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천국의 아이들을 보고...

이지원2009.05.23
조회283

오늘 이 드라마를 보면서 좀 울었습니다.
눈물을 흘려도 전혀 아깝지 않을 작품이라는 생각, 그리고 여러분들도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방금 미니홈피 게시판에 적어놓은걸 그대로 가져와봅니다 ^ㅡ^

 

 

대한민국 최초의 기부드라마였던 "천국의 아이들"

오늘 역시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컬투형님들의 새코너 '불안해'를 보며 웃을 생각으로 방안에서 PMP DMB 를 켜고 의자에 앉았다. 8시 50분, SBS 에서 천국의 아이들 이라는 2부작 드라마를 한다는 멘트와 함께 드라마가 시작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아나... 컬투 봐야되는데..." 그러나 이딴 건방진 생각은 단 5분 만에 누그러졌다. (솔직히 처음엔 윤지님이 나와서 계속 봤다;)

 

내가 평소 사회에 불만이 많은 놈이고, 학생인권운동까지 참여했던 만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썩 아름답게만은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난 사후세계를 생각하고, 천국을 생각하는 크리스찬이었고, 근래에 돈 문제로 잡혀들어가는 고위인사들에게 "죽어서 게헨나에서 타죽으시죠." 라는 쓴소리나 내뱉는 영락없는 염세주의자였다. 어쩌면 그런 나에게 이 드라마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김영의선생님이 보내주신 <갈대상자> 라는 책 이후 두번째 기회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이를테면 세상을 밝게,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랄까?

 

최근에 내가 눈물 찔끔 하면서 브라운관을 쳐다본게 5월 5일 어린이날 특선영화 '각설탕'을 보고서 였는데, 오늘 또 눈물이 찔끔할 줄은 몰랐다. 이 드라마에서 '나대로' (김정민) 는 대한민국에 잘 나가는 변호사.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가정에서 돈 걱정 한 번 해 본 적없이 자라 변호사가 되었고, 이후에 기업인수합병 일을 맡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변호사로 일을 맡아 대기업이 중소기업 (극중 김씨의 회사)을 인수하는데 도움을 준다. 나대로가 도시락 봉사를 하면서 만난 그 중소기업의 김 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는 말은, 나 자신 역시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저는 이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나 역시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어찌보면 극 중 나대로와 별반 다를게 없었던게 아닐까? 이 드라마에서 김정민(나대로) 씨가 차츰 하늘공부방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눈물 흘리는 과정을 보면서 나 역시 최근들어 느껴보지 못했던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비문학 지문이나, 한국 현대 단편문학 따위를 읽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는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감동이었기에, 난 오늘 2시간 이 드라마를 보느라 근현대사 연표를 못 외운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극중의 윤사랑(이윤지) 선생님 역시 감동 그 자체였다. 심장병으로 죽을 상황에 이름모를 누군가의 심장을 기증받아 두번째 삶을 살고 있다는 윤사랑,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 산 동네에서 하늘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챙겨주는 것이 그 심장 기증자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놀랍도록 이타적인 윤사랑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그리 오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과연 내가 남들을 위해서 뭘 얼마나 해왔나 돌이켜보게 됐다. 더불어 내가 앞으로 더 자라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 어떤 일을 꼭 해야 할지도 결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ㅡ^ 아이들을 걱정해주고, 아이들을 버리고 힘들어하는 부모들을 설득하는 윤선생님의 모습이 진짜 선생님의 모습이 아닐까. 그녀가 이 드라마의 2부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우리가 꼭 명심해야할 말인 것 같았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강해지는게 사랑이래." 난 누군가를 윤사랑 처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을까??

 

또한 극중에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하늘공부방의 아이들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수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잘 감당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돈을 번다며 나가 노숙자로 전전하는 아빠를 찾아 만두도시락을 들고 노숙자들 사이를 다니며 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던 여자아이는 내 어린시절마저 부끄럽게 생각하게 해주었다. 엄마 치마폭에 싸여 돈 걱정은 해본적이 없던 내 어린시절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또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오랜만에 스스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숨기지 않았다. 눈물을 흘려도 아깝지 않을 순수한 마음이었으니까. 세상에 이런 아이들만 있다면... ^^ 그곳은 천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 드라마의 출연배우 16명 전원이 노 개런티, 출연료를 전부 기부하며 촬영을 마쳤다는 것이었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 2시간 짜리 드라마이지만 촬영하려면 적어도 3~4일은 걸렸을 테니 출연료 기부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결정을 한 배우들 모두가 너무 존경스럽다. 1억 짜리 시계를 뇌물로 받는 전직 대통령이나, 몇백억달러 뇌물죄로 검찰청을 오락가락 하는 사람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마당이니 더욱 훈훈하고 감동적인 일이 아닐수 없지 말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내 시각으로 보는것만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 저편 어딘가, 아니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는 이 드라마의 윤사랑, 나대로 처럼 남을 위해 진심어린 눈물을 흘릴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콧잔등이 찡했던 이유는 비단 드라마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세상은 분명히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나 내가 다른사람들이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을 종교적인 문제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내 관점에서 이 세상은 Good 보다는 Evil 이 활개를 치는 세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천사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기에 오늘부터 세상을 좀 더 다르게 보기로 했다. 굳이 말하자면 좀 더 긍정적으로 보기로 다짐했다 ^ㅡ^ 또한 내가 앞으로 자라면 이 드라마를 내 삶의 롤 모델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을 덧붙인다. 비록 내가 천사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는 없을 지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ㅡ^

 

 

어쩌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아름다워 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나이에 그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오늘 내게 그걸 깨닫게 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