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도덕성’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가장 열심히 ‘노력’하셨던 그 분을 기리며...

정지윤20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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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님 서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다

문득 그 분이 당선되셨던 2002년 선거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전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저희 학교가 투표소로 지정되면서,

장애인들의 투표 안내를 돕기 위한 도우미로 자원해서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신문과 뉴스 등을 찾아보면서 누가 더 낳은 후보인지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정치의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재임 기간 동안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 분이 자신이 편 정책들을 비판 혹은 비난하는 자들과

때로는 글로써, 때로는 토론으로서,

소위 말하는 ‘맞짱 뜨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제 의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의 ‘정치적 정체성’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그 분이 편 정책을 전부다 지지한 건 아니지만,

그렇기에 그 분의 실책들을 감안하고라도

언론들의 보도가 좀 많이 편파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처럼

재임 기간 동안은 많이 욕먹더라도

퇴임 후에 역사적 평가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임 기간 중 인권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점도 그렇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 점도 그렇고,

그 때문에 언론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던 점도 그렇고,

지미 카터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더불어서 그 분이 

지미카터 재단 등을 통해 인권을 지키려 노력한 지미 카터 대통령처럼

은퇴 후에도 열심히 활동하셔서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대통령,

우리나라 처음으로 다른 건 몰라도 도덕적으로 존경할 만한,

그런 전 대통령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그 분이 가족들이 돈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하자

언론들이 또다시 그 분을 질타하며

사실 알았을 텐데 모르는 척하는 거라고 몰아가는 것을 보고,


그 분이 가족들의 뇌물 수수 사실을

재임 기간 중에 알았든 몰랐든,

그 분의 정치적 생명이 완전히 끝났겠구나 싶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님의 홈페이지 '사람 세상'에

마지막에 올린 글에서도

자신이 아무리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진실이야 어쨌든

이미 자신의 정치적, 도덕적 생명은 끝났다고 써 놓으셨고요.


그렇게 착잡한 마음으로 있던 중

결국 그 분께선 마지막으로 사태를 책임지시고자,

부인 권양숙 여사의 검찰소환 직전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솔직히 그분의 자살 소식을 듣기 전까진

그 분이 가족들의 뇌물수수 사실을

재임기간 중 알았는지 몰랐는지

저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심의 눈초리들,

혹은 아예 확신하며 그 분을 비난하던 소리들이,

결국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간 걸 깨닫게 되자,

정말 많이 죄스러워졌습니다.




저는 이미 늦었지만 이제라도

최소한 그 분이 재임 기간 중

가족들의 뇌물 수수 사실을 몰랐다는 그 분의 주장만큼은

믿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 분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그 분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친인척 관리를 실패하신 건 사실이고,

재임 기간 중 '도덕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신 만큼,

더더욱 그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할 테지요.




그렇습니다. 그 분은 '완벽한 도덕성'을 지켜내시진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하신 분이셨습니다.


비록 가족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도덕적 생명에 흠집이 났고

그 흠집을 견디지 못하고 책임지시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셨지만,

누구나 한 가지만큼은 인정할 겁니다.


그 분이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써놓았던 이상적인 정치인상,

‘원칙을 아는 정치인,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자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최선을 다하셨다는 것만큼은요.




2002년 12월 19일 선거 도우미를 하고

누가 새 대통령이 될까 궁금해 하며 돌아오던 저녁,

겨울날씨치곤 유달리 따뜻하고 화창했던 하늘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밤, 우여곡절 끝에 당선 확정 소식을 듣고,

환히 웃으며 좋은 대통령이 되고자 다짐하시던 그 분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그 분이 대통령이 되시면서 다짐하셨던 중요한 원칙들 중 하나였던 도덕성은

비록 조금 불완전하게 남겨졌지만,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가장 열심이셨던 그 분의 노력만큼은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그러니 이제 그 분께서도

죽는 순간까지 무겁게 어깨에 달아두셨던 짐

훌훌 다 털어버리시고,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가시길 바라며,

저는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