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가 대한민국을 바꾸길 기대합니다.

송나영2009.05.30
조회85

2006년, 제가 갓 스무살이 되어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게 되었던 해입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게 된 해이기도 했지요.

 

정치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관심하지도 않은,

나름 지지하는 정당도 있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기억하고 있겠지만

오늘 청와대에 계신 '그 분'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죠.

그러다 BBK 사건이 터지고, 그 외에도 '그 분'의 윤리적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다 잠시 숟가락이 허공에 멈췄던 기억이 나네요.

아 이거 투표일 미뤄야되는거 아냐??

이런 생각만 계속 났더랬어요.

이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 국민들에게 생각할 시간은 좀 줘야될거 아님??

그치만 뭐aa 달라질건 없더군요.

 

투표일 전날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일이 내가 처음으로 투표를 하는 날이고나 ㅋㅋㅋㅋㅋㅋ

뭐aa 이렇게 된거 대세는 '그 분'이니까, 달라질 건 없겠지.

세상 일 별거 있나aaa

내가 누굴 찍든, 결과는 뻔한거지.

 

그런데 말이죠.

그 순간 기분이 되게 묘해지더라구요.

지금 대한민국에, 그리고 내일 투표용지에 '그 분'의 기호를 새겨넣을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 상황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인가?

내 나라의 대통령, 국민의 대표를 뽑는데 있어 윤리성이 배제되고 진실이 가려지는데

이런 상황을 '정의'라고, 정말 '옳은 뜻'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정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불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이 순간을,

후에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 분'이 아닌, 오늘날 '그 분'을 선택하는 국민들을 말입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한 순간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것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피어오르고

온 국민이 이토록 한 정치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런 상황.

이것만이 아니죠.

 

누군가가 죽었고

그 죽음으로써 우리는 돌이켜보고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이고 '정의로운 자'가 잘사는 세상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가 이제껏 외면한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직시해야 하는가.

 

 

감상에 젖은 회상과 후회가 물결치는 요즘입니다.

노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언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바껴야 되지 않을까요?

이대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이 흘러가도

모두들 눈물만 흘리다 바뀌는 것 없이 살아갈건가요?

 

시위를 하자

이명박을 몰아내자

뭐 이런말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들, 부끄러운 후회와 때늦은 탄식을 겪었다면

부디 달라지길 기대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직시하고

옳은 것을 향할 수 있는 양심을 기대합니다.

 

2006년 우리는 이미 진실과 정의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발 모두들, 생각해주세요.

행동해주세요.

 

오늘이 역사적인 순간인 것은

단순히 한 인간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달라지는 계기가 때문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