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날을 노통이 남긴 족적을 찾아 인터넷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

손정희2009.05.30
조회58

여러날을 노통이 남긴 족적을 찾아 인터넷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잠이 오질 않는다.

사람의 도리를 해야하는데..

옷을 찾는다.

곽과장님과 술마실때 입었던 노란색 반팔티는 구멍이 나 있다.

아! 곽과장님.. 죄송합니다.

파란색 줄무늬 반팔티에 흰색 긴팔을 늘 그랬듯이 받쳐입는다.

새벽 3시 30분..

사람된 도리를 해야하는데...

나가야 하나..

태상이가 밥먹자고 나오래도..

앞집아줌마가 쓰레기 치우라고 문 두드릴 때도 없는척 했다.

지훈이도 없다.

큰길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좋은 동네네..

택시를 잡는다.

'대한문이요'

몇날 며칠을 떠들어대도 분향소가 있는 곳은 대한문과 서울역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갑에 만오천원.. 돈을 더 찾아야겠다.

다행히 할증 시간이 끝났다.

담배를 하나 꼬나물고.. '아저씨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대답도 채 듣지 않고 불을 붙인다.

후우~

절을 할까..

기도를 할까..

국화는 어디서 사나...

촛불을 준비해야하나...

돈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긴 줄이 보인다.

간혹 후레쉬가 터지는데 인터넷에서 읽었던 누군가의 글이 생각난다.

- 개새끼들..

줄을 따라 맨 끝으로 간다.

노숙자 처럼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누워있다.

이 아저씨들 날 만나셨나..

앗 아니다. 양복입은 아저씨, 교복입은 학생..많이 배운것 같은 안경낀 아줌마...

아침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줄이 짧다.

앞뒤로 정장을 차려입은 샐러리맨들이 이른 출근을 한것 같다.

양복을 입었어야하나...

벽에는 수많은 글들이 적혀있다.

명박퇴진... 정치적 암살....

읽다가 싫증이 난다.

줄을 따라 걸어가는데.... 나만 혼자다..

그나마 간혹 말 걸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촛불 필요하세요?.. 리본 필요하세요..'

 -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돈도 안받는 건데..

 '사람된 도리를 하려면 저것들을 해야하나...

 국화를 사려해도 파는 곳이 없어서 채념하던 차에.. 문 앞에서 국화를 공짜로 나눠준다.

 - 다행이다. 혼자 개망신 당할 줄 알았는데..

 앞에있던 사람들이 내 옆으로 서기 시작한다. 아니.. 내가 그들 옆으로 선다..

 내 옆에 뚱뚱한 아줌마 어울리지 않는 흰색과 검은색 섞인 정장을 입고 눈물을 닦는다.

 - 이 아줌마 친인척인가..

 방송이 이동차에서 끊임없이 나온다.

 며칠간 눈물을 짜내서 나올 눈물도 없다.

 - 여기서 울어야 사람된 도리를 하는게 아닐까...

 그냥 고개를 이얼싼 중국어 학원쪽으로 돌린다.

 던킨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새끼들.. 공짠가..

국화를 올려놓고 절을 두번반 하면 끝이다.

영정옆에 있는 아저씨가 박자를 맞춰준다.

일배... 재배... 반배..

절을 택한다.. 앞의 모든 사람들이 절을 했으므로..

 

끝났다.

 

벗어 놓은 신발만 신고 집으로 가면 사람된 도리를 한거다.

벗어놓은 신발을 자원봉사자들이 집에 돌아가기 좋게 옮겨 놓았다.

고맙다.. 이 새벽에.. 내 더러운 신발을 옮겨주다니..

 

택시를 잡는다.

- 목동이요..

안간단다. 평소엔 싸웠겠지만 내렸다. 뒤에 차가 많이 있었으므로..

두번째 택시를 타고 담배를 문다.

-목동이요..

후우~

아저씨 베스트드라이버다.

눈을 뜰 수 없어 담배를 얼른 끄고 창문을 올린다.

눈물이 흐른다. 쳐 들어오는 바람이 쌔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눈물이 난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 사람된 도리를 했잖아.. 근데....왜?...

 

그는 나를 알지 못한다.

혹시나 살아 생전에 나를 만났더라면.

자기가 국정운영을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줄은 알았겠지..

 

- 난 당신한테 표를 줬고, 친구들이 노빠라고 할 때 꿋꿋히 당신을 지지했으며, 당신이 궁지에 몰릴때 두 손으로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어.

그리고 내 이름도 모르는 당신의 영정앞에 두번 반이나 절을 올렸고, 왕복 택시비만 이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 그런 당신은 나한테 뭐를 줬지? 바보같은 대통령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면, 내가 그들에게 믿건 그렇지 않건 당신이 떠벌려놓은 글들을 아무생각없이 읖조리면서 당신을 대변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야했고, 탄핵이라고 떠들어 댈때는 탄핵 반대운동에 서명을 했고, 당신이 나온 많은 동영상을 보면서 웃어주는데 시간을 할애 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이념을 가진 놈들한테 뒤에서지만 열심히 욕을 하는데 내 아드레날린을 쏟아부었어.

-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람된 도리를 하러 갔다 왔잖아... 내 얼굴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서...

 

' 손님 울지 마세요...'

 

- 아! 쪽팔려..

 

담배를 꼬나 물고 택시비를 내고..

당신에게서 버려진 일상속으로...

오늘 아침이면.. 후끈 달아올랐던 몇날 며칠의 그 밤이

5월 23일 곽과장님에게 실수하고 술이 떡이되어 실눈으로 비보를 접한 그날이..

잊혀지지 않기를... 사람된 도리를 하면서  살 수 있기를...

 

- 조문