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와 조선 후기의 환국 정치

신현규20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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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속보를 접하고 '이건 또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이 자살했다.

그 이유 또한 가슴 아프게도 이해는 간다.

그렇게 욕을 먹기는 했지만

깨끗한 이미지 하나로 버텨왔는데,

아니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고

이제 남은 인생 그저 편하게 지내다 가려고 했는데

검찰 조사다 뭐다 해서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내가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터다.

게다가 후보 시절부터 목숨을 걸고 지켰던

자신의 아내까지 위험해지자

마누라 감방 보내는 건 막아보겠다는 심정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노무현은 참 못난 사람이다.

4*19로 하야한 이승만도 하외이로 망명한 것으로 그쳤고

(차라리 이기붕 일가는 권총 자살했을지언정)

군부독재를 펼치고 수천억의 비리를 저질렀던,

그래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전두환과 노태우도 멀쩡히 살아있는데,

제 친자식을 결국 감옥에 보낸 김영삼도

두 눈 똑바로 뜨고 다니는데,

자살을 하다니...참으로, 참으로 못난 사람이다.

혹 '자살'이라는 그렇게 못난 선택을 통해

그 전의 대통령들과는 다른

'뻔뻔하지 않음'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도덕성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국사를 들춰보면 '환국'이라는 것이 나온다.

붕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

상대 붕당을 가차없이 숙청하는 저급한 정치현상이다.

최근 20여 년의 한국정치를 보면

조선 후기의 환국정치와 닮은 점이 많다.

일단 살아있는 정권이 되면,

그 전의 죽은 정권을 가차없이 숙청하는 것이다.

 

비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방법만으로는 정치자금을 모으기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미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난 정권을 죽이기 가장 좋은 수단인 비리 사건으로

숙청을 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전 속의 위인들도

완벽한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국민들에게는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5년마다 대통령을 때려잡으면서

국민들에게 그런 지도자를 가지지 못하는 불행을 선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인가.

건국 60년만에 최초로 고향으로 돌아간 대통령을 보며,

국민들에겐 적어도 '정상적인 전직 대통령 문화'에 대한

소박하지만 절박한 기대가 있었다.

 

국사를 배우면 알겠지만,

영정조 때부터 탕평책을 써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환국정치로 인한 붕당간의 싸움은 근절되지 않았고,

그것은 세도정치로 변질되었으며,

그로 인해 조선은 망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엄숙한 경고로 새겨야 한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가장 상투적인 표현 속에 언제나 가장 큰 진리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