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

선안남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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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 출처 | [그림] Frida Kahlo, The Suicide Of Dorothy Hale

 

여배우의 자살은 사회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일단은 충격이고, 그 다음은 의혹이고, 그 다음은 허무라는 감정을 불러오는 거다.

내 머리 속에 흐르는 자살을 한 여배우의 이름만 되짚어봐도

아주 잠깐 새에 손가락 열개가 금세 찬다.

 

'여자'이고 '배우'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왜 자살을 하나?

 

아마도 여배우들은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을 계획하고 자살을 감행하겠지만,

이들이 모두 대중의 입방아에 쉽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이며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처한 공통적인 삶의 조건을 생각해보게한다.

 

흔히 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는 이유란

내가 이 상황을 어찌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helplessness)'와

앞으로 희망이 없다는 '무망감(hopelessness)'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여배우였다는 사실은 그들이 무력감과 무망감을 동시에 느끼기 쉬는

조건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예술적 재능을 가진 '눈에 띄는' 여자들의 자살-

 

여배우 뿐만 아니라 수많은 뛰어난 여성 예술가들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사회 구조와 양립할 수 없는,

 '참을 수 없이 버거운 존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뛰어난 여성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란 책에서 이런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여성들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내리지 않는것이라고

자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유명인이 말했다."고.

(The best virtue for women is not to be talked about, said a famouse man, himself much talked about)

  여배우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 출처 |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으로써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것,

즉 뛰어난 동시에 유명하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버거워질만큼 크나큰

역설과 모순을 불러오는 일인가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물론,

비난과 지탄을 받으며

변덕스러운 대중의 평가와

불확실성 속에서 지향하는 예술적 가치와투쟁해야 했던 여성들은

중도에 생을 아얘 포기해 버린다.

 

이는 그들이 지닌 심리내적인 힘이 얼마나 약했는가를 논하기 어려울정도로

그들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안겼나보다.

그렇게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하나같이 죽음을 선택한걸 보면 말이다.

 

자살의 파급효과: 베르테르 효과

 

그들의 자살이 불러온 파급효과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예상하고 점쳐보는 것보다 훨씬크다.

마치 도미노가 무너져 내리듯

한 사람의 자살은,

그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그 사회 내에서 얼마만큼 자주 거론되었던가에 따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

 

살아생전 그들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불러본 적이있거나 들어본 적이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의 자살을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죽은 자는 말이없는 게 아니라

죽음으로써 더 많은 말을 하는 것만 같을 때도 있다.

장자연씨의 죽음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여배우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 출처 | [스크랩]최진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1_04

 

최진실 씨가 자살을 하고 위기 상담센터에서 상담 전화를 받던 그 동안

나는 여배우의 자살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을 피부로 느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자살은 그녀를 알던 다른 사람도 자살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지만

'계기'가 될 수는 있는 거였다.

 

삶이 고되고 힘들어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서 고민하던 사람들,

죽을 용기로 살라고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라고 위로를 받던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는

마치 낙타의 등 위에 올려진 마지막 깃털이 낙타를 무너뜨리듯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버린다.

 

자살한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죽음이 그 만큼의 사회적 영향력을 준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부디 여배우를 자살로 몰고가는 이런저런 사회적 조건도 조금씩 걷히고,

여배우의 자살로 영행을 받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도 가벼워죠

무기력과 무망감, 자살, 그리고 베르테르 효과를 논하는 이런 글을 쓸 필요한 없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