라앉는 커다란 돌멩이와, 그 위로 퍼지는 어지러운 파문 같다고 할까. 또한 다른 패션지와 달리 한 권의 잡지를 관통하는 메인 이슈가 매월 달라지기 때문에 <데이즈드>는 달마다 변화무쌍한 편집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PHOTOGRAPHY

사진은 <데이즈드>을 향한 여느 패션지의 추격을 불허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스타일링, 독특한 아트워크 등을 통해 가히 좌중을 압도하는 ‘센’ 비주얼을 자랑하며 독자로 하여금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제호 그대로 ‘데이즈드’하고 ‘컨퓨즈드’하다. 이러한 사진은 대개 ‘풀 블리드’로 페이지를 여백 없이 채우게 된다. <나일론>의 예와 같이 정적인 사진이 파스파루트 기법으로 처리될 때 마치 갤러리에 걸린 작품을 보듯 여운을 간직하는 효과를 내는 반면, <데이즈드>는 풀 블리드로 사진이 갖는 역동성을 한껏 높인다. 페이지의 네모난 틀을 벗어나려는 듯한 이미지의 운동성을 표현한다. 

 

TYPOGRAPHY

사진 이미지가 셀 때, 타이포그래피는 비주얼과 얼마나 ‘꿍짝’을 이뤄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데이즈드>는 영문폰트를 활용한 타이포그래피로 사진과 훌륭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특히 이러한 조화는 도비라 페이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데이즈드>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라고 평가할 수 있는, 5가지 이상의 폰트를 혼용해 만들어내는 타이틀의 경우 페이지에 드라마틱한 운율을 더하고 있다. 가독성은 다소 떨어질지언정 앞으로 펼쳐질 본문을 암시하며 독자로 하여금 신비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지 없이 타이포그래피만으로 두 페이지의 도비라를 장식하는 식의 ‘뚝심’ 있는 디자인도 종종 목격된다.

GRAPHIC

<나일론>과 마찬가지로 <데이즈드>의 그래픽 사용은 제한적이다. 사실 이미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하기 때문에, 그래픽 요소가 불필요하기도 하다. 다른 요소를 추가하기보다는 배열과 정렬과 같은 레이아웃의 기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페이지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텍스트를 90도로 돌려 배치하는 구성인 브로드사이드(Broadside)를 통해 미적으로 새로운 표현을 이끌어내거나, 본문의 숫자나 단어를 극적으로 크게 부각시켜 그래픽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식이다. 더하더라도 한 줄의 선이나 동그라미, 네모, 세모와 같이 단순한 그래픽을 사용해 세련되고 심플한 레이아웃을 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켜낸다. 재미있는 점은 펼침쪽 가운데 양 페이지가 만나는 물림선 부분을 말하는 거터(Gutter)나 페이지 끝단 등 대개 버려지듯 남는 여백에 그래픽 요소를 담아냄으로써 위트 있는 디자인을 표현하기도 한다.

GRID

심플하고 임팩트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이즈드>는 시각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그리드 시스템을 사용하여 간결하고 명쾌한 디자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창조성과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 탈 그리드를 선언하기도 한다. 대칭 그리드나 모듈 기반 그리드와 같이 한눈에 질서가 잡히는 그리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정열이 어려운 섬네일 이미지도 흩뿌리듯 배치해 ‘무질서의 질서’를 찾아내려는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반대로 한글 텍스트는 폰트 사이즈를 줄이고 2단이나 4단으로 정렬하여 집약시킴으로써 전체 디자인의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 텍스트 정렬은 강렬한 이미지의 무게를 상쇄시키면서 동시에 전체 구성, 즉 디자인의 시각적 평형상태를 이루게 한다.

 

출처 : http://magazine.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