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지고은200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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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전 해병대 2사단 김포청룡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던 사람은... 너무나 이쁜 2학년 미대생이였구요..

해병대를 지원해 놓고도 발표가 나오는 날까지 그 친구에게는

말을 안했던 나쁜저였지요...합격자 발표가 나오던 날 저녁...

커피 한 잔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어요...

"나 군대가..일주일뒤에..."(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그 때는 발표나고 일주일뒤면 입대였거든요)

"아...그래?....."

"어.....해병대 지원했는데 오늘 발표났어....."

"아 그랬구나 .... 알았어..."

오히려 담담한 그 친구의 반응에 저는 내심 놀랐고 서운하기도 했고

애는 날 좋아하지 않는건가..아님 무관심인가.. 참 생각이 많았지요

그리고 이틀 뒤 연락이 왔어요 내일 강원도로 여행가자고..

자기가 콘도며 버스표 예약해놨고 장도 봤다고..

 

강원도로 여행가던날..

비는 오고 난생처음 한 여자와 텅빈 콘도 방안에서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뻘쭘함에 젖어있을 때..살며시 제 뒤로 다가와 안아주며

군대 안가면 안되느냐고... 울며 물어보던 ..

그래서 제 마음 아프게 했던 녀석이였죠...

 

"난 오빠가 군대에 안간다면 오늘 내 모든 걸 다 줄 수 있어..근데...

간다면..오빠는그렇게 갔는데..혹시 나한테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나 그 땐 혼자서 힘들 것 같아...무서워..."

 

그녀석..제가 군대 간다고 말했을 때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너무 당황스럽고 기가막혔다고..

그래서 이틀동안 생각해 낸 방법이 그거였어요..여행

이렇게라도 붙잡고 싶었고..여행왔으니 이제 나 책임지라고..

그렇게 못가게 말리고 싶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녀석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을 보며 전 3일동안 소중한마음만으로 팔이 저리도록 팔배게만 해주게 만든 녀석이였죠..

첫날아침.. 일어나 밥과 반찬을 준비해서 침대로 가져갔더니..

오빠 군대 가기 전에 자기가 해줘야하는데 왜 먼저 했느냐며

또 엉엉 울며 국 한숟갈 떠 먹더니..

"근데 국 좀 짜다..." 하던 그래서 절 한참 웃게만들었던 그사람..

 

포항으로 입대하던 날 아침..

씻고 나갈 준비하고 있는데 그 녀석한테 전화가 왔어요..

"지금 좀 빨리와.. 우리집으로.."

"왜? 가족들하고 같이 공항갈껀데..왜?그냥 니가공항으로와"

"그냥 아무말 하지말고 빨리와..빨리.."뚝...

 

이러다간 비행기 시간 늦을텐데.. 부모님께 공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저는 택시를 잡았죠...

"아저씨 가양동 대아아파트요..빨리가주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던

그 녀석..

"들어와.."

내손을 잡고 들어간 그 녀석 방엔 조그마한 상이 차려져 있었고..

상보를 걷어내자 하얀 쌀밥에 모락모락 김이나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고..."오빠..먹어 먹구가 내손으로 지은 따뜻한 밥 먹여 보내고싶어..그래야 내 맘이 좀 편하겠어.."

 

목이 메여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꾸역꾸역 먹는 나를 충혈된 눈으로 내내 바라보던 그 녀석.. 눈물 안보이려 입 꼭다물고 가는 사람..

기어이 이렇게 울려놔야 속이 시원한지..태어나 첨으로 소리없는 눈물 흘리며 밥을 먹게 만들었던 그 녀석이엿죠...

 

김포공항에서 철없이 동사무소에서 가져온 혼인신고서를 들이밀며 쓰고 가라며 조르던 모습... 그런 녀석에게 저는 소중히 끼어오던 반지를 빼어 목걸이에 걸어주며 "나와 3년을 함께한 소중한 녀석인데 이젠 너와 평생을 함께할거야.. 나 다시 돌아오면 이거말고 너와의 결혼반지 낄거거든"하며 뒤돌아 섰습니다

 

함께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그 녀석 비행기 티켓까지 사놓으셨지만...제가 취소해버리고 거기서 헤어졌습니다

함께가면 그 녀석 혼자 돌아오는 생각때문에 제가 입대를 못할 것 같았거든요..

이병시절.. 야간 경게 근무 철수하고 초장선임의 도움으로 이슬맞으며 전화를 걸면..자고있는데도 벌떡일어나 전화받던 그녀석이죠..

그렇게 가끔이지만 전화로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 같습니다 나이먹어 흰 머리 성성한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자기생일날 아침엔 장미를 선물해야 한다던 말들..

신혼여행은 남들다가는 관광지 대신 폼나게 배낭메고 세계일주 할 거라며 마구마구 떼쓰듯 졸라대던 귀여운 떼쟁이..

 

그런 그녀석 첫 휴가 나가기 3주전 휴일..저만나러 온다고 전화가 왔어요 이번주가 추석인데 송편만들었다면서 꼭 명절음식 먹어야한다고..첫 위로휴가를 못나가면 외박은 커녕 면회도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부대 앞 위병소에 선물이랑 음식만이라도 놓구간다고..그럼 오빠가 가지고가는 모습 멀리서라도 보겠다고.. 바득바득 우기기에 그렇게하라고 했죠...

토욜날 아침 출발한다는 통화를 하고 비는오는데 잘오고 있는지..마냥기다렸죠 오전 과업이 끝나고 오후 전투체육...

그 시간도 지나 5시쯤 저녁식사 정렬을 떠났는데 식당으로 선임 한 분이 달려오시더라구요..

"야 ! 이자식 너 대대장님께서 찾으셔 빨리 뛰어가"

아..걸렸구나 이젠 나 죽었다..영창가야하나

같은 생각을 다하며 대대장님을 찾았고 대대장님은 저희 아버님과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시더니.. 곧 5만원을 쥐어주시며 부대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이유도 없는 외박을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영문도 모른채 집으로 달려가 아버님을 뵈니

"넌 군인이고 게다가 해병이다..어느 때보다 강해야하고 강해져 있어야한다.. 앞으로 어떤일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야한다.."

영 듣기 이상한 말씀만 하시고 저를 차에 태우셨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근처 모 대학명원

그리고........ 중환자실.....

그녀석...

부태로 오다가 교통사고로 그렇게 떠났어요...

 

온 몸에 이름도 모를 것들을 달고 붕대에 칭칭감겨 누워있는 그녀석을 봤을때..그녀석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절 붙들고 우실 때...

하나뿐인 그 녀석 여동생의 흐느낌을 들을 때..

주인 잃고 텅빈 녀석 방에서 미쳐 다 그리지 못한 그림과 책상 유리 속의 제 사진을 봤을때.... 입대 전날 이대에서 내가 사준가방이 흙범벅이 되어 차에서 나온 유품이라고 경찰이 들고 왔을 때...

그때는 정말이지....................

........

......

.....

옆에서 손 잡아주던 친구들도..목사님도 내가 믿던 하나님도..

오지말라 했는데 기어이 오겠다 했던 그 녀석까지도...

모든것들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웠어요..

 

그 녀석 제게 들려준 마지막 한마디...

"오빠...그...바다...보고시...ㅍ.....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었던 강원도 송지호 앞바다에 그 녀석 그렇게 보내고..전 다시는 그 도로로 다닐 자신이 없어 몇달뒤 여러도움으로 수원 사령부로 부대를 옮겼고.. 02년 늦여름 무사히 전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일주라는 약속 지키려 전역 후 일주일만에 떠난 영국

하지만.. 수없이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도 ..그렇게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갔어도 아프더군요.. 지구 열바퀴 백바퀴를 돌고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프겠죠..

이젠 좀 덜 아파하고 대신 그만큼 열심히 살껍니다..

나중에 천국에서 그 녀석 다시 만났을 때...

"나.. 네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어..고마워..그리고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 녀석 그 땐 눈물아닌 미소지어 주겠죠...

 

여기 계신 많은 곰신님들...

열심히 그리고 건강히 기다리세요...

꼭 아름다운 사랑으로 결실 맺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고무신카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